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백악관

(장태민 칼럼) 한미 관세협상, 평타는 쳤다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미 관세협정이 금융시장 다수의 예상처럼 15% 상호관세율로 타결됐다.
일본, EU가 15%의 상호관세율로 타결을 지은 뒤 한국 역시 이같은 수치가 현실적이란 평가가 많았던 상황이다.
자동차 관세도 15%를 적용받게 됐다.
현대차 그룹이 미국 시장을 놓고 일본, EU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소한 15%는 확보해야 했다.
한국이 한미는 FTA 체결국이란 점을 내세워 끝까지 12.5%를 원했으나, 트럼프는 FTA 국가에 대한 '특별대우' 같은 건 해주지 않았다.
한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라는 점에서 15% 관세율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모두 동일한 수치를 주고 경쟁하게 만들려는 의지가 강했다.
이런 미국의 의지를 꺾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 중국 앞에서만 작아지는 미국의 동맹국 '삥 뜯기'...EU, 일본에 이어 한국에게도 돋 뜯어냈다
미국은 중국과의 협상 타결을 뒤로 미룬 뒤 동맹국들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데 몰두했다.
중국은 희토류 등을 내세워 미국의 무역 봉쇄 의지를 꺾기도 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전투력을 보여줬다.
미국 입장에선 자신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옆 동네의 친구들 외에 좀 멀리 있는 친한 친구들부터 '단도리'해야 했다.
이런 미국 동맹국들이 EU, 일본, 한국이었다.
이들에겐 '공평하게'(미국과 FTA 맺은 한국이 좀 억울하지만) 15%의 상호관세를 물렸다. 자동차 관세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대해 8월 1일부터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우리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232조 관세도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이 향후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반도체와 의약품 등 여타 품목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기로 했다.
그리고 미국은 투자라는 이름으로, 아니 좀더 현실적인 '전문용어'로 삥을 뜯었다.
한국은 우선 1,500억불 규모의 조선협력 펀드를 조성키로 했다.
미국 조선소 인수·확장, 선박 건조, 유지보수(MRO), 조선 기자재 등 우리 기업 수요에 기반한 구체적인 프로젝트에 투자돼 미국내 조선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또한 총 2,000억불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원자력, 배터리, 바이오, 핵심광물 등 경제안보와 관련된 전략산업 분야에 투자‧대출‧대출보증을 제공키로 했다.
미국산 자동차 안전기준과의 동등성을 인정하는 등 미국 무역장벽보고서(NTE) 상에 제시된 비관세장벽 일부를 완화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산 물품에 대한 시장접근을 개선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4년간 미국산 에너지를 1천억불(한화로 약 140조원) 사주기로 했다. 정부는 중동 등에서 사던 것을 미국에서 사는 셈이라고 했다.
■ 어쩔 수 없이 미국 도와야 했던 협상, 그럭저럭 했다...이제 앞으로가 중요
이번 관세협상을 보는 시각에 다소간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예상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2.5배 이상 큰 일본이 5,500억불을 투자하기로 한 것에 비하면 한국이 3,500억불을 투자하고 1천억불의 에너지를 사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는 비판도 보인다.
하지만 미국은 GDP라는 덩치보다 '미국에서 돈 벌어가는 정도'를 기준으로 돈을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협상이 딱히 못 했다고 보긴 어렵다.
정치적 격변기 등 짧은 시간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벼락치기 공부' 하듯이 잘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여당의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부의 '역량'을 한껏 치켜세웠다.
"미국과 관세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됐습니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역시 이재명 정부입니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는 옳았습니다. 국익과 국운이 걸린 중요한 협상이었습니다. 많은 국민께서 마음 조리며 협상의 성공을 기원했습니다. 출범 2개월 만에 국민의 큰 기대에 값진 성과로 응답해주신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에 감사드립니다."
여당은 정부가 '한 건 했다'고 홍보하기에 바빴다.
야당은 반대였다. 기재부 차관을 지낸 송언석 원내대표가 이끄는 야당은 관세협상 타결 평가에 인색했다.
"정부 협상단과 함께 삼성의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 등 민간 외교관들의 노고가 컸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미 FTA가 15% 관세율로 합의가 됐다는 점은 일본이나 EU와 동일한 차원에서 관세율을 부담되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국과 FTA를 통해서 우리나라는 자동차는 관세율이 제로였습니다. 일본은 2%를 적용받고 있었습니다. 동일하게 15%의 관세율이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일본차의 경쟁력이 더 커지는 점이 우려가 됩니다. 사실상 우리 자동차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리고 협상 시한에 쫓겨서 많은 양보를 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3,500억불 규모의 대미투자, 그리고 LNG 등 에너지 구매에 1,000억불해서 4,500억 달러의 대미투자와 구매가 필요한 사안인데, 우리 외환 보유고보다 많은 액수의 과도한 금액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여당은 이번 협상 칭찬에, 야당에 비판에 초점을 맞추는 논평을 내놓은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협상도 여와 야의 논평도 예상 수준이며, 현실적으로 '무난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EU, 일본, 한국에게서 돈을 뜯어낸 트럼프의 능력에 경악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 황제가 EU, 일본, 한국에 고르게 조공을 받고, 협상 잘 했다고 격려까지 해줬습니다. 제가 볼 때 우방국들 간의 역사에 이런 이상한 일은 처음 있는 일 같습니다. 하지만 황제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이제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트럼프가 꾸리는 세계 경제·무역질서, 군사·안보 질서의 틀 속에서 경쟁을 이어가야 한다.

자료: 31일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장태민 칼럼) 한미 관세협상, 평타는 쳤다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