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5-22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최근 JGB 장기금리 폭등이 불러온 경계감

  • 입력 2025-05-22 13:1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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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일본의 금리 상승을 보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초장기 국채 금리 급등을 보면서 이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파장을 염려하는 모습들도 보인다.

최근 일본 국채 커브가 보여준 커브 스티프닝은 상당히 다이나믹했다.

일본은 금리 레벨이 워낙 낮아 일중 변동폭은 다른 나라에 비할 바가 못 되는 나라지만 최근엔 금리 변동성, 특히 장기구간 움직임이 놀라웠다.

■ 국채20년 입찰이 안겨준 충격...일본 초장기 금리 폭등

지난 20일 20년 만기 국채입찰(¥1조)에선 응찰률이 2.5배로 2012년 8월(2.38배) 이후 최저를 기록하는 일이 벌어졌다.

20년 입찰의 직전 응찰비율은 2.96배로 최근 1년간 평균 3.40배를 밑돌면서 수급 우려를 키운 뒤 이번주엔 더욱 낮아진 것이다.

20년 입찰을 통해 수급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장기금리, 특히 초장기 금리가 크게 뛰었다.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20일 JGB10년물 금리는 3.51bp 오른 1.5180%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가 지난 3월 28일(1.5487%) 이후 처음으로 다시 1.5% 위로 올라온 것이다.

그런데 더 긴 만기물들의 금리는 훨씬 더 큰폭으로 뛰었다.

20일 당시 20년물 금리는 14.91bp 급등한 2.5560%, 30년물은 15.51bp 폭등한 3.1280%를 기록했다. 40년물 금리는 14.31bp 뛴 3.5970%를 나타냈다.

이날 장기구간 금리들은 기록한 레벨은 수십년, 십수년 이래 최고였다.

20년 만기 국채금리는 2000년 이후 최고, 30년은 1999년 이후 최고, 40년물의 금리는 2008년 이후 최고를 기록할 만큼 이날 초장기 구간 금리들의 오름세를 극적이었다.

최근 5월 들어 일본 금리가 꾸준히 오르는 가운데 장기구간 금리 상승폭이 커 일드 커브 스티프닝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 일본 장기금리 급등...채권 발행은 늘어나는데 수요 기반은 약화

일본경제신문은 20일 "충격적으로 약했던 국채 입찰로 30년, 40년 금리 등이 크게 뛰었다"면서 초장기 채권 투자의 위험성을 공고했다.

이 신문은 다음 날 20년 채권 입찰의 파문이 해외로 번져나가 엔화의 안정성에 대한 의문도 키웠다고 밝혔다.

일본 장기국채 금리가 크게 뛴 이유는 국채 공급 물량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수요 기반 약화까지 맞물렸기 때문이다.

최근 일본에선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자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바빠졌다. 정치권이 소비세 감면이나 현금 지급 등으로 분노한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려고 하면 국채 발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이다.

일본의 1분기 성장률은 전기비 -0.2%로 4분기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이시바 총리는 19일 의회에서 일본의 재정상황이 그리스보다 어렵다는 점을 토로하고 말았다. 일본은 올해 20조엔 가량의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하다.

오랜기간 정부 채권을 사주고 있는 일본은행의 양적긴축과 맞물려 수급 우려는 더욱 커졌다.

BOJ는 작년 8월부터 26년 3월까지 분기마다 약 4천억엔씩 국채 매입을 축소할 계획이다. 올해 6월 금융정책회의에서 중간평가를 실시한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채권분석부장은 "BOJ의 월 JGB 매입 금액은 24년 7월 5.7조엔이었지만 현재는 4.1조엔이며 26년 3월엔 2.9조엔이 된다"면서 "BOJ의 JGB 보유잔액은 현 QT 방침이 유지될 경우 작년 7월 590조엔에서 내년 3월까지 8% 가량 감축된다"고 밝혔다.

장기간 QE로 인해 BOJ의 JGB 보유액(올해 4월말 기준 ¥576조)은 총 발행잔액의 50%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수요 도움이 축소되면서 긴장감을 높인 것이다.

김 부장은 특히 "QT로 인해 JGB 순공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본 보험사들이 25회계연도에 JGB 보유 축소, 또는 잔액 유지 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수 투자자들은 6월 금융정책 회의를 지켜본 후 투자결정을 하려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 일본 장기국채, 수급 꼬여 발행 스케줄 조정 등 거론

일본 국채의 공급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수요 기반은 약해지고 있어 결국 BOJ가 진로를 수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들도 많다.

JGB 초장기물을 둘러싸고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뚜렷한 만큼 BOJ가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QT전략을 더 신중하게 제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QT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방안 등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적지 않다.

또 26회계연도까지 민간 쪽에서 60조엔의 국채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생명보험사들이 장기국채 매입을 줄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장기물 발행을 축소해야 한다는 훈수도 많다.

수급 문제가 꼬이다보니 금융사나 일본 언론 등에선 장기물 발행 일시 중단 필요성, 일본 정부의 국채 발행 스케줄 조정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들도 흘러나오고 있는 셈이다.

현실적으로 기존 스케줄 대로 정상적인 발행은 힘든 가운데 투자자들은 일단 추가적인 금리 상승에 대비하는 게 낫다는 평가도 보인다.

노무라는 "JGB 초장기물은 낮은 유동성과 높은 변동성의 악순환에 갇혀 있는 상태"라며 "당국의 지원없이 자체적 회복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일본 재무성이 개최하는 스터디 그룹에서 초장기채 발행 축소 또는 바이백 의견이 제기될 가능성이 없어보여서 추가 금리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일본 금리 추가 급등 시 엔캐리 청산 가능성 등 주시

일본 경제도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재정정책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미국처럼 일본 여당도 세금(소비세)을 줄여 국채를 발행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보인다.

BOJ가 금리를 더 올리고 국채 매입 규모도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금은 장기채 급등이라는 걱정스러운 일이 발생한 상태다.

초장기 국채 쪽에서 금리의 이상 급등이 나타난 가운데 만약 이런 현상이 중장기채 등으로 더 번진다면 금융당국은 더 바빠질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다른 나라 투자자들도 엔 캐리 청산이 몰고 올 파급 효과에 신경을 써야 할 수 있다.

피델리티는 "일본 투자자 자금의 본국 환류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JGB 금리 급등은 전세계 장기채권 시장에 전염(contagion)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경계했다.

부채비율이 높은 일본이 국채 금리를 높게 유지하게 되면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 또 달러를 조달하는 데 더 큰 비용을 써야할 수 있다. 지금은 일본 당국의 관리 능력, 시장의 반응 등을 동시에 지켜봐야 한다는 진단이다.

김윤경 국금센터 채권분석부장은 "일본 초장기 국채금리 상승에 대해 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가 예상되지만 중장기채 금리까지 상승할 경우 엔캐리 청산 우려가 재발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일본 뿐만 아니라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미국 등 주요국들의 재정건전성 이슈가 재부각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자료: 일본 국채30년물 수익률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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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제금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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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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