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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ECB 50bp 인상...금융안정 이슈 불구 중앙은행의 가던 길 가기

  • 입력 2023-03-17 11:0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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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출처: E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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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16일 예상대로 주요 정책금리를 50bp 인상했다.

최근 미국에서 금융불안이 불거졌지만 ECB는 가던 길을 갔다. 재융자금리, 예치금리, 한계대출금리가 각각 3.5%, 3%, 3.75%로 올라갔다.

미국 지역은행 사태, 크레딧스위스 위기 등으로 일부에선 유로존도 혹시 인상 강도를 낮추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하지만 ECB는 공언했던 대로 빅스텝을 밟으면서 정책금리를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렸다.

미국은 다음주 25bp 인상 전망이 강한 편이다.

최근 SVB 등 지역은행 사태로 동결 가능성까지 부각됐지만 금융안정 이슈에도 불구하고 인플레 제어를 등한시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 최근 일부 금융사 스트레스 불구 '물가 안정' 강조하면서 빅스텝 취한 ECB

유로존은 아직 인플레를 다스리는 일이 금융안정 문제보다 우선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ECB는 기준금리 50bp 인상 뒤 "인플레이션이 너무 오랫동안 아주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빅스텝을 정당화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ECB는 중기적 관점에서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데 결연하다.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 결의는 손상되지 않았다"고 했다.

크레딧스위스 문제가 있지만 유로존 은행들은 채권 보유 비중이 미국보다 낮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ECB 총재는 은행시스템을 안정을 자신했다.

아울러 과거 금융위기 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가르드는 "최근 시장 혼란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 2008년도를 기억해보면 우리는 체제 자체를 개편했다. 우리들은 바젤III(규제 체제)에 합의했고 자본비율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은행 부문은 지난 2008년과 비교해서 훨씬 강력한 위치에 있다"며 "만약 필요하다면 우리는 사용할 수 있는 정책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골드만삭스, JP모간 등은 "유럽 은행권은 2008년보다 자본구조가 개선됐다. 미국 중소은행들처럼 매도가능증권이나 만기보유증권 손실에 사실상 노출돼 있지 않다"고 했다.

즉 유럽 은행들에선 SVB와 유사한 사태나 심각한 유동성 위기 발생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 은행권 전반 문제 아닌 회사 고유 리스크 요인 크게 작용

최근 SVB 폐쇄, CS 관련 우려 등은 모두 '회사 고유의' 리스크라는 인식도 강한 편이다.

미국에선 다른 일반적인 은행들은 재무상태가 견조한 만큼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SVB 사태 이후 은행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크게 높였던 크레딧스위스 역시 내부적 투자실패 요인 등이 컸던 회사다.

크레딧스위스는 국내에서도 유명했던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 등으로 손실을 입으면서 최근 영업기반을 잠식 당한 바 있다.

다만 CS의 2022년말 CET1 비율 14%, LCR 150% 등 유동성과 자본 버퍼는 높은 편이다.

크레딧스위스의 경쟁자이며 스위스의 대표적인 은행인 UBS는 "크레딧스위스는 현금 유출이 나타나더라도 고유동성 자산 매각 시 손실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수익성 개선 등 은행 자체의 안정화 경로는 험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금융당국도 지역은행 사태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해석은 경계하는 중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16일 "SVB 파산에도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다"고 강조했다.

■ 이번 '금융안정 이슈', 당장 통화정책 경로 바꾸는 데는 한계

최근 국내외 시장금리가 급등락 중인 가운데 '아직은' 연준의 정책기조 전환을 자신하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그간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던 연준 위원들이 FOMC를 앞두고 '묵언기간'에 돌입해 연준이 FOMC에서 SVB 사태를 어떻게 평가할지 불확실한 측면도 있다.

SVB 사태 이후 3월 FOMC 금리인상폭에 대한 하향 조정은 이어져 사실상 빅스텝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인상 기조 자체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며, 연준 등이 조처를 취한 만큼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평가들도 많이 나온다.

아울러 미국 대형은행들도 16일 SVB 외에 또다른 문제가 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구제에 합의했다. 월가 대형은행 11곳은 총 300억달러를 무담보로 예금해주기로 했다.

11곳 은행들은 성명서에서 "이번 조치는 퍼스트리퍼블릭과 모든 은행들에 대한 신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예금은 의무적으로 최소 120일 동안 퍼스트리퍼블릭에 예치돼 있어야 한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장 초반 급락하다가 유동성 지원 소식에 급반등했다.

위기에 빠진 일부 은행들에 대한 구제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금리인하 기대 등은 되돌려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은행 관련 위기가 확산되기 보다는 일단 봉합되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것 같다"면서 "이러면 금리인하 기대 등 최근 과했던 부분은 좀 되돌려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VB 사태로 3월 FOMC의 금리동결을 예상한 골드만삭스도 연준의 인상 지속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은행 스트레스로 경제전망이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면, 연준의 긴축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3월 금리를 동결 뒤 5월, 6월, 7월 모두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봤다.

■ 연준 등 중앙은행들 대응, 한국 레고랜드 사태 대응 방식이 힌트?

급격한 금리인상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부작용 대로 땜질을 하고 중앙은행은 아직 물가를 잡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때라는 진단들도 적지 않다.

최근 미국 지역은행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지난해 가을 레고랜드 사태에서 취했던 방식이 시사점을 준다는 평가도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4분기 레고랜드 발 크레딧 유동성 경색에서 보듯이 금리인상의 부작용으로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그에 맞는 세밀한 정책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임 연구원은 "중앙은행은 물가가 높은 만큼 긴축 기조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 연준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겠지만 연내 3차례까지 반영하고 있는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아무튼 2022년 4분기 국내의 레고랜드 발 크레딧 유동성 위기 당시 한은의 정책들은 연준 등 중앙은행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보여주는 좋은 참고 사례라는 것이다.

레고랜드 사태로 신용시장의 위기가 확산되면서 2022년 10월 23일 금융 당국은 긴급회의를 통해 채권 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한은도 채권 시장 안정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한은은 11월 열린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2022년 말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이 많이 후퇴하기도 했지만, 1월에도 추가로 금리를 인상했다.

SVB 파산에 대응해 연준도 BTFP 실행, SNB도 CS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결정한 상태다.

임 연구원은 "중앙은행들이 발빠르게 주변 은행으로 리스크가 전이되는 것을 방지한 만큼 연준도 물가는 금리 인상을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작년 가파른 금리인상 충격은 확인돼...향후 인상 강도 당초 예상보다는 둔화될 듯

다만 지난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균열을 확인한 만큼 연준의 금리인상 강도는 이전보다 약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아울러 작은 구멍 하나에서 둑이 무너지듯이, 일단 몇몇 지역은행들에서 이상 신호가 포착된 만큼 연준이 이전보다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들도 보인다.

또 각국 은행들의 유동성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듯하다.

유로존 은행시스템에선 아직 유동성이 풍부한 상태지만 미국은 양상이 좀 다르다. 아울러 향후 유로존도 이탈리아 등을 중심으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미국은 유로존보다 인플레 리스크는 덜하고 금융 리스크는 더 크다"면서 "당국 조치로 은행권 리스크가 다소 누그러지고 인플레 억제 필요성은 여전해 다음주 연준은 25bp 인상이 무난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이후엔 인플레 리스크 감소, 금융·경기 리스크 증가로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을 줄어들 것"이라며 연준이 다음주 25bp 인상 뒤 인상 사이클을 4.75~5.00%에서 종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VB 사태에 따른 금융안정 우려가 부각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덜 둔화된다면 중앙은행들이 금리 결정과 관련한 자신감을 잃고 갈팡질팡할 수 있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견해도 보인다.

강봉주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SVB 사태로 금융안정성이 저해된 상항에서 향후 주요국 인플레가 예상보다 하방경직적이거나 반등할 경우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경기침체 우려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금융안정 이슈는 한국의 성장률을 더욱 낮출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강 연구원은 "SVB 사태와 물가 경로가 초래할 금융시장 변동성과 성장 하방압력에 유의해야 한다. 원/달러 환율도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중"이라며 "대외 수요 위축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고물가·금융시장 불안이 겹치게 되면 우리나라 성장 전망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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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ECB 통화정책 성명문, 출처: E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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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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