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7-31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전 시카고 연은 총재가 말하는 '간결한 통화정책' 필요성

  • 입력 2025-06-02 11:44
  • 장태민 기자
댓글
0
[뉴스콤 장태민 기자] 찰스 에반스 전 시카고 연은 총재가 '간결한 통화정책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반스는 2일 한국은행 국제컨퍼런스에 참여해 복잡한 통화정책이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통화정책이 물가와 고용 외에 금융안정 등 많은 책무를 부여받으면 오히려 의사결정 과정에서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간결한 프레임워크를 운영하기 위해선 심층적인 연구 분석과 함께 정확한 인플레이션 예측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 통화정책 '간단·명료하게' 접근할 필요성

이날 서울 한국은행에서 열린 '25년 BOK 국제컨퍼런스'(경제구조 변화와 통화정책)에 참석한 찰스 에반스 전 시카고 연은 총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이 상당히 복잡해졌다고 평가했다.

연준 통화정책 체계는 2012년부터 명시적인 2% 인플레 목표와 이중책무(dual mandate)라는 간결한 구조를 통해 기대 인플레를 안정화시켰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상황이 변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이후 평균물가목표제(FAIT), 고용 부족분(shortfall) 중심 접근(통화정책이 주로 고용이 최대 수준에 미달하는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 실효하한(ELB) 위험 명시 등 다양한 목표 추가로 복잡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연준은 다시 명료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에반스는 "간결한 통화정책 체계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서는 연준 의장과 정책위원회의 강력한 리더십, 독립적인 의사결정 능력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올해들어 연준은 간결한 통화정책 체계의 복귀를 논의하는 중이다.

2025년 1월 FOMC 회의록에서 파월 의장은 19명 FOMC 위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의 성명서'를 통한 간소화 방향을 시사했다.

에반스는 주요 개편방향에 대해 ① FAIT 축소, ② 고용목표의 양방향 편차(deviations)로 복원(실업률이 너무 높거나 낮을 때 모두 통화정책으로 대응하는 전통적 접근법), ③ ELB 지침 간소화, ④ 안정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 유지의 중요성 지속 등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금융안정 목표 추가의 한계 등을 거론했다.

에반스는 "통화정책은 금리 조정이라는 단일 채널만으로 물가와 고용 안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므로 이미 충분히 도전적"이라며 "여기에 금융안정 목표까지 추가하면 정책 목표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2008년 금융위기 시 제로금리(0–0.25%) 및 QE의 장기화는 과도한 위험 추구 행태를 유발했으며, 2022년 급격한 금리 인상은 장기금리 급등으로 실리콘밸리 은행,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 등 은행 파산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에반스는 따라서 "연준의 통화정책 수단을 이중책무 달성에 집중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금융불안 완화를 위해서는 비통화정책 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 정확한 인플레 예측의 어려움...그리고 화폐환상

에반스는 간결한 통화정책 체계를 위해선 정확한 인플레이션 예측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경험은 전통적 예측 기법의 한계와 개선 필요성도 여실히 드러냈다고 밝혔다.

에반스는 "팬데믹 기간 중 옐런 필립스 곡선 예측(Yellen Phillips Curve)은 실제 인플레이션과 큰 괴리를 보였다. 이는 전통적인 수요 변수보다 공급측 변수(핵심 수입재 상대가격)가 핵심 예측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이를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인플레이션 예측을 위해서는 공급·수요 충격의 변화를 신속히 식별하고,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통해 예측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팬데믹 동안 예측 모델은 실패했으나, 안정된 기대인플레이션 관리 덕분에 2024년에는 경기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2%)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고 했다.

에반스는 또 팬데믹을 거치며 특정 상품의 상대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물가 수준이 급등함에 따라 대중의 ‘화폐환상(money illusion)’ 현상이 심화될 우려가 제기됐다고 밝혔다.

또 소비자들이 특정 품목(계란, 중고차)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연준 통화정책의 실패로 오인하고, 개별 품목 가격 안정까지 연준의 책무로 기대하는 현상이 확대됐다고 염려하기도 했다.

에반스는 "개별 상품의 상대가격 변동은 본질적으로 시장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 과정의 결과"라며 "연준의 통화정책은 전반적인 물가 수준 안정에 그 역할이 국한됨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 대중의 통화정책 오해...중앙은행 목표 복잡해지면 의사소통 어려워져

에반스는 이날 강의에서 다수의 대중들이 연준을 오해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에반스는 "연준이 하는 일을 대중들이 오해하고 있다"면서 연준이 말하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물어보면 오해하는 답변을 많이 내놓는다고 했다.

에반스는 또 "대중은 개별 품목의 가격 상승을 인플레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 정치적 지향(공화당, 민주당)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꽤 새로운 리스크라면서 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정교한 통화정책 체계도 중요하지만 정책 성공은 궁극적으로 정책 당국의 강력한 리더십에 크게 좌우된다"면서 "통화정책 본연의 범위를 넘어서는 추가 목표 설정은 신중해야 하며, 대중의 잘못된 인식 해소를 위한 명확하고 지속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전 시카고 연은 총재가 말하는 '간결한 통화정책' 필요성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전 시카고 연은 총재가 말하는 '간결한 통화정책' 필요성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