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6-2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정부의 '코스피 5000 마케팅'...기대와 의심, 그리고 의혹

  • 입력 2025-06-27 13:1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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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올해 코스피지수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올해 코스피지수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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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코스피지수가 3,100선을 넘었다가 연이틀 밀리자 '정치 구호의 한계'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스피시장에선 최근 급등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실현이 나오고 있다.

정권 교체에 따른 정책 기대감 등은 상당부분 선반영돼 이제 조심스럽게 접근할 때가 됐다는 주장도 보인다.

■ 정부의 코스피 5,000 마케팅...이제 상법개정 구호만으론 더 끌고 가긴 어렵다?

전날 이재명 대통령은 추경 관련 시정 연설에서도 주가지수 5천시대를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정상화'를 강조하면서 코스피지수 5천 시대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통령은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면 경제도 살고 기업도 제대로 성장 발전하는 선순환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바라는 코스피 5000시대를 열어 제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AI와 반도체, 그리고 신재생을 뒷받침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은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조속히 완료해 기후 위기와 RE100에 대응해야 한다"면서 "바이오산업과 제조업 혁신, 문화산업 육성에도 힘을 기울여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시장에선 그러나 대통령의 '주가지수 5천 시대' 독려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주식전략가는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도 자본시장 정상화와 코스피 5천 시대를 언급하고 경제 회복, 산업 지원 방향성에 대해 강조했다"면서 "하지만 기존 대비 새로운 내용이 부재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발언이 정책 기대감을 '추가로' 주입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했다.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자본시장 정상화 작업을 이어갈 수 있지만, 일단 이 재료에 대한 기대감은 꽤 반영돼 있다.

최근 주식시장은 6.3 대선 이후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 등으로 올랐다.

지수가 3천대로 올라선 뒤엔 장이 밀리 때 개인이 방어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수가 3,100선을 넘어선 다음날부터 외국인이 이날까지 3일 연속 순매도하면서 장은 밀리고 있다.

■ 정부의 코스피 5,000 마케팅...유동성 장세, 당장 끝날 일 아니다

하지만 당장 유동성 장세가 종식되기 보다는 잠깐 쉬었다가 더 갈 것이란 기대감도 상당하다.

지수가 3,100선을 넘어선 뒤 차익실현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지금을 주가 상승의 끝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진단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지수가 급하게 올라온 데 따라 일단 잠시 쉬어가는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펀드매니저는 "정책 기대감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워낙 수급이 좋아 보여 지수가 의미 있게 주저 앉기도 어렵다"면서 "주가지수가 바닥을 다지면서 3천선에 안착한 뒤 재차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적으로도 정부와 여당이 여기서 멈추긴 어려울 것으로 봤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주식 펌프질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단기적으로 상법 개정안이 통과하고 실적 시즌에 돌입하면 그 핑계로 차익실현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대기매수 수요가 계속 들어올 것으로 보이며, 밀릴 때는 저가매수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정부의 코스피 5,000 마케팅...한국경제 추락 전 '억지로 주가 올릴 가능성'도

이재명 대통령은 유력 정치인이 된 뒤부터 '기본소득과 기본사회'를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사용해 왔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은 나라가 부모 역할까지 하는 '국가 어버이론' 주창자라는 평가까지 받는다.

대통령은 생애 주기별, 그리고 지역별 맞춤형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저렴한 임대 주택, 무상 치료, 주4.5일제 등도 공언했다.

이재명 정부는 정부가 개인들의 삶을 책임지면서(?) 산업 정책에서도 기업들을 끌고 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AI 100조원 투자, GPU 5만개 확보 등을 공언하고 에너지 분야에선 신재생 투자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접근을 불안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주가가 5천까지 오르기 위해서도 '자본시장 질서 정상화'와 함께 산업정책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정부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시각도 꽤 많은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현재 상법 개정을 통해 지배주주의 책임을 강화하고 경영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배당을 확대해 한국 주식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가를 멀티플 개념에서만 접근하는 건 한계가 있다.

미래 가치를 먹고 사는 주식에 대해 '평가 차원'만 내세워선 안 되고 결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좋아져야 한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상법 개정, 배당 확대 같은 것만 갖고 주가를 올리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면서 "경영 투명성 문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갖고 있는 돈을 나눠 갖는 방식"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정말로 주가가 높아지려면 기업들이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한다. 물건이 잘 팔리고 원가가 낮아져야 하는데, 지금 한국기업들에겐 그럴 전망이 별로 안 보인다"고 진단했다.

아무리 상법을 개정해도 기업이 돈을 더 버는 것은 아니며, 이 과정에서 지수를 5천까지 올리려면 각종 연기금, 한은같은 곳이 엉뚱한 짓(?)을 하도록 할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사실 중앙은행이 주식을 사주는 방식은 일본이 썼다. 에컨대 일본 아드반테스트의 경우 회사 주식의 26%를 일본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주식까지 사주는 양적·질적 완화를 해온 곳이다.

김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억지로 '이런 방법까지 동원해' 주가를 올리려 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을 경우 이재명 정부가 일본처럼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면서 "결국 이재명 정부는 앞으로 국채를 굉장히 많이 발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가 빚을 내 건전한 경제성장에 기여하면 이는 좋은 투자로 볼 수 있다. 반면 정부가 낸 부채가 국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실패하면 이는 국가의 미래 경제를 갉아먹어 전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김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지금 말하고 있는 투자는 후자에 가까울 것으로 보면서 크게 염려했다.

김 교수는 "싱가폴은 높은 국가부채비율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투자를 한 반면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은 그러지 못했다"면서 "국가의 투자는 소득을 높이고 산업에 기여해야 하지만, 공짜로 먹고 노는 식이면 곤란하다"고 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의 투자가 과연 한국인의 생산성을 높여놓을까. 정부가 앞장선 AI투자, 지역화폐, 태양광 발전 등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가. AI쪽은 연구개발할 인재에 투자하는 게 맞는 방향이고, 태양광이나 풍력은 발전단가만 높일 수 있다"면서 이재명 정부 방식의 투자는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미래세대에게 부담만 지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정부의 코스피 5,000 마케팅...거대한 개인투자자 무덤 만들기 위한 빌드업인가

금융시장에선 상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대한상의 설문 등을 보면 기업가들은 대체로 상법 개정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온다.

일각에선 기업가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정책을 통해 '주가를 날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너무 나이브하다고 본다.

정치권 야당 쪽에선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만 생각하고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상법 개정안이 궁극적으로 한국 기업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면 장기적으로 주가가 안정적 오름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이번 임시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들이 발의한 안은 문제가 크다"면서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고, 경쟁기업에 의한 영업 비밀의 유출 위험이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집중투표제만 하더라도 이 제도를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중국 뿐이라고 했다.

장 의원은 "집중투표제를 하는 곳은 OECD 국가 중에는 어디에도 없다. 그나마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들은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서 필요한 범위 내에서보다 실효성 있게 제도 보완을 하자고 계속 제안해 왔던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을 통해서 코스피 5천을 달성하겠다고 하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부실하게 쌓아 올린 코스피 5천은 결국 주식 투자자들의 눈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여당이 진정 경제 회복과 주식 투자자들의 보호를 원한다면 자신들이 주장하는 상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법 개정안 등 국민의힘이 제시하는 법안까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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