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월간 주택동향 주요지수

(장태민 칼럼) 코로나 시대 쓰라린 기억...기준금리 추가인하 룸 가늠할 서울부동산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금통위에서 1%대 기준금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뒤 금융안정 문제를 거론했다.
시장에선 기준금리가 2.5%로 낮아졌지만 경기 어려움이 이어질 수밖에 없어 일단 추가 인하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내 추가 인하 열어두기'를 택했다.
하지만 경기가 어렵더라도 금리를 주구장창 내릴 수는 없다. 물가안정과 함께 한은의 정책목표로 자리하고 있는 금융안정 때문이다. 전날 금통위 역시 이런 점을 상기시켰다.
■ 금통위, 코로나 때 경험한 제로금리 정책 실패에서 자유롭지 않아
금통위는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과정에서 금융안정 문제를 더 신중하게 고려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서울 부동산 때문이다.
일단 한은은 현재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리를 더 내릴 경우 이 돈들이 한국경제 내 건전한 쪽으로만 간다고 보기 어렵다. 즉 자산시장도 자극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이 총재도 전날 금통위에서 "우리가 금리 인하 기조에 있고 이미 2.5%로 낮췄고 앞으로도 추가로 더 인하한다면, 유동성이 긴축적인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자산가격을 더 올릴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 충분히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재는 "특히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클 경우에는 유동성 공급이 기업의 투자라든지 실질경기 회복보다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그것은 우리가 코로나 때 경험한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은행 내부엔 지난 코로나 사태 때 실시한 0% 기준금리 실험(0.5%까지 인하)이 집값 상승을 더욱 자극한 '정책실패'였다고 반성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의 금통위 역시 당시의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는 주장도 보인다.
한 베테랑 한국은행 직원은 "몇 년 전 문재인 정부가 내놓는 집값 대책마다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킬 때 한은 역시 책임이 있었다"면서 "한은이 필요 이상으로 금리를 내려 사태를 악화시킨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의 금통위원들은 그 실패의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현재 레벨에서 금리 인하 룸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 3개월 내 금리인하 열어둔 위원들도 '부동산 신경 쓴다'...몇 년 전 사건이 바꾼 사고의 패러다임
이창용 한은 총재는 7~8월 중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금통위원들도 부동산 가격 문제를 신경쓰고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
이 총재는 "앞으로 금리를 더 내리더라도 성장률뿐만 아니라 금융안정도 보면서 하겠다라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코로나 때의 경험)"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다음 3개월 내에는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씀하신 분들, 그 다음에 금리를 낮추는 데 열어놔야겠다고 하시는 네 분, 모든 분들이 다 강조하시는 게 부동산 가격"이라고 했다.
총재는 "특히 서울지역의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한 번 더 보면서, 불확실성을 보면서 결정을 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모든 금통위원들이) 같은 생각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사실 몇 년 전 아파트값 가격 폭등의 여파는 엄청났다. 이 사건은 한국의 계급구도를 완전히 갈라 버렸으며, 두고두고 정책이나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도 남아 있다.
서울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문재인의 아파트값 폭등 정책(결과 기준)과 자산 양극화, 이후 정부의 부동산 거래를 죽이는 정책이 지금 내수부진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지금도 그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며 "부동산 붐과 PF 문제, 건설경기 침체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우려 등이 맞물려 금리정책까지 제약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한국경제의 비극...집값 폭등 부작용과 계속된 건설 부진
사실 내수경제에 있어서 건설업은 GDP 비중 이상으로 중요하다.
성장 시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야 한다는 차원에서 건설업을 폄하하는 시각들도 많았지만, 건설의 중요성을 간과하긴 어렵다.
입주나 이사 등에 따라 각종 내구재 소비가 일어나는 등 내수에 있어서 건설투자는 상당히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건설업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황을 이어가는 듯했다.
한국은행도 뒤늦게(!) 2024년부터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이상해진 성장지표 등을 훑어보다가 '건설'에 눈을 뜬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였다.
최근 수년간 부동산 가격 폭등을 제어하기 위해 '건설을 잡다보니' 전체 한국 내수가 흔들렸고 중앙은행이 이를 뒤늦게 눈치 챈 것으로 평가된다.
이창용 총재는 내수 부진과 건설업의 어려움, 그리고 이런 일들이 추가 금리인하와 맞물릴 때 가져올 부작용 등을 우려하는 듯하다.
이 총재는 전날 금통위에서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진정되고 정부 추경안이 확정됐음에도 성장률을 0.7%p나 낮추게 된 배경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먼저 건설의 영향이 가장 컸다"면서 "건설투자는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 정도이지만 건설경기 침체 심화로 감소 폭이 예상보다 커지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0.4%p정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 뒤늦은 반성...사실 건설은 한국 내수의 핵이었다
최근 2년 동안 한국 성장률의 발목을 잡아온 가장 큰 분야가 건설투자다.
한은 총재도 전날 금통위에서 뒤늦게(?) 이 문제를 다시 강조했다.
사실 필자의 기억에 한은이 GDP 차원에서 건설 쪽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본 것은 작년, 작년 중에서도 작년 하반기였던 것같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을 1.5%(2월)에서 0.8%로 낮추면서 건설투자의 악영향이 무려 0.4%p에 달한다고 알렸다. 따라서 건설업만 정상적이었으면 한국경제가 현재 이 정도까지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이창용 총재는 "올해 우리 예상으로 GDP가 0.8% 성장한다고 할 때 건설투자는 -6.1% 감소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기여도로 따지면 0.9%가 건설투자에서 영향을 받고 있는데 그래서 건설투자가 지금 6% 하락이 아니라 0%가 됐다고 그러면 올해 성장률은 0.9가 늘어서 0.8이 아니라 1.7%가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총재는 "그래서 건설 하나가 이렇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데, 그러면 건설은 왜 이렇게 나쁘냐, 이게 그러면 경기가 나빠서 나쁘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이게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막 좋고 할 때 과도하게 투자해 놓고 특히 건설경기 중에서는 주택경기, 주택경기 중에서는 지방주택이 굉장히 많이 공급이 돼서 그것이 지금 PF 통해서 조정되는 과정에서 건설경기가 이렇게 나쁜 거다. 그래서 이게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장황하게 말했다.
수년전 있었던 집값 급등과 PF를 통해 이뤄진 부동산 붐, 이후 찾아온 과잉투자 부작용과 지방 주택 중심의 조정은 내수 경기에 카운터블로를 날렸다.
총재는 그러면서 지금은 이 부작용이 거의 끝물 아닌가 하는 기대도 나타났다.
"건설경기는 지난 부동산가격이 굉장히 높았던 그때 굉장히 올랐던 과잉 투자가, 특히 지방 중심의 과잉 투자 해소가 작년 4분기 연속으로 막 감소되면서 그 감소되는 것이 하반기에 저점을 찍으면서 좀 올라가지 않겠느냐, 그러면서 기계적으로 경기가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 이렇게 지금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건설, 부동산 경기를 마음 편하게 지원할 수도 없다. 여전히 한국경제는 수년전 유례없는 집값 폭등이 유발한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 서울 아파트 가격 오름세 확대하는 중
최근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폭을 확대하는 중이다.
전날 한국부동산원이 월요일(26일) 기준으로 발표한 서울 아파트 값은 한주간 0.16% 상승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주간 상승률은 0.08%(5월 5일) → 0.10%(12일) → 0.13%(19일) → 0.16%(26일)로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일부 지역이나 단지에선 매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재건축 이슈가 있는 선호 단지에선 매도 희망가격이 오르고 상승거래들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강남구는 재건축단지 위주로 0.39% 뛰었고 서울에서 가장 큰 아파트단지들이 밀접해 있는 송파구는 0.37% 상승헸다. 서초, 양천 등 부유층이 사는 지역 아파트들도 0.3% 넘게 뛰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서울 전세가격도 다시 자극 받고 있다.
서울 주간 전세가격 상승률은 0.04%에서 0.06%로 확대됐다. 집값 오름세가 전세가격 오름세를 더 끌어올릴 유인이 있어 보인다.
서울 전세는 일부 구축과 외곽지역에서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세권·학군지 등 정주여건이 양호한 지역을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상승계약 체결로 이어지는 중이다.
당국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날 한은의 금리인하 이후 곧바로 집값 관리 메시지를 내야 했다.
민주당에 의해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가 쫓겨난 뒤 이날 기재차관이 메시지를 내야 했다.
경제부총리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범석 기획재정부 차관은 이날 아침 "한은의 금리 인하가 가계대출과 수도권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점검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 한은 통화정책의 딜레마...서울 부동산
안 그래도 서울 아파트 상승폭이 커지는 있는 상황에서 금리가 한 단계 더 낮아지면서 서울 집값을 얼마나 더 자극할지 관심이다.
이런 분위기는 한은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건설경기가 나쁘지만 막 부양할 수 없는 것은 수년째 부동산 수급이 꼬일 대로 꼬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창용 총재는 "굉장히 큰 딜레마인 게 건설이 이렇게 나쁘니까 그러면 재정과 이자율을 통해서 그것을 다시 막 올리자, 그 얘기는 어려운 건설업체를 도와줘야 되는 면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는 지난 해에 부동산으로 확 뛰어가지고 올라간 것을 조정하지 않고 또 가자는 얘기니까 언젠가는 다시 조정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총재는 "그래서 굉장히 어려운 것이 경기를 부양하면서도 어디다 할 건지, 그리고 어느 정도 할 건지, 그리고 과거의 잘못을 다시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할 건지, 이런 것들이 새 정부의 굉장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사실 한국에서 부동산 문제는 경제, 정치, 세대 갈등 모든 분야에서 핵심이다.
한 부동산 가치평가업체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 갈등의 핵심 요소입니다. 문재인 때 서울 집값 폭등으로 무주택 3040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한국경제에 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으로 봅니다."
그는 이 문제가 지금의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내수경기 흐름과 큰 관련이 있다고 했다.
"오래 전부터 부동산 때문에 한국경제가 망가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문재인 때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계기로 그게 현실화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도 무능하긴 마찬가지여서 문재인의 부동산 정책을 전혀 시정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의 내수경제 부진은 건설 침체든 뭐든 부동산이 한국경제를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