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대만중앙은행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달러/대만달러 급락이 안겨준 경계감...그리고 주요국 정책구도의 대치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내 연휴 기간 중 대만달러가 급락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5일 대만 달러는 장중 5% 급락해 1988년 이래 최대 절상폭을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의 무역협정 체결을 위해 대만 당국이 자국 통화 절상을 용인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대만달러가 2영업일 동안 무려 8% 절상되자 대만 정부는 미국과 환율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며 사태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시장에선 대만달러의 강세가 다른 아시아 국가로 번질지를 주시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달러/원 환율이 급락했다. 달러/원은 지난 3~4월만 해도 1,500원 시대에 대한 우려를 작용했지만 이날 장 초반엔 1,379.7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 달러/대만달러 급락..최근 자극 받은 달러/원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15시 30분 기준)보다 25.3원 내린 1380.0원에 출발하면서 비상계엄 직전인 작년 12월 2일(1,396.0원)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밑돌았다.
이날 기록한 개장가는 작년 11월 6일(1,374.0원) 이후 가장 낮은 것이었다.
장 초반 달러/원이 하락 압력을 크게 받았던 이유는 국내 연휴 기간 동안 대만달러가 대폭 절상됐기 때문이다.
이번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대만에 통화 절상을 압박했다는 의심이 작용한 것이다.
대만달러 가치는 2일과 5일 불과 2영업일 동안 9% 급등하면서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는 모습을 보였다.
자국 통화가 갑작스럽게 절상되자 대만 중앙은행은 미국의 절상 압력을 부인했지만 의구심이 깔끔히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일각에선 무역적자를 줄여야 하는 미국이 과거의 플라자 합의 때와 같은 패러다임 시프트를 꾀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만달러의 움직임에서 원화도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대만 업체들은 유동성이 부족한 자국통화를 대신해 프락시 헤지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프락시엔 원화도 포함된다.
■ 대만 보험사들의 헤지 압력이 키운 변동성
대만 보험사들 미국채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특히 최근 달러가 약해지는 구간에서 달러 매도를 통해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졌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대만 보험사들은 미 국채를 7천억 달러 가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대만 달러의 강세로 대만 보험사들은 보유한 미 국채를 매도하며 장기물 금리도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대만 보험사들의 매도세는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 국채 주요 투자처에서 환율 변동성에 의한 미 국채의 수급 변화로 금리 변동성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만통화 강세는 대만 보험사들의 환헤지 수요 증가로 이어져 대만달러의 프록시 통화인 원화가치를 끌어올리는 데도 힘을 보태게 된다.
최근 대만 보험사와 같은 글로벌 장투기관이 급하게 헤지에 나서다 보니 아시아 외환시장이 큰 영향을 받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전쟁이 글로벌 통화들의 큰 흐름을 바꾸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적지 않았다.
대만과 한국 등은 무역흑자로 벌어들인 달러를 미국채에 투자해 왔다. 이 과정에서 달러가 강해지는 흐름이 만들어지면 다른 투자자들도 미국채 등 미국 자산을 샀다.
향후 이런 큰 그림이 변할지가 주목된다.
■ 주목되는 큰 손들의 포트폴리오 재편...그리고 최근 과도한 절상 흐름의 반작용
한국, 대만 등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대미 무역 흑자국이며 벌어들인 돈으로 미국에 자본 투자를 한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커진다는 의미는 흑자를 내고 있는 나라들의 미국자산 투자 규모가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이 흐름에 변화를 주고 있기 때문에 향후 흐름을 봐야 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 변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조정 욕구가 팽배해 있다. 유독 대만 보험사의 해외 투자와 FX노출 포지션이 거대한 데 따라 TWD의 변동성이 폭발했다"면서 "최근 KRW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투자기관은 운용 특성상 기초자산의 매각이 아닌 환헤지 비율의 확대 등으로 대응한다.
문 연구원은 "대만 보험사는 숨겨진 외환보유고로서 기능하기 때문에 대만 중앙은행과 감독원은 일치 단결해 환율 방어 움직임에 나설 것"이라며 "대만 보험사의 FX 미스매칭 순노출을 고려할 때 최대 GDP의 20% 가량의 선물환 매도(달러숏)가 출회될 수 있으며, 한국은 개인을 제외한 총 4천억달러의 해외투자 중 채권은 10%, 주식은 50% 가량 헤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금은 장기투자기관의 헤지 관련 수급이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시기여서 흐름을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기간 누적된 강달러와 고금리에 투자하는 포지션들의 언와인딩되면서 계속해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문 연구원은 "다음 번 위기가 온다면 그것은 글로벌 장투기관에 의해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장투기관에 가해지는 규제는 시가를 면밀히 추적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풀이했다.
높은 변동성에 유의하면서 계속해서 강달러, 고금리 기간 투자해왔던 자산에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그간 피해왔던 자산 투자에는 과감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날 달러/원 환율은 급락 출발한 뒤 장중 낙폭을 대폭 줄였다. 달러/원 환율은 장 초반 1,397원대로 급락 출발한 뒤 지금은 1,400원선 내외로 올라왔다.
■ 中 통화정책 완화, 美 금리인하 연기 가능성 등 상황은 복잡
환율 움직임은 주요국 통화정책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국 위안화를 둘러싸고 원화, 대만달러 등이 연계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고용지표 공개 후 미국 통화완화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진단들도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완화적인 정책들을 선보였다.
판궁성 인민은행 총재는 7일 국무원 신문판공실 기자회견에서 "4월 25일 중앙정치국 회의 정신을 관철하기 위해 적당한 수준에서 더욱 완화된 통화정책을 실시할 것"이라며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경제발전을 추진할 것이다. 인민은행은 거시적 조절 강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판 총재는 양적 정책에서는 지준율 인하 등의 조치를 통해 중장기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시장 유동성을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격 정책에서는 정책금리를 인하하고 구조적 통화정책 운용 금리를 낮추며, 동시에 법정준비금 대출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했다. 또 구조적 통화정책 도구를 창설하고 이를 강화해 과학기술 혁신, 소비 확대, 포용적 금융 등 분야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지급준비율을 50bp 인하함으로써 시장에 약 1조위안의 장기 유동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둘째 지급준비금 제도를 완비해 자동차 금융회사와 금융 리스회사의 지급준비율을 현재의 5%에서 0%로 단계적으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셋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운영금리를 현재의 1.5%에서 1.4%로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출시장 기준금리(LPR)도 약 10bp 동시에 하락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구조적 통화정책 운용금리를 25bp 인하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각종 특별 구조적 운용금리와 농업 및 중소기업 지원 재대출 금리가 모두 현재의 1.75%에서 1.5%로 인하된다. 담보대출(PSL) 금리도 현재 2.25%에서 2.0%로 인하된다.
이 밖에도 인민은행은 각종 정책 완화 패키지를 거론하면서 완화적 정책스탠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지난주 발표된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해 금리인하를 더 늦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이 관세협의를 위해 자리를 마련한다는 소식 등이 전해진 가운데 달러/원은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인민은행이 7일 RP금리와 대출시장 기준금리(LPR)도 10bp 내린다고 알렸다. 지준율도 50bp 인하한다고 했다. 한은은 이달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이 된 반면 미국 FOMC는 양호한 고용지표로 6월까지는 기준금리는 움직이기 어렵다"면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으로만 치닫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내일 당장 FOMC의 매파적 동결이 되고 위안화와 원화 기준금리는 하락하는 상황에서 원화 등 아시아 통화가 계속 강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달러/원이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발, 위안화 약세 등으로 장중 급반등했다. 원화 절상이 가파르게 진행됐지만 이를 제어할 요인도 만만치 않다"고 풀이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