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7-26 (토)

(장태민 칼럼) 자동차 관세에 대한 혹시 모를 걱정

  • 입력 2025-07-24 14:2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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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피터 나바로, 출처: 위키피디아

사진: 피터 나바로,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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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기획재정부는 24일 오전 미국과 25일로 예정돼 있던 '2+2협상'이 베센트 재무장관의 긴급 일정으로 유예됐다고 밝혔다.

양국은 조속한 시일 내에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한국 측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인천공항에서 출국 준비를 하고 있던 때에 미국이 약속을 엎어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미국과 일본이 전격적인 '관세 협상 타결'을 발표한 뒤여서 이번 미국의 일방적인 '협상 유예' 결정은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이 여러차례 미안하다면서 조속히 날짜를 잡자고 했다'면서 일각의 엉뚱한(?) 억측을 막았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정책을 뒷받침하는 보호무역 주창자 중 한 사람인 피터 나바로가 한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했다.

■ 피터 나바로의 '한국 겁주기'...한국 자동차 불리해졌다?

전날 미-일 관세협상이 전격 타결되고 이날 한-미 협의가 전격 유예된 가운데 피터 나바로는 한국이 듣기 불편한 소리를 했다.

피터 나바로는 트럼프 1기에 이어 2기에도 백악관 무역·제조담당국장을 맡아서 일하고 있다.

여전히 트럼프의 무역정책 고문이자 책사로 활동하고 있는 나바로는 한국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알려줬다.

나바로는 현지시간 23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거래만 보는 사람이 아니다. 전세계를 보면서 전략을 구상한다"면서 "미국과 일본의 합의로 한국 자동차가 불리해졌다"고 주장했다.

나바로는 "트럼프가 (전체를 조율하는) 지휘자"라며 "미-일 합의는 체스 게임의 한 수일 뿐"이라고 했다.

전날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관세협상 타결 소식을 알린 바 있다.

한국 쪽에선 FTA까지 맺은 나라인 한국이 '일본에 준하는' 대우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나바로의 발언은 한국인들이 찜찜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 일본의 자동차 협상 성공? 한국도 당연히(!) 일본에 준하는 결과

한국은 일단 일본의 '자동차 협상 결과'가 한국에 비슷하게 적용될 것으로 봤다.

전날 주가 움직임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미국은 그간 자동차 품목관세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취해왔다. 관세를 더 내려줄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했지만, 일본과의 협상에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일본이 미국과 협상에서 15%의 상호관세(기존 25%), 그리고 역시 15%의 자동차 관세율(기존 27.5%)을 적용받기로 합의했다고 밝히면서 일본 주식시장은 광분했다.

이같은 '서프라이즈'에 도요타자동차 주가가 14.3%, 혼다가 11.2% 점프하고 니케이225는 3.5% 급등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선 한국 역시 최소 '일본에 준하는' 대우를 받을 것이란 기대감에 자동차 관련주들이 점프했다.

국내에선 전날 현대차(+7.5%), 기아(+8.5%), HL만도(+7.6%), 에스엘(+12.8%)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하지만 다음 날 '이런 반응이 맞는 것일까'하고 걱정하는 사람도 늘었다.

■ 미국이 만약 한국 자동차를 차별한다면...

트럼프 무역정책의 고문인 피터 나바로가 한국을 긴장시키는 발언을 한 뒤 '혹시나'하고 우려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차별 대우하는 전략을 쓰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였다.

한국과 일본은 아메리카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관세를 통해 '일본 자동차'의 손을 조금 더 높이 들어주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대두된 것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일본보다 높인다면 이는 매우 난감한 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FTA 체결국이란 점 등을 내세우고 있고 미국산 자동차도 무관세로 수입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라도 미국이 한국 자동차를 일본 자동차 뒤에 줄을 세우면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만약 한국 자동차의 관세율이 일본보다 높아진다면 이는 큰 타격을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한국 관세협상, 일본 만큼 할 수 있을까

전날 일본이 자동차와 농산물(쌀 포함)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를 약속하면서 상호관세를 15%로 낮췄다는 소식은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관세 협상 시안이 8월 1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최근 임명된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정관 산업장관 등이 최소 일본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일본은 무역 협상을 위해 관계자들이 수도 없이 미국을 방문하고 협상에 정성을 들였지만,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다는 지적도 보였다.

이런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 정부와 경제·외교 관료들은 너무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 아니냐 하는 걱정이 있는 것이다.

협상 시한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고 협상 진전은 잘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이날 아침 '뜬금없이' 미국은 '2+2협상'의 연기를 통고한 상태다.

한국이 협상에 '실패'하는 성적표를 가져오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KDI는 대미 관세 협상에 실패할 경우에 GDP가 1% 포인트 가까이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의 수출 주력 섹터인 자동차가 협상에 실패할 경우 OEM 부품업체 등 중견·중소기업이 생존 위기를 맞는 등 상당히 큰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중이다.

다만 이런 우려들에 대해 '걱정하는 건 좋지만 좀 비현실적인 걱정'이라는 평가들도 많이 보인다.

중국과 G2 패권 다툼을 벌이는 미국이 일본과 한국을 확실히 차별화해 한국을 (상대적으로) 배제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미국 역시 반도체, 조선, 원자력, 건설, 군수, AI 등 첨단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에서 한국 배제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긴 쉽지 않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란 관점이다.

아울러 현대차 그룹은 미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고 있어 아무리 '트럼프의 미국'이라도 일부러 한국을 세게 물 먹이진 못할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물론 한국 당국자들 역시 일본처럼 '욕심 많은 부자'인 미국에게 조공을 받쳐야 하는 상황이다. 일본처럼 관세를 낮추기 위해 미국 투자 확대 등 많은 떡고물을 준비해야 한다.

한편 전날 급등했던 현대차 주가는 2시 현재 1.7% 하락한 21만 8,250원을 기록 중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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