
자료: 미국 7월 고용지표와 8월 전망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채권·주식시장의 美고용지표 부진에 대한 기대감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내외 증시가 미국 고용지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모두 이번 고용지표를 통해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고용 관련 데이터들이 연이어 부진한 것으로 나온 뒤 채권·주식시장은 '나쁜 지표가 좋다'(Bad is Good)면서 이번 고용지표를 통해 금리인하 기대감이 얼마나 커질지 주목하고 있다.
■ 7월 고용보고서 → JOLTs → ADP 데이터·실업수당청구 → 8월 고용보고서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는 금리 전망과 관련한 기대치를 크게 올렸다.
7월 데이터는 예상을 대폭 밑도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당시 위축됐던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재차 띄웠다.
7월 비농업고용자수는 7.3만명 증가에 그치고 5월(1.9만명), 6월(1.4만명) 수치가 큰 폭으로 하향조정되면서 투자자들은 9월 금리 인하에 대한 자신감을 키웠다.
이후 최근 발표된 고용 관련 데이터들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띄웠다.
지난 3일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7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서 구인건수는 전월보다 17.6만건이 줄어든 718.1만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4년 9월 이후 최저치이자 예상치(737.8만건)를 밑도는 결과였다.
7월 구인건수가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뒤 4일 나온 고용 데이터들도 모두 예상보다 부진했다.
4일 발표된 ADP 전미 고용보고서도 예상을 하회했다.
ADP의 8월 민간고용은 전월보다 5.4만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예상치(7.5만명)와 전월치(10.6만명)를 모두 밑도는 결과였다.
ADP의 넬라 리차드슨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올해는 강력한 고용성장으로 시작했지만 불확실성으로 인해 그 모멘텀이 요동치고 있다"며 "인력 부족, 불안한 소비자 심리와 AI 혼란 등 다양한 요인이 고용 둔화를 설명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같은 날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실업수당 신규 청구건수는 23.7만건으로 집계돼 예상치(23만건)를 상회했다. 최근 4주 동안 평균한 신규 신청건수는 23.1만명으로 전주보다 2500명 늘었다.
이런 가운데 8월 고용지표가 예상과 어떤 차이를 나타낼지 관심이다.
■ 투자자들, 9월 금리인하 자체는 확실시...향후 금리인하 강도 확대 기대
8월 고용지표 수치 관련 컨센서스는 7.5만명 남짓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7월 수준(7.3ㅂ만개) 대비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실업률은 6월 4.1%에서 7월 4.2%로 반등한 뒤 이번에 좀더 오를 가능성도 고려되고 있다. 평균임금증가율은 6월 전년비 3.7%에서 7월 3.9%로 반등한 가운데 추가로 더 오를지 관심이다.
시장은 연준의 9월 금리인하는 거의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금리인하 강도가 얼마나 커질지 보고 있다.
최근 베센트 장관의 50bp 인하 발언이나 고용 데이터 부진 등으로 일부에선 혹시 9월 50bp 인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8월 고용지표 수치를 확인해야 하지만, 당장 9월의 빅컷을 자신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은 편이다.
다만 고용지표 부진 등으로 금리 인하 횟수를 늘어날 가능성 등은 거론되는 중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9월 FOMC에서의 인하 가능성을 99%로 반영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금리인하 자체는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관세가 물가를 끌어올리는 만큼 9월 빅컷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기존 9월과 12월 연내 2차례 인하를 기대했던 시장은 9월, 10월, 12월 등 올해 남아있는 모든 회의에서의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최근 미국 고용 데이터가 계속해선 부진을 보이면서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7월 고용보고서를 포함해 최근 고용 데이터들이 예상을 밑돌고 있는 만큼 오늘밤 예정된 비농업 고용이 빅컷 기대나 연속 금리인하 기대를 키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
■ 9일 연례 고용지표 벤치마크 조정도 주목
5일 고용지표가 발표된 뒤 9일 고용지표 벤치마크도 조정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지난해 벤치마크 조정에서 하향 조정폭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면서 연준의 빅컷으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매월 초 전월의 월간 고용통계(CES)를 발표한다. 월간 고용 통계의 경우 시의성이 높은 대신 1차 응답률이 전체 설문 대상 기업의 60% 수준이다. 2, 3차 응답에서 응답률이 90%대로 높아지며 시차를 두고 지표 정확성이 높아진다. 또한 설문 대상 기업이 약 12만개로 일정 부분 표본오차가 존재한다.
노동통계국은 월간 고용통계를 정기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을 시행한다. 구체적으로 분기별 고용 및 임금 인구 조사(QCEW)를 기준으로 둘 간의 불일치를 해소하는 작업이다.
QCEW는 실업보험 프로그램에 가입된 거의 모든 고용주 대상의 의무 조사로 표본이 전체 임금 근로자의 95% 이상을 포함한다. 전수조사에 가까운 의미를 갖지만 분기별 지표인데다 일부 시차가 존재해 시의성이 떨어진다.
월간과 분기 두 지표를 상호보완해 월간 고용지표의 통계적 정확성을 높이는 작업이 이번에 예정된 고용지표 벤치마크 조정이다.
벤치마크 조정 시 매년 3월 데이터를 기준으로 전년 4월~당년 3월 고용 데이터를 조정한다.
이번 벤치마크 조정의 경우 25년 3월 분기별 고용 데이터(QCEW) 발표를 기준으로 24년 4월부터 25년 3월까지의 고용지표를 조정한다. 이번은 예비치 발표로 1년간의 조정 폭 총합이 발표되고, 내년 2월 최종 월별 조정폭이 확정되며 월간 고용지표가 전면적으로 수정된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조정으로 월간 비농업 취업자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우세하다. 이미 발표된 24년 4월~12월 동안의 QCEW 고용지표와 월간 고용지표 간 괴리를 기반으로 추정해보면 금번 조정에서 약 38.5만명이 하향될 것"이라며 "이는 곧 24년 4월~25년 3월 1년 간 매월 3.2만명의 고용이 과대 계상됐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월별 취업자수가 약 6만명 하향될 것으로 추정해 지난 7월 FOMC에서 25bp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하향 조정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먼저 바이든 정부 시기 동안 늘어난 이민자 수가 트럼프 정부 출범 후 이민 통제 정책 하에 급감하면서 고용 통계가 과대 계상됐을 수 있다. 또 팬데믹 이후 변동성이 확대된 기업 창·폐업률이 고용 통계 오차를 키웠다. 창·폐업의 발생은 보통 통계 조사 대상의 편출입으로 즉시 반영되지 않아 해당 영향으로 인한 오차가 일정 부분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소규모 기업의 경우 관세 민감도가 높아 금년 들어 높아진 불확실성에 따른 채용 축소 및 해고가 고용 통계에 즉각적으로 반영되기 어려웠다"고 했다.
과거에도 코로나, 금융위기 전후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경제 혼란기에 정기 벤치마크 조정에서 고용지표가 큰 폭으로 하향된 바 있다.
최근엔 무역 정책 불확실성으로 경제 혼란이 가중된 시기임을 감안했을 때 작년 말부터 올해 초 고용지표가 과대 계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원은 "예상에 부합하는 하향 조정이 나타날 경우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채권·주식의 'Bad is Good' 기대
미국 고용데이터들을 보면서 채권시장, 주식시장 등 증시는 9월 금리 인하를 일단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채권도, 주식도 'Bad is Good'을 기대하면서 데이터를 대기하는 중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주식전략가는 "미국 비농업고용자수는 7.5만 명으로 전월(7.3만 명)대비 소폭 증가하고 실업률은 4.3%로 전월(4.2%)대비 상승할 것"이라며 "예상에서 큰 오차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현재의 9월 금리인하 전망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고용과 물가지표는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 지표 해석에 따라 주식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존재한다"면서 "그러나 9월 FOMC가 가시권에 있는 시점에서 나타나는 변동성은 오히려 금융시장의 불안이 연준의 정책 완화에 기대로 이어진다"고 진단했다.
이자율 시장에선 9월 FOMC의 25bp 인하가 기정사실화돼 있는 가운데 고용지표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 재정정책이나 재정건전성 관련 긴장감을 고려하기도 한다.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매니저는 "최근 미국 고용 관련 데이터들이 부진하고 주말 고용지표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고용지표를 대기하고 있으나 고용지표가 우호적으로 나오더라도 채권시장이 강세로 갈 수 있는 데는 한계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경계감이 있는 데다 국내 금리의 하락룸에 제약이 있다는 인식도 작용하는 중"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