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7-01 (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출발한 탄핵열차...이자율 시장이 보는 계엄·탄핵 등 정치적 불확실성

  • 입력 2024-12-04 14:5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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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윤석열 대통령 하야 촉구하는 민주당 논평

자료: 윤석열 대통령 하야 촉구하는 민주당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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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밤 선포한 비상계엄이 이날 새벽 6시간만에 해제된 뒤 '탄핵 이슈'가 한국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자율 시장에선 탄핵 이슈가 힘을 받으면 민주당이 주장해온 추경 등 재정 확대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동시에 경기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라 한은이 통화 완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는 중이다.

탄핵 소동이 벌어진 만큼 '한국의 국가신인도', 그리고 이와 관련한 환율 움직임 등도 중요해 보인다.

경제부총리 등 국무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일단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시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 금리시장의 커진 정치 리스크, 추경과 금리인하

12월이 된 가운데 채권시장에선 향후 늘어난 국고채 발행 부담을 얼마나 반영할지도 관심이었다.

이런 때에 갑자기 터져나온 계엄령과 탄핵 이슈는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을 높이고 이는 향후 국채 발행 물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A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탄핵 이후 민주당 집권을 가정하면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지급을 위한 13조원 재원 마련을 시작으로 내수 활성화를 위한 하반기 추경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통화정책 기대가 달라진 게 없다면 금리 수준보다 장단기 스프레드 확대 요인인데, 당장 가격에 반영시키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시차가 길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B 운용사 매니저는 "지금 분위기라면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결국 민주당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추경이나 재정 확대가 힘을 받을 것"이라며 "내년 국채 발행이 대폭 늘어난 가운데 조만간 물량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한국이 정치적 혼란에 빠지면서 통화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금리 인하로 나올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한다.

이날 긴급하게 열린 금통위에선 금리 추가 인하 얘기가 없었지만, 내수 경기가 어려운 가운데 향후 정치 상황이나 사회 혼란 등이 이어지면 통화당국이 좀더 적극적인 완화 스탠스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C 증권사 딜러는 "금리인하 기대가 커질 수 있는 환경으로 보인다. 한은이 상황에 따른 무제한 유동성 공급까지 거론한 마당"이라며 "향후 상황에 따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 커지거나, 긴급하게 비정례 금통위를 잡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금리시장의 커진 정치 리스크, 대외신인도와 환율

한국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 다른 국가들도 크게 놀랐다.

일본, 미국 등 관련국들은 실시간으로 계엄 사태를 전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간밤 뉴욕 외환시장에선 한국 계엄령 선포에 따른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 가치가 상승압력이 커지면서 달러인덱스를 압박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 계엄 해프닝으로 대외 신뢰도에 다소간 금이 간 만큼 향후 외국에서 한국을 보는 시선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D 증권사 딜러는 "국가 신용 등급 하락 가능성은 향후 예의주시해야 한다"면서 "환율 추가 급등 등으로 마찰적 금리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경우도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도 "민주당 정책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면서 "나라 빚이 크게 늘었지만 민주당이 개의치 않고 재정 확대 등 포퓰리즘에 몰입하면 결국 국가 신인도도 낮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 금리시장의 커진 정치 리스크, '여러 요인들 연결해서 보기'

사실 채권시장을 둘러싼 정치 리스크로 인한 추경, 금리인하, 환율, 국가 신인도 등은 서로 엮여 있으며 상호 작용을 한다.

따라서 한 요인만 보면서 일률적으로 영향을 평가하기는 곤란하다.

F 은행의 한 딜러는 "중기적 관점에선 일단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민주당 집권을 생각해야 할 듯하다"면서 "민주당은 지금 정부와는 달리 확장적 재정정책을 쓸 것이어서 채권시장에는 악재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의 경우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쉽지 않다고 본다"면서 "현재 당국이 총력을 다해서 환 시장을 스무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율 고공행진과 국가신인도 문제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금리 인하도 쉽지 않지 않을 것으로 봤다.

아울러 당장 금리인하나 추경 등 어느 한 쪽에 무게를 두고 대응하기 어렵다는 평가들도 많았다.

■ '성급히 생각할 필요 없다'...차분히 외국인 등 지켜보면서 대응

D 딜러는 "북한과 국지전을 예상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나, 인구가 밀집된 한국에서의 국지전은 사상자 속출로 이어질 것이니 이 가능성은 낮다"면서 당장 어느 한 쪽 방향으로의 시장 급변을 예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그는 "계엄이 해제되고 정상화로 가는 과정인데 여러 정치적인 이슈로 변동성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최근 단기 강세에 따른 조정 국면 정도를 보고 있다"면서 "가격조정보다는 기간조정을 보는 게 맞는 것 같을 것 같고, 계엄사태는 변수가 아닌 노이즈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채권시장이 최근 급격한 강세를 보였으니 이에 따른 조정 국면, 그리고 이후 펀더멘털에 따른 추가 금리 하락 정도를 예상하는 게 무난하다는 것이다.

이날 외국인은 국채선물을 사고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가 아니라면, 한국 신용 리스크 등을 크게 부각시킬 이유가 없다는 진단 등도 보였다.

G 증권사 딜러는 "계엄 해프닝이 있었지만 채권시장은 계속해서 외국인이 매매하는 대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은 외국인 매매를 봐야 하는 상황인데, 이들이 선물을 사고 있다. 추경은 내년의 일이고 정책금리 역시 당장 긴급히 내릴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딜러도 "추경은 아직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은 이야기다. 당장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금리시장은 12월에도 가던 길을 가지 않겠느냐"면서 "그래도 공무원들이 일을 해 줘서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채권매니저도 "외국인이 이번 사태로 채권을 파느냐 여부가 관건이었다. 오늘만 보면 일단 크게 변하는 것 같지 않다"면서 "금리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급상으로 숏이 완전 꼬여서 연말까지는 안 밀릴 듯한데, 내년 초가 되면 좀 밀릴 지 않겠느냐"라며 "이번 정치 이슈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정말 많이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그래도 나름의 갖춰진 시스템으로 몇 시간 만에 정상화시킬 수 있는 자정능력이 있음을 알려줬다"면서 이 사태를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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