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8월 18일 손경식 경총 회장이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장태민 칼럼)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앞두고...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주말 논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공언했다.
국내 경제계, 더 나아가 암참(주한미국상공회의소), 유럽상공회의소(EUCCK)마저 우려하고 있는 이 법안에 대해 정부와 민주당은 경제 악법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업그레이드된 법률을 통해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건전한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내 경총, 상공회의소 등 모든 경제단체들은 이 법안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법안의 본회의 통과가 다가오면서 경제6단체는 이번주 '대국민 읍소형'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선 노란봉투법에 대한 기업들의 반대가 '도를 넘는다'고 보고 있다.
전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개정하면 된다'는 식의 반응을 보여 비판도 받기도 했다.
■ 이번주 한국 경제6단체의 마지막 읍소
이번주 18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국회 소통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안 수정 촉구 경제6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소위 '노란봉투법'이라고 불리는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 개정안이 노사 간 협의 없이 강행되는 데 대해 경제계의 최소한의 요구 사항이라도 수용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최근 노동조합법 2조, 3조 개정안이 국회 환노위와 법사위를 통과하면서 기업들 사이에 긴장감이 증폭되고 있었다.
이제 이번 주말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어 이러다가 한국 제조업 산업현장이 초토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경제6단체는 마지막으로 읍소하는 듯한 성명서를 냈다. 노사관계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법안인 만큼 이미 상당부분을 '양보한' 상태라는 점도 강조했다.
경제계는 "재계는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이 근로자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노란봉투법의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액의 상한을 시행령에서 별도로 정하고, 급여도 압류하지 못하도록 대안을 만들어 국회에 적극적으로 제시했다"고 상기시켰다.
재계는 대신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동쟁의 개념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노동조합법 제2조 개정에 대해서는 우리 제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만큼 현행법을 유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재계는 "국회에서는 경제계의 제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없이 노동계의 요구만 반영하여 법안 처리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 기업과 한국경제 우려하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문제의 조항
기업 측, 그리고 한국 제조업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특히 '노동쟁의 대상', 그리고 '사용자 범위'를 우려한다.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하더라도 노동쟁의 대상에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넣어선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법 적용을 확대하게 되면 예컨대 기업들의 투자 결정 등 각종 경영 행위가 건건이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정상적인 회사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면 해외투자나 구조조정 등 중대 경영상의 결정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결국 한국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지경이다.
재계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산업 구조조정은 물론 해외 투자까지 쟁의행위 대상이 된다면 우리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고 읍소했다.
사용자 범위 확대 역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한국 제조업의 경우 하청이 1차, 2차, 3차, 4차 등으로 길게 이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 범위를 넓히게 되면 원청이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용자 범위를 넓히면 자동차 등 한국 제조업의 경우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경고들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국이 콤비나트 시스템 등을 구축해 전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 됐지만, 지금처럼 법으로 원청을 옭아매면 결국 제조업 공동화만 부추기게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경제6단체는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수십, 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다면 원청 사업주는 건건이 대응할 수가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자동차, 조선업종의 경우 협력업체가 수백, 수천 개에 달하고 건설업종도 협력업체가 수없이 많은 가운데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경우 1년 내내 협력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나 파업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시기 좋지 않다. 왜 하필 이런 때에...
안 그래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미국으로 들어와 미국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청-하청의 갈등을 부추길 수 밖에 없는 법안이 시행되면 산업현장은 혼란스러워질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시기적으로도 '지금' 국내에서 이런 일을 벌일 때냐는 볼멘소리들도 많다.
한 쪽에선 '트럼프 이기주의'가 국내 산업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웃 나라 중국은 한국이 잘하던 산업을 초토화시키는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기술 도적질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몰두한 뒤 지금은 과잉생산으로 '한국을 포함한 서방의 제조업 기지'들을 파괴하는 중이다.
한국의 3대 수출산업이었던 석유화학이 무너지는 중이며, 철강도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자동차, 반도체 등 어느 곳도 안심할 수 있는 곳이 없을 정도로 비상한 시국이다.
필자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굳이 이런 일을 벌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계속 이렇게 노사 갈등, 원청-하청 갈등을 부추기게 되면 대기업이 결국 국내 협력업체와 거래를 끊고 해외로 튈 수도 있다.
한국 정치권과 한국민들 사이에 기업에 대해 '적개심'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 제조업은 아메리카로 오라'고 손짓하는 중이다.
상황이 안 좋다. 대기업이 국내를 버리게 되면 국내 중소 협력업체은 도산하고 수많은 노동자들은 실업자가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국내 제조업은 공동화 되면서 '제조업 강국 한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란 우려마저 보인다.
■ 노동자, 기업 다 살려야 한다...갈등 부추기다 기업 경쟁력 상실되면 기업, 노동자, 국민 모두 공도동망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면서도 한국 기업들 역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현재 필자와 같은 사람들이 하는 걱정을 '기우'라고 한다.
제발 그 말이 맞길 바란다.
전날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노란봉투법 시행 시 기업이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에 대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원청이 하청에 시달리게 될 것이란 우려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고 했다. 기업들이 사태를 과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김 실장은 "현행법하에서는 원청이 하청 노조의 대화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다 보니 하청 노조는 불법 파업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활용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법이 통과되면 원청과 하청이 불공정 거래 관계에서 벗어나 대화의 장이 마련되고 수평적 협업 파트너십이 구축되면 원청과 하청 노사의 동반성장과 건강한 공급망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을 말을 들어보니, 오히려 노란봉투법이 한국경제에 '좋은' 법안인 듯하다.
기재부의 뛰어난 엘리트 출신인 만큼 김 실장의 말이 맞길 바란다.
하지만 필자는 현실이 이상향을 지향할 때 그 결과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별로 보지 못했다.
■ 김용범, '그렇게 좋은 법'인데 왜 빠져 나갈 구멍 만드는가
그런데 어제 김 실장의 발언 중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김 실장은 만약 원청의 부담이 너무 커지는 그런 상황이 되면 법을 다시 개정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답을 했다.
노란봉투법이 노사관계, 원청-하청 관계를 아름답게 만들어 한국경제에 기여할 것이란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이런 사족을 다는 게 영 찜찜했다.
이런 사족은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쓰는 화법이다.
그리고 법은 한번 만들어지면 쉽게 고치기 어렵다. 문제가 생기면 '이미 늦은' 경우도 많다.
문제가 생기면 '고치면 된다'는 식의 접근은 틀렸다.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법안이라면 좀더 묵히면서 토론을 해서 가시를 제거하는 게 옳다.
필자 지인 중 어떤 사람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민주노총이 민주당에 하청을 준 법안'이라고 귀뜸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려처럼 조선업, 건설업 등이 복잡 다단한 하청업체들과 갈등을 키우게 되면 한국 제조업은 병들고 말 것이며, 그러면 민주노총의 생태계 역시 파괴되고 말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는 매우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기업만 살고 노동자는 죽거나, 기업만 죽고 노동자는 사는 그런 경제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