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이스라엘 매체 타임오브이스라엘

(장태민 칼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궁지로 모는 미국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현지시간 15일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이 공격을 멈춘다면 우리도 보복 조치를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락치 장관은 "우리의 방어는 전적으로 합법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약자'가 선심 쓰듯이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뭔가 어색했다. 당시 이란 외무장관의 발언으로 이란 전투력의 취약성이 노출됐다.
이미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공습에 이란은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란 군부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마저 '쉽게' 제거됐다.
■ 이스라엘, "우리는 더 때리고 싶다"
현재 전황은 예상대로 이스라엘이 우위에 서 있다.
이스라엘은 제공권을 장악한 만큼 이란의 핵 시설을 더 파괴하길 원하고 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결사 반대해온 이스라엘은 이참에 이란의 핵 기술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길 원한다.
전쟁 수행능력에서 밀리는 이란은 어쩔 수 없이 협상을 하면서 후일을 도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수세에 몰린 이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 참에 더 때리길 원한다.
이스라엘 입장에선 전략적으로 볼 때 당연한 선택이다.
이스라엘은 이미 이번 공격에 앞서 헤즈볼라, 하마스 등 이란의 사주를 받는 동맹 세력들을 제압해 놓은 상태였다.
여기에 이란 역시 최근 수년간 이스라엘과 충돌하면서 방공망이 크게 약화된 상태였다.
최근 수년간 기강이 해이해진 한국의 국정원과는 차원이 다른 이스라엘 정보조직 모사드의 움직임도 돋보였다.
이스라엘은 앞선 정보력을 바탕으로 이미 이란 군대와 원자력 관련 핵심 인력들을 상당수 제거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호세인 살라미 혁명수비대 사령관 등 이란 핵심 인사를 겨냥해 보여준 서지컬 스트라이크 능력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이란-헤즈볼라-하마스-후티 등이 이스라엘과 미국에 맞서긴 어렵다.
■ 이스라엘, 이란 우라늄 농축 강력 반대하며 핵무기 접근 차단
JCPOA(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는 2015년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체결된 이란 핵문제에 관한 다자간 합의다.
이란의 군사목적 핵 개발 중단, 우라늄 농축 능력과 비축량 제한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2015년 이란 핵합의(JCPOA)에서 이란은 3.67% 이하의 저농축 우라늄만 보유하도록 제한했다.
하지만 2018년 5월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JCPOA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란도 합의 이행 의무 중단을 선언하면서 단계적으로 우라늄 농축 농도를 높여왔다.
이란은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 '평화적 사용'이 목적이며, 핵무기 개발 의도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나 서방국가들이 이를 곧이 곧대로 믿긴 어려웠다. 특히 이스라엘은 계속해서 우라늄 고농축 시설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았다.
이란의 대표적 우라늄 농축 시설은 나탄즈, 포르도, 이스파한 등에 있다. 이스파한에는 60% 고농축 우라늄이 대량 저장돼 있어 이곳에 보관된 우라늄만으로도 핵탄두 10개 정도는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에서 방사능 유출 우려 때문에 이스파한에 위치한 최대 우라늄 저장시설을 때리지 않은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포르도 지역엔 또 지하 80m에 위치해 60%까지 농축이 가능한 원심분리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라늄 '농축'은 핵무기 개발과 직결된다. 일반적으로 20% 미만은 저농축, 20% 이상은 고농축으로 분류된다. 90% 이상이 되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우라늄을 60%까지 농축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은 긴장했다.
이란이 순도 60% 농축 우라늄을 400kg 가량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는 민수용으론 3.67% 이하 저농축 우라늄만 허용한다.
또 이란이 원심분리기를 활용해 2주 내에 무기급인 '90% 우라늄' 생산을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대응 속도를 높여야 했다.
이란이 단기간에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알려지면서 이스라엘 등은 이번에 이란의 핵 관련 시설, 인력 등이 제 역할을 못하게 만들어야 했다.
■ 이스라엘의 결기...네타냐후 '이란 제대로 손 보겠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정권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신학에 기반한 이란 '폭력배'들의 통치가 끝나야 한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스라엘 신문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날 "네타냐후는 이스라엘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를 죽이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네타냐후는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게 이슬람 제국과의 '갈등을 끝내는' 확실한(surefire) 방법으로 본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이스라엘 총리는 자신들의 이란 공격을 정당화했다.
신문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은 중동지역에서 반백년 이상 테러 행위를 했다. 이란은 '영구적인 전쟁'을 원하고 있으며, 우리를 핵전쟁 근처까지 이끌었다"면서 "지금 이스라엘이 하고 있는 행위는 이를 막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이같은 이란의 적대적 행위를 끝내겠다. 그리고 우리만이 악의 힘에 맞서서 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불타고 있는 중이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수도 테헤란을 떠나라고 경고한 뒤 폭발음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이스라엘 매체 예루살렘포스트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시민들에게 '즉각 테헤란에서 피하라'고 한 뒤 폭발음들이 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SNS에 "이란은 내가 '딜'(deal)에 사인하라고 할 때 사인했어야 했다. 안타까운 목숨들만 낭비됐다"고 했다.
트럼트는 '이란은 핵 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쓴 뒤 사람들에겐 테헤란에서 떠나라고 적었다.
■ 미국, 이스라엘과 보조 맞추기...美 해상패권의 상징 니미츠 출격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미국은 이스라엘의 방어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협상을 희망하지만 때로는 국가들끼리 싸워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미국은 늘 그렇듯이 이스라엘의 편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미국이 어느 선까지 더 용납할지 주목을 끈다.
미국이 이를 얼마나 더 지원할지, 그리고 어느 선에서 자제시킬지 봐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에도 "이란은 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지 않다. 그들은 대화해야 한다. 늦기 전에 즉시 대화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항상 이스라엘을 지지해 왔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이스라엘을 강력히 지지해 왔으며, 현재 이스라엘은 매우 잘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어느 선에서 마무리될지 상당 부분이 미국의 판단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대한 군사적 개입 정도를 묻는 질문에 "말하고 싶지 않다. 지켜보자"고 반응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은 항공모함 니미츠호를 중동의 분쟁지역으로 긴급하게 이동시키고 있다. 베트남 다낭에 입항할 예정이었지만 경로를 바꿨다.
니미츠호는 미국 해군의 대표적인 핵추진 항공모함으로 미국의 해상패권을 상징한다.
니미츠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해군의 영웅 체스터 니미츠 제독의 이름을 딴 것으로, 병력 5000명, 60대 이상의 항공기를 탑재한 항모다.
니미츠호의 중동 배치는 이번 전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다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졌음을 의미한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