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4-30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민주당, 추경 시기·규모·내용 모두 낙제점...확대 필요 분위기 속 포퓰리즘 경계한 소수의 '투사들'

  • 입력 2025-04-23 14:2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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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추경 규모 확대'를 주장하면서 기재부 차관들을 압박했다.

현 정부의 끝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1차 추경'부터 통 크게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재부 장관이 관세협상, G20 회의 등을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날아가 있는 사이 차관들만 국회에 불려나와 의원들의 추경 증액 요구를 들어야 했다.

국민의힘에서도 추경 증액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차관들 역시 크게 반발하지 않아 국회 심사과정에서 규모가 얼마나 커질 지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 추경, 시기·규모·내용 모두 문제삼은 민주당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박홍근 의원은 23일 기재위에서 "2차추경 얘기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왜 이렇게 접근하는지 도무지 납득을 못하겠다"면서 처음부터 규모를 늘리자고 했다.

박 의원은 "코로나 때 추경을 GDP의 3.25%로 했다"면서 "이번 추경은 0.46%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 중국, 독일 모두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의 재정당국은 도대체 뭘하는 지 모르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국세청 차장을 지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추경은 타이밍이다. 우리가 35조원을 제시했고 한은도 15~20조원을 권고했다. 기재부는 늑장 부리면서 국가를 장기불황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임 의원은 "작년에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0.1%p에 불과했다. OECD 경제규모 20위권 평균은 1.6%p로 16배나 차이 난다. 한국경제가 관세로 타격까지 입으면 성장 버팀목까지 사라진다"면서 재정건전성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추경의 시기(너무 늦었다), 규모(너무 작다), 내용(지역화폐 늘려야 한다) 등을 문제삼으면서 관료생활이 얼마 남지 않은 기재차관들을 압박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으면서 '상품권 추경'을 강조해온 진성준 의원은 "추경 시기와 규모 모두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구체적 내용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면서 "하자하자 하니 마지못해 억지로 추경안을 편성한 느낌"이라고 했다.

진 의원은 그러면서 "소비 효과가 확실한 지역화폐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 추경, 민주당 기세에 눌리는 국민의힘

국민의힘 의원들도 민주당의 추경 규모가 너무 작다는 주장에 눌리는 모습이었다.

경기 비관론이 사회를 압도하자 추경 규모를 늘리라는 민주당의 거친 공세를 방어하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더욱 기세를 올렸다.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추경에 대해선 국민의힘에서도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면서 "우리는 35조원을 제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IMF가 성장률 전망을 1%로 낮추고 외국금융사(일부)가 0.7%까지 내리고 있다. 성장을 2% 근처로 올리려면 32.8조원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때 3.2조원을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 보상에 사용했다. 이번에도 반드시 (계엄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지역화폐를 통한 자영업자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 추경, 팽창 막으려는 소수의 국민의힘 '투사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추경 증액 분위기를 띄우지만 상당부분이 과장이라고 주장하는 투사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국고국장을 지낸 이종욱 의원은 한국의 저성장 문제가 추경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과도한 증액' 시도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의원은 "지금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에 불과한 상황에서 성장률을 1% 올리려면 100조원을 써야 한다"면서 "재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추경을 하면 관리재정수지 -3.2%가 된다. 추경을 추가로 증액할 수는 있지만 기존 예산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예산이 부족한 것은 민주당의 의회 독주 때문이었으며, 민주당식으로 빚을 내는 게 효과는 적고 돈만 많다는 비판도 보였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추경이 늦었다는 (민주당) 주장에 동감 못 한다"면서"예산통과 후 5일만에 추경을 얘기한 건 국민 기만이었다. 민주당은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맞섰다.

구 의원은 "국채를 발행해서 나라 살림을 사는 건 쉽다.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어떻게 되는지 봐야하지 않겠느냐"라며 "작년에 104조였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400조원의 빚을 늘려 나라 빚 1천조원 시대를 만들어 지금은 그런 방식으로 쉽게 빚을 늘려선 안 된다고 읍소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지역화폐 등 지역 상품권식 경기 부양은 효과도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지역상품권의 효과는 과장돼 있다. 학원 등 특정군으로만 돈이 가는 게 확인이 됐다"면서 "(전체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없고) 소비대체 효과만 작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조세연구원의 경제학자들 역시 일부 업종·지역으로만 돈이 집중됐다고 분석한 바 있지 않느냐고 항변했다.

■ 민주당에 기세 눌린 관료들...그리고 다시 열악해진 세수환경

기재부에선 장관이 미국 출장을 떠난 뒤 1차관, 2차관이 의회에 불려나와 정치인들의 비판을 들어야 했다.

차관들은 경기악화에 재정만 늘린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거론하면서도 성실하게 증액과 관련해 국회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범석 기재1차관 "경기우려에 재정만으로 대응할 수 없다. 규제완화 등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미국 통상압력 어떻게 작용할지도 모른다"면서 무턱대고 추경을 늘릴 수는 없는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적극 추경 주장에 적극적으로 맞서기 보다는 이를 회피하거나 수용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였다.

김 1차관은 "선제적이고 과감한 추경 편성에 공감하는 면이 있다. 다만 (미국에서) 어떤 청구서가 나올지 알기 어렵다"고 했다.

김윤상 2차관은 "국회 논의를 충분히 수용하겠다. 이견이 없는 부분은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면서 "정부도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는 "추경 규모를 10조 내외에서 여건 변화로 2조원 이상 증액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민주당) 말을 잘 새겨듣겠다"고 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무조건 늘리는 데도 부담이 크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읍소했다.

김 2차관은 "재정의 역할에 있어서는 지속 가능성도 생각해야 하고 국채시장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다방면에 고려할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또 추경으로 국채를 발행하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 관료들은 '그런 부분들 때문에 어렵다'는 듯한 입장도 취했다.

추경에 따른 금리상승 문제를 질문 받자 김범석 1차관은 "(계엄사태 이후) 최고 관심을 가진 게 국가신인도문제였다. 국가신인도가 유지하지만 해외 신용평가사들은 (한국)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중"이라고 했다.

한편 경기 어려움 속에 올해에도 세수가 예상한 대로 걷히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세수펑크를 얼마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김범석 1차관은 "상당부분 하방 위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이미 40조원 이상 펑크가 나는 것으로 나온다. 장담한다"면서 "하방 리스크에 따라 그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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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최근 정부가 발표한 추경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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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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