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이란과 주변국들, 출처: 위키피디아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호르무즈 봉쇄 현실화 가능성은...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이 현지시간 21일 이란의 지하 핵시설을 직접 폭격했다.
미국은 B-2 폭격기를 이용해 이란 포르도에 최신형 벙커버스터 GBU-57를 12발 이상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밤 10시 백악관 대국민 담화에서 "중동의 깡패(bully)인 이란은 이제 평화를 구축해야 한다. 이란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향후 공격은 훨씬 강력하고 훨씬 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이란 본토의 주요 시설을 직접 타격한 것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이번 벙커버스터 공격으로 이란의 주요 핵 시설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은 주요 핵 시설은 건재하다고 맞서고 있어 주장이 갈리고 있다.
금융시장은 일단 유가를 주시하고 있다.
만약 전쟁이 장기화되고 협상이 실패하면 국제 유가는 130불, 150불 등으로 대폭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하지만 현재로선 여전히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와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란 의견도 많다.
이날 국내 주가지수는 주말에 벌어진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반영해 약세로 출발했으나 밀리는 데 한계도 보이면서 장중 낙폭을 축소했다.
■ 보복 다짐한 이란...의회, 일단 호르무즈 봉쇄 의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오후 7시47분 자신의 SNS에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3곳을 폭격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당시 "우리는 이란 내 3개의 핵시설인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을 대상으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수했다. 모든 전투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벗어났고 주공격 대상인 포르도에 폭탄을 완전 투하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그는 "모든 항공기는 무사히 귀환하고 있다. 위대한 미군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대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면서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시간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포르도는 끝났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란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는 미국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란은 "핵 시설 출입구 표면이 경미하게 손실됐을 뿐 별다른 피해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란 원자력청은 미리 농축 우라늄도 안전한 곳으로 옮겨 놓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란 의회는 미국의 폭력 행위를 규탄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하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최고국가안보회의에 달려 있으며, 실제 봉쇄가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
시장에선 만약 봉쇄가 이뤄지면 유가가 130달러대 이상으로 뛸 수 있다는 진단 등이 나오고 있으나 실제 호르무즈 봉쇄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지금까지 호르무즈가 봉쇄된 적은 없었다.
■ 호르무즈 봉쇄,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란의 우방' 중국 이해도 걸려 있어
이란의 미국·이스라엘에 대한 보복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사안은 호르무즈 봉쇄 여부다.
호르무즈 해협은 넓이가 33킬로미터 밖에 안 되는 좁은 지역이다. 이 해협은 이란 쪽으로 수심이 깊기 때문에 이란이 마음만 먹으면 기술적으로 이 지역을 봉쇄하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란이 실제로 호르무즈 봉쇄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마영삼 전 이스라엘 대사는 23일 YTN 방송에 출연해 "이란이 전세계의 비난을 무릅쓰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미군에 대할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면서 봉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이란이 미군 기지를 공격하는 것은 쉬워 보이지만, 공격시 상당한 보복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마 전 대사는 "이란 인근 아랍 국가들에 미군 육해공군이 주둔해 있으며 그 수만 4만명에 이른다. 항모 전단 2개가 배치돼 있고 또 한개의 전단이 지중해 오른 쪽에 들어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입장에선 공격할 장소가 많고 쉬운 목표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공격하게 되면 미국의 매우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하며 이를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이란이 자존심이 강한 나라지만, 세계 최강국에 맞설 정도로 무모한 일을 벌어진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미국과 이란이 곧바로 핵 협상을 재개하기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큰 타격를 입은 이란에 대해 미국이 결국 출구전략을 마련해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호르무즈 봉쇄는 또 이란의 '우방'인 중국의 이해관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이란이 독단적인 결정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호르무즈는 한국과 중국 원유 수입의 70%, 50% 가량과 일본 수입분의 대부분이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특히 이란이 중국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여서 봉쇄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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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유가 제한적 등락...호르무즈 전면 봉쇄는 낮은 확률 무게
금융 투자자들 사이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 심화를 대비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이같은 우려의 중심엔 호르무즈 해협이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위협이 국제 유가를 올릴 수 있으며,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 압력이 커질 수 있다. 이는 연준, 한은 등의 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구도에선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모두 위축될 수 있다는 견해도 많다.
하지만 현재 유가나 금융시장 가격변수 움직임이 격렬하지는 않다. 유가는 70불대 중반에 있으며, 주가지수는 장중 낙폭을 축소하는 등 금융 가격변수 움직임이 '재료의 무게감'에 비하면 제한적이다.
결국 원유시장이나 금융시장은 호르무즈 봉쇄 우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스트레티지스트는 "이란 의회는 미국의 공습에 대응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가결했으며 최종적으로 국가안보회의(SNSC)의 승인이 남아 있다"면서 "중동 불안정성이 크게 높아졌지만 분쟁이 장기화되거나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했다.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20%, 전면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10% 정도로 낮게 봤다.
그는 대신 "단기 갈등 이후 협상 모드로 전환될 가능성을 40~50%, 상황에 따라 이란의 항복에 따른 조기 종전 가능성이 20~30% 정도"라고 평가했다.
현실적으로 이란이 전면전, 장기전을 수행할 여력은 크지 않다고 봤다. 또 미국의 첫 이란 본토 공격에 따라 정치적 반발은 불가피하지만 이란 지도부가 정권 교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확전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 호르무즈 봉쇄, 실시된다면 단계적으로...미국 보복 감안해야
이란이 호르무즈를 단숨에 봉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일단 이란 의회가 호루무즈 봉쇄를 의결한 것은 향후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들의 단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란은 또 국회 차원에서 자산들의 미래 행위에 대한 버퍼를 만들면서 주변 국가들에 경각심을 안겼다.
만약 봉쇄가 이뤄지면 단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미사일 발사나 유조선 나포 행위 등을 통해 부분적인 봉쇄를 시도한 뒤 점차 봉쇄 강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에 대해 경고하는 중이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등 미국 인사들은 이란이 냉정을 찾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밴스는 22일 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란이 아닌,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전쟁하고 있다. 우리의 가장 큰 레드라인은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도하면 이는 이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살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