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은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리인상 사이클 거의 종료...역마진 부담 직면한 채권운용자들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 금통위가 13일 금융시장 대부분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bp 올린 뒤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도 일단 열어뒀다. 하지만 동결 소수의견이 2명이나 나온 데다 사실상 최종금리까지 다 온 것 아니냐는 평가도 많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자신이 창안한 '한국식'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 "최종금리에 대해 3명은 3.5%로 보고 그 수준에서 당분간 영향 지켜보자고 하고, 나머지 3명은 3.75% 가능성까지 열어두자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일단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 의견이 '이번 사이클의 인상은 끝났다'와 '한번 더 올릴 수도 있다'로 나뉜 것이다.
■ 앞으로는 '금리 동결'이 주된 흐름...사실상 인상사이클 종료 vs 그래도 1번은 더 열어둬야
금통위원 절반은 이제 현 수준 기준금리 3.5%에서 당분간 지켜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주상영 위원은 이번 인상사이클의 적절한 최종금리를 3.25% 정도로 봤던 인물이었으며, 신성환 위원은 최근 비둘기적 성향을 가감없이 드러낸 바 있다.
이 두 위원은 지난 10월 기준금리 50bp 인상 당시 25bp만 올리자고 주장한 뒤 이번 기준금리 25bp 인상엔 반대표를 던졌다.
그리고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은 향후 상황에 따라 3.75%도 열어두자는 입장이었다.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은 일단 그 수준까지 간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상황에 따라 3.75%까지도 고려할 수 있지만, 거기까지 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대내외 경제와 물가 상황이 한은 금통위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향후 금리 동결이 주된 결정이 될 수 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오늘 금통위를 통해 사실상 금리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B 증권사 딜러는 그러나 "미국 연준이 너무 강경하다. 이를 감안할 때 국내 금리인상 사이클이 클리어하게 종료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한은 총재도 혹시 한 번 더 있을 수 있다고 하니, 혹시 모른다. 1차례 추가 이상의 여지 자체는 있다"고 말했다.
■ 총재 '인상 더 할 수도 있고 금리인하 시기상조'라는 레토릭 사용
한은 총재는 이날 사람들이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인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레토릭을 사용했다. 아울러 벌써부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갖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이 총재는 앞으로는 금리를 동결하느냐는 직설적인 질문에 "지금부터 동결한다고 해석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총재는 "금통위원 3명은 3.75% 가능성도 열어두자고 했다. 앞으로 동결한다고 해석하는 건 곤란하다"고 부연했다.
동시에 사람들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크게 갖는 것도 원치 않았다.
총재는 "물가가 목표로 확실히 수렴한다는 확신을 갖기 전에 인하를 얘기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총재는 좀더 구체적으로는 "연내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총재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금리 인하 기대감은 성급하다는 점을 거론했지만, 이는 기대 인플레이션 진정 등을 위한 레토릭이란 진단도 이어졌다.
한은의 한 직원은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꽤 높은 상황에서 한은 총재가 인상이 끝났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C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금리를 1차례 더 올릴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나 사실상 연초에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고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아래에서 놀고 있어서 시장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 3.5% 기준금리와 3.3%대의 국고채 금리...불편해진 국내투자자들의 환경
기준금리의 상당기간 3.5% 동결 가능성, 대내외 상황에 따라 3.75%로 한 번 더 올릴 가능성 사이에서 시장금리 레벨은 크게 낮아져있다.
연초 외국인이 선물을 공격적으로 사면서 시장금리 레벨이 뚝 떨어져 버린 상황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D 증권사의 한 딜러는 "오늘 이창용 총재의 발언에서 균형점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느껴졌다"며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은 중립 수준의 금통위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연초 외국인 선물 매수는 글로벌 금리 하락 분위기에 더해 일드 피킹 기준으로 주요국 대비 레벨이 최종금리보다 높았던 상황이 작용한 것"이라며 "이 부분(외인 선물매수에 의한 금리하락)이 역으로 기준금리 동결 기대감으로 작용했으나 3.75%까지도 열어두겠다는 위원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매수가 더 이어질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반작용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따라서 추가 강세시 매수를 자제하고 매도까지도 가능해 보여 강세시 매도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연초 열흘만에 10선 500틱이 강해져 버렸다"고 푸념했다.
■ 갑갑해진 금리 레벨...신용채 캐리 등으로 생존 모색
투자자들은 역마진과 불편한 금리 레벨 상황에서 수익을 내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금리 레벨을 보면 과도하지만, 수급적 요인과 외국인 선물 매수의 위세에 눌려 숏 대응 역시 조심스럽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드 커브 눌림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신용채 등 캐리가 높은 물건 위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는 조언들도 보인다.
우량 신용채 금리도 이미 많이 내려왔지만, 지금은 수익을 내기 위해 쥐어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이 닮아가고 있다. 한국도 채권시장의 수익률 곡선 역전을 용인하는 분위기"라며 "숏은 자제하고 하더라도 짧게 하고 캐리 전략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문 연구원은 "장기국채, 스프레드 축소 여력이 있는 크레딧 채권 선별 투자를 통한 캐리 장기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F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금통위는 큰 틀에서 컨센서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물가에서 성장으로 정책 중심이 바뀌어 가는 중"이라고 했다.
다만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어서 역마진이라는 갑갑한 상황에서 생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매니저는 "이제 역캐리 부담을 걱정해야 하는 골때리는 상황이 됐다. 금리 인하는 아직 멀리 있고 국고채 금리는 빠져 있으니 크레딧물은 계속 좋을 것이다. 크레딧 캐리 전략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자료: 2시45분 현재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리인상 사이클 거의 종료...역마진 부담 직면한 채권운용자들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