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7-18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포용적 성장' 위한 재정·통화정책 컨퍼런스에서 나온 아이디어들

  • 입력 2025-07-18 11:1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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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포용적 성장' 위한 재정·통화정책 컨퍼런스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이 16~17일 '포용적 성장을 위한 개도국과 신흥국의 재정·통화정책'이란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주제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가 16일 개회식에서 기조연설을 했으며, 다른 나라 연구자들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포용적 성장'을 내세우게 되면 통화정책·재정정책의 내 목표 상충 현상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정책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을 보듬는 과정에서 정책 효과와 관련한 논란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창용 총재는 우선 한국은행 대응 사례를 통해 '목표 간 상충' 문제에 대한 한국의 해법을 소개했다.

■ 한은 총재가 말하는..."통화긴축 속의 완화"

이창용 총재는 한은이 최근 여러차례 '정책 목표의 상충'을 경험했다면서 한국의 대응을 각국 이코노미스트들에게 소개했다.

우선 '금리를 인상하면서 유동성을 공급해야 했던' 2022년의 사례를 거론했다.

이 총재는 "한은은 22년 하반기 금리인상 국면에서 높은 인플레이션과 금융·외환시장 불안에 분리 대응한 바 있다. 하반기 국내부문에선 금리인상을 지속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하는 한편으로 단기 유동성 공급을 통해 시장의 과도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축소했다"고 소개했다.

22년 하반기 한은은 RP 매입, 대출 적격담보 및 공개시장운영 대상증권 확대 등의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 가동, CP 및 회사채 매입프로그램 등을 운용했다.

당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을 때였지만, 레고랜드 사태에 따른 신용경색이 큰 사회 문제가 돼 금리 인상기 한 쪽 편에선 유동성을 공급해야 했다.

이 총재는 "22년 11월 180bp까지 확대됐던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2023년 2월에는 70bp로 축소되는 등 시장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며 "당시 한은의 유동성 공급은 거시적 통화긴축 기조를 훼손하지 않는 한시적이고 부분적인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 실험은 '통화긴축 기조 속의 통화완화'로 볼 수 있다.

2022년 하반기 대외부문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 속도 조절을 위해 10월 빅스텝 금리 인상과 함께 외환시장개입을 병행하는 정책조합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 해 하반기 환율이 급등하는 국면에서 국민연금과 외환스왑을 체결함으로써 해외투자용 현물환 매입수요를 완화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 한은 총재가 말하는..."통화완화 속의 긴축"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긴축 속의 완화'와 함께 '완화 속의 긴축'도 소개했다.

이 총재는 작년 8월에는 금융불균형이 심화된 상황에서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정책 조합을 통해 대응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총재는 "24년 8월 연준 정책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가 크게 확산되며 국내 시장금리가 선제적으로 큰 폭 하락하고 금융여건이 빠르게 완화됐다. 그러나 당시 서울 주택가격은 연율 기준 20%에 달하는 급등세 속 가계대출 또한 월 10조원에 가까운 증가폭을 기록한 바 있다"고 소개하면서 한은이 금리인하를 늦췄던 일을 소개했다.

총재는 한은의 2024년 8월 금리 동결과 정부의 거시건전성정책 강화에 힘입어 9월 이후 서울의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결국 금리인하를 위한 룸을 마련했다고 했다.

총재는 "금융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한 뒤 2024년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올해 역시 통화정책의 상충 요소들을 고려하면서 금리 인하 타이밍을 잡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작년 12월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 이후 올해 초엔 성장에 대한 하방리스크가 커져 금리인하가 필요했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져 1월엔 금리를 동결하고 2월엔 인하한 바 있다고 했다.

1월엔 금리인하를 하지 않는 대신 경기하방 압력 대응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5조원을 확대하면서 대응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2월 이후 대외 불확실성 지속에도 국내 정치불안이 일정 부분 완화돼 경기 대응차원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최근 한은은 서울 아파트값 급등, 가계부채 급증 등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정부는 서울 집값이 뛰자 강도높은 대출 억제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이 얼마나 먹히느냐에 따라 향후 금리 추가인하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도 강하다.

■ 한국 등 아시아 5개국 통화정책 영향력에 대한 아이디어

한국 학계의 연구자들은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등 아시아 5개 국가의 통화정책이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허준영(서강대학교)·김소영(서울대학교)·이예일(한국은행) 세 명의 연구자는 "2000년대 이후 주요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정책의 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강화되는 경향성을 보였으며, 이는 대체로 내수 시장의 강화된 반응성에 기인했다"고 발표했다.

통화정책이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강화되는 패턴이 확인됐으며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한국, 필리핀 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국가들이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임에도, 통화정책 효과의 강화 추세는 대체로 내수시장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수출시장에 대한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했다.

환율에 대한 영향은 일관적인 패턴 없이 국가별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고 했다.

연구자들은 다만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변수에 대응한 통화정책(금리정책)의 반응성은 과거에 비해 점차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들은 "통화정책 효과의 내수-수출 부문간 비대칭성을 고려할 때, 주로 내수 부문(중소기업과 취약 가계 등)에 통화정책의 영향이 집중될 수 있으므로, 포용적 성장 관점에서 정책 효과의 부문 간 이질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한국에서 통화정책은, 고소득 가구 물가에 더 큰 영향 준다

한은의 연구자들은 통화정책 충격과 인플레이션의 이질성에 대한 분석 보고서도 발표했다.

황설웅(한국은행)·이광원(한국은행)·임근형(한국은행) 3인은 "한국에선 통화정책 충격으로 고소득 가구가 더 큰 물가 변동성에 직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고소득 가구가 체감하는 물가 수준이 긴축적 통화정책 충격에는 더 하락하며, 완화적 충격에는 더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는 고소득 가구가 저소득 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소비하는 사치재의 가격이 통화정책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자들은 "예를 들어 긴축적 통화정책 충격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가계는 재화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데, 사치재는 필수재보다 수요의 소득탄력성이 높기 때문에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가격하락폭도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가계가 속한 소득 분위에 따라 소비 바스켓이 다르고 이에 따라 이질적인 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통화정책이 기존에 논의돼 왔던 소득이나 자산가격 측면뿐만 아니라 물가 측면에서도 재분배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 한국에서 재정정책은, 효과 내기 위해선 가계부채 관리해야

재정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는 가계부채 수준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며, 가계부채가 낮은 경우 정책 효과가 더욱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이러한 정책효과의 비대칭성은 한국 등 비기축통화국의 경우 더욱 크게 나타났다.

이예일(한국은행)·허준영(서강대)의 연구결과를 보면 재정정책의 경기부양 효과는 가계부채 수준에 따라 차이를 보였으며, 대체로 가계부채가 낮은 경우에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가계부채 수준별 재정정책 효과의 차이는 국가그룹별로 상이해 한국 등 비기축통화국 그룹에서 비대칭성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축통화 사용 국가 그룹의 경우에도 저부채 상태에서 재정정책의 효과가 더 커지는 패턴을 보였으나,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고 했다.

국가별 가계부채 및 장기이자율 수준에 따라 세부 그룹화하여 살펴본 결과 장기이자율 수준이 재정정책의 효과성과 관련하여 더 중요한 변수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따라서 "가계부채가 높을수록 재정정책의 효과가 제약될 수 있다는 점은 정책 환경 개선을 위해 가계부채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비기축통화국 그룹에서는 고부채 상태에서 정부지출의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제약될 가능성이 높아 더욱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포용성장 위한 재정정책 아이디어...지출은 '저소득층 타게팅'하고 공공투자는 '양질'이어야

다른 나라 연구자들도 포용 성장을 위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세계적으로 이미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 가운데 포용적 성장을 위해 통화·재정정책을 어떻게 섞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됐다.

우선 잘 알려진 것처럼 재정정책 차원에서 지출을 늘릴 때도 저소득층이 수혜를 받도록 타게팅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 등이 거론됐다.

린셰핑대학교(스웨덴)의 가지 살라 우딘(Gazi Salah Uddin) 교수는 "지출 항목별 분석 결과 저소득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교육, 의료, 사회보장 부문에서의 정부지출이 확대되면 지니계수는 1년 뒤부터 하락했다"면서 "초기에는 임금, 자산가치 상승 등을 통해 고소득 계층도 혜택을 받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의도에 부합하게 자원이 재분배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국가 여건별 분석 결과 신흥·개도국일수록, 공공부문이 부패할수록, 기후위험에 노출되어 있을수록, 기초재정수지 수준이 낮을수록 포용적 지출의 소득 불평등 개선 효과는 낮아졌다"면서 "해당 특성을 보유한 국가에서는 단기적 대응을 위해 공공자원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그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집중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에선 '큰 정부'의 등장에 따라 공공투자 확대가 국가 신용위험(Sovereign Risk)과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양질의' 공공투자라면 얘기가 다를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아맷 아다로프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양질의 공공투자는 국가신용 위험을 완화하고, 성장을 촉진해 국가부채의 지속가능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공공투자의 질적 수준(PIQ)이 높은 국가에서는, 공공투자의 확대에 따라 국가 신용위험(CDS 스프레드)이 하락하지만, 질적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는 신용위험이 상승한다"고 밝혔다.

재정준칙, 기초재정수지 개선 효과...개선의 효과는 국가별 여건에 따라 달라

재정준칙은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재정 준칙을 채택해 거시경제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다만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미치는 효과는 국가별로 상이하게 나타났다.

한국에선 최근 수년간 재정준칙 도입 여부를 두고 큰 논란이 이어지기도 했다.

브램 구트예스(Bram Gootjes)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준칙의 도입은 평균적으로 기초재정수지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효과의 지속성은 국가 특성, 즉 제도적 기반 및 도입 당시 여건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제도적 기반보다는 도입 당시의 경제·정치적 여건이 효과의 지속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소개했다.

구트예스 이코노미스트는 " 국가 특성별로 분석한 결과 신흥국 및 개도국, 자원 수출국 등 정책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한 국가들에서는 기초재정수지 개선 효과가 일시적인 데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여건별 분석 결과 경제가 취약하거나 정치 권력이 집중된 상황에서 도입 된 재정준칙은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국가에서도 그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지 못하는 경향이 관측된 반면, 안정적인 경제 상황이나 정치 권력이 약한 상황에서는 광범위한 합의와 조율을 거쳐 준칙을 도입하는 만큼 제도적 기반이 미흡해도 그 효과가 장기간 지속됐다"고 밝혔다.

이는 재정 준칙의 도입이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되거나 단기적 압력 대응 수단으로 활용돼 시간이 지나 여건이 변화하면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 재정준칙, 중국 지방정부의 활용법

최근 중국 지방정부의 과도한 부채 문제와 관련, 재정준칙의 자발적 이행을 유도하는 시스템 구축과 금융안정 제고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오는 중이다.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 지표가 전체적으로 악화되는 가운데 일부 지방정부는 해당 지역 GRDP 대비 부채비율이 150%에 근접했다.

단일 통화권인 유럽연합은 회원국이 준수해야 할 재정준칙으로 3%~60% 룰을 제시했으며 준칙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제도 개선 중이다.

즉 재정수지 적자는 GDP의 3% 이하, 정부부채는 GDP 대비 60% 이하로 유지하는 규칙이다.

중국 지방정부에 이와 비슷한 룰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다.

요틴 진자락(Yothin Jinjarak) ADB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연합의 사례와 같이 중국에도 재정준칙의 자발적 이행을 유도하는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금융 안정 제고 조치 도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지출을 중간목표 변수로 해 각 지방정부의 준칙 준수를 유도할 필요가 크다고 제안했다.

정부지출은 다른 지표에 비해 각국 정부가 비교적 쉽게 통제가 가능하고 감독당국도 지침 준수 여부에 대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용이해 이를 활용할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3%~60% 룰을 미준수한 국가들에게 정부지출 변수 경로를 제시하고 해당 경로를 준수할 것을 요구한다.

진자락 이코노미스트는 "지방정부가 관할구역에서 자율적으로 세율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게 함으로써 지방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개선할 수단을 제공한다"면서 "유럽연합 사례에서 거버넌스 개편 없이 단순히 준칙 미준수 시 제재를 강화하는 조치는 실효성이 없었다"고 했다.

아울러 지방정부의 높은 부채 수준이 향후 연쇄적인 금융위기를 유발할 가능성을 고려해 금융위기 예방조치(단일 감독기구의 설립)와 금융위기 발생 시 구조조정 장치(정리 기금의 조성)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럽연합에서는 단일 감독기구가 114개 은행의 건전성을 상시 감독하고 있으며 위기 발생 시 사전에 조성된 기금(금융기관들이 기금 조성에 참여하여 정부재정 추가 부담 없음)을 활용해 기업 정리 절차를 수행한다.

■ 미국 통화정책, 신흥국에 미치는 롤오버 이펙트 관리하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통화정책, 특히 비전통적 통화정책(UMP)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신흥국 금융시장에 큰 파급 효과를 초래했다.

다만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국의 금융 스트레스를 증대시키지만, 통화정책 독립성이 높은 국가는 이러한 외부 충격을 효과적으로 완충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루드라 센사르마(Rudra Sensarma) 인도경영대학원(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 교수는 2008~2021년 기간 동안 20개 신흥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준 정책에 따른 신흥국 스트레스'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금융 스트레스는 주식·채권 스프레드, 주식 수익률, 외환시장 압력(불안정성), 은행 부문 베타, 주가 변동성 5개 금융지표에 대한 주성분분석(PCA)을 통해 산출된 지수로 측정했다.

금리가 제로 하한(ZLB)에 도달한 이후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효과까지 반영하기 위해 그림자 단기금리(SSR)를 활용하여 통화정책 기조를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센사르마 교수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는 신흥국의 금융 스트레스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며, 통화정책 독립성이 높은 국가일수록 충격이 효과적으로 완화됐다"면서 "장기적으로 미국의 통화 긴축(SSR 상승)은 신흥국의 금융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반면, 단기적으로는 통화 완화(SSR 하락) 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융 스트레스가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는 자본유입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급격한 정책 변화가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높여 단기적으로 금융 불안정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신흥국의 통화정책 독립성이 높을수록 미국의 통화정책 충격에 따른 금융 스트레스가 완화되며, 이는 금리나 환율 등 주요 변수를 자국 여건에 맞게 조정해 대외 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신흥국의 통화정책 독립성은 글로벌 충격에 대한 핵심적인 완충기제로 작용하며, 자본 유출입에 민감한 신흥국일수록 통화정책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 경제위기 후 회복 위해선...제도 갖추고 정치 안정 유지하는 것도 중요

각국의 제도적 발전 수준과 무역 제한 정도는 글로벌 경제 충격 이후 경기회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특히 정치적 불안과 높은 무역 장벽은 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논문도 발표됐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COVID-19 팬데믹은 성격은 다르지만 모두 세계 경제에 광범위한 침체를 초래했다. 이후 국가별 회복 경로와 그 결정 요인은 달랐다.

거시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정치적 안정성, 제도적 발전 수준, 무역 제한 정도 등 제도적·정치적 요인이 경기 침체와 회복에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멜 사다우이(Jamel Saadaoui) 파리8대학교(University Paris 8) 교수는 "경기 침체 정도가 깊을수록 회복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을 확인했으며, 이는 Friedman의 플러킹 모델(plucking model)에 부합한다"면서 "다만 제도적 발전 수준이 낮거나 무역 제한이 높은 경우 이러한 회복 경향은 약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그는 "정치적 안정성이 높은 경우 외환 보유액과 금융 발전이 경기 침체 확률을 낮추는 반면, 안정성이 낮은 경우에는 오히려 침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흥국은 제도적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무역 장벽이 높은 경향이 있어 글로벌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통화정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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