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코스피지수 등락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트럼프, 관세 고삐 풀다 조이기...타격 입은 위험선호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다소 느슨하게 풀어주던 고삐를 재차 당기면서 글로벌 위험자산이 다시 추락했다.
달러/원 환율은 급등해 장중 1,460원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고 국내 주가지수는 낙폭을 3% 넘게 키웠다.
국채시장은 위험회피에 따른 반사익을 취하면서 금리를 좀더 내렸다.
■ 트럼프의 다시 관세 고삐 당기기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펜타닐 등 합성마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멕시코와 캐니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선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트럼프는 전날 4월 2일부터 멕시코·캐나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으나 이를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불법 마약이 여전히 매우 높고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면서 "두 이웃 국가가 국경 단속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마약이 여전히 유입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우리는 이 재앙이 미국에 계속 해를 끼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따라서 그것이 중단되거나 심각하게 제한될 때까지 3월 4일에 발효될 예정인 관세안은 예정대로 실제로 발효될 것"이라며 이미 10%의 관세가 부과된 중국산 제품에도 "10%의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것"이라고 했다.
4월 2일 상호 관세 날짜는 완전한 효력을 유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향후 있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다시금 태도를 바꿔 주변국을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최근 상무부에 무역적자 원인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해 4월 1일까지 보고하도록 한 바 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모든 국가에 대한 관세 정책은 4월 1일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 주식 뒤흔드는 트럼프의 관세 말발
협상가 트럼프가 각국과의 거래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다시 관세압박 강도를 높이자 주가 등 위험자산은 경계감을 높일 수 밖에 없었다.
간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93.62포인트(0.45%) 내린 4만3239.50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94.49포인트(1.59%) 하락한 5861.57, 나스닥은 530.84포인트(2.78%) 급락한 1만8544.42를 나타냈다.
특히 엔비디아가 8.5%, 브로드컴이 7.1% 급락하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6.1%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26일 장 마감 뒤 실적을 발표했으나 일부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맞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돼 지수 전체를 끌어내렸다.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발 악재에 다시금 홍역을 앓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2,600선을 내주고 고꾸라져 2,500대 중반 레벨로 추락했다.
트럼프 관세 정책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관세 부과 시기 등에 변동을 주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무역과 통화질서 재편을 노리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위험자산의 미래가 예상보다 더 암울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정책 목표 달성 과정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무역과 통화체제의 재편은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패권 국가가 주도해왔기 때문에 러-우 전쟁 종전 여부와 관계 없이 지정학적 긴장감은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군사력을 보완해줄 수 있는 조선업 등 방산 기업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나스닥이 2.8% 급락하고 환율이 13원 이상 튀어 1,460원으로 올라가면서 국내 반도체 종목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관세 영향이 재차 부각되면서 주식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다음주 ISM지수, 중국 양회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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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은 다시 상승...국채는 위험자산 회피 반사익
트럼프 관세 우려로 간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79% 높아진 107.25에 거래됐다.
달러인덱스가 뛰자 달러/원 환율도 1,450원선을 훌쩍 넘어 1,460원을 터치했다.
달러/원 환율은 13일부터 전날까지 1,450원을 넘지 못했으며, 지난 24일엔 1,420원대로 레벨을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금 판이 바뀌었다는 진단도 나오는 중이다.
트럼프 관세 압박 재개와 맞물려 최근의 달러 약세 추세는 이미 종료됐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것이다. 트럼프는 관세 정책의 번복, 재번복을 반복하면서 불확실성을 더해 시장 심리에도 타격을 입힌 상태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미 달러인덱스는 106~107 단기 박스권을 상향돌파했고 약달러 추세는 종료됐다"면서 "관세 불확실성이 경기 우려로 비화하는 현재 강달러 지속 여부는 경기 이벤트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음주 미국 2월 비농업 고용(예상 +155k MoM vs. 1월 +143k)과 ECB 통화정책회의(25bp 인하 전망), 중국 양회를 거치며 각국 경기에 대한 시장 눈높이가 조정될 것으로 봤다.
박 연구원은 "미국 경기 둔화와 비미국 경기부양 스탠스가 확인될 것"이라며 "매크로 이벤트들을 소화하며 달러인덱스의 단기 바닥을 재차 확인한 후 3월 중 강달러가 재개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국채시장에선 비틀거리는 위험자산 분위기나 계속되는 경기 둔화 관점에 반사익을 얻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주가 급락, 환율 급등 분위기에서 외국인은 계속해서 국채선물 매수로 대응하고 있어서 금리시장이 반사익을 얻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 선물매수에도 레벨 부담으로 금리 하락은 제한적이었지만 외인 국채선물 매수가 위험자산 회피 분위기와 맞물리자 다소간 힘을 발휘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