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해 8월부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0bp 올렸다.
금리 인상 사이클 가동 1년 뒤 한국 신용시장에선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신용채 시장의 수급은 2022년부터 상당히 어그러졌다.
유가 급등, 장기간 전기요금 동결 여파에 따라 한전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전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다른 신용채권들을 구축했다.
은행은 은행대로 채권을 발행하면서 등급이 낮은 신용채들의 수요를 마르게 했다.
이런 일이 있은 뒤 수급에 대한 두려움은 부동산PF 쪽으로 확대됐다. 최근 주택 미분양 등이 늘어나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레고랜드 ABCP 사태가 터져 신용시장이 얼어붙었다. 흥국생명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 옵션 미행사 사연이 알려지면서 해외 발행 한국물 채권에 대한 두려움도 번졌다.
결국 금융당국은 강원도가 강원중도개발공사 보증 채무를 12월 15일까지 갚도록 했다. 흥국생명 콜 옵션 문제는 결국 은행들이 흥국 RP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기로 했다.
다만 향후 크레딧 스프레드가 언제, 얼마나 축소되면서 정상을 찾을 수 있을지 현재로선 알기가 어렵다. 여전히 크레딧 이벤트, 채권 수급 등에 불안이 커 미래를 장담하긴 어렵다.
■ 좋지 않은 시기, 가장 큰 두려움은 부동산PF
연말 시즌은 북 클로징과 기업 자금수요 등으로 자금이 빠듯한 시기다.
안 그래도 채권투자자들이 올해 큰 손실을 입으면서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계절적으로 수급이 악화되는 가운데 크레딧 크런치까지 발생한 상태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시장에 대한 두려움은 눈덩이처럼 커졌으며, 이는 PF ABCP뿐만 아니라 일반 CP시장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건설사와 증권사의 자금 사정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고 증권사들이 자금 확보를 위해 크레딧 채권들을 내놓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지금은 금융당국이 나서 시장안정조치를 취한 뒤 각종 금융사들을 '지도 편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경기 둔화로 향후 또 다른 크레딧 이벤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장 강원중도개발공사, 흥국생명 사건의 '여진'을 어느 정도 정리했지만 언제 봄이 올지는 알 수 없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 레고랜드 ABCP 사태에 따른 유동성 경색 등으로 건설업, 그리고 오랜기간 부동산 금융으로 재미를 봤던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 등 2금융권에 불안한 시선이 걷히지 않고 있다.
A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크레딧 시장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부동산PF라고 본다"며 "지방 건설사 부도 우려도 크고 결국 PF 쪽이 안정을 찾지 못하면 신용채 스프레드도 안정을 찾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B 자산운용사 매니저는 "PF 사업장 큰 곳 몇 군데가 타격을 입으면 몇몇 금융사는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며 "금융당국이 불안한 관리를 지속하고 있지만 과연 사고 없이 이 시기를 무난히 넘어갈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 크레딧 상황은 내년 언제쯤 나아질까...크레딧 이벤트 불안 덜 수 있어야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에 따른 신용채 가격 메리트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필요하다.
2010~2013년의 부동산 침체발 건설/금융사 위기, 2012년 웅진그룹 사태, 2013년 동양그룹 사태, 2016년 조선업 등 수주산업 위기 등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는 가운데 2023년엔 과연 어떤 일이 닥쳐올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두려움이 잠재해 있다.
신용 스프레드 안정을 위해선 한국 산업이나 기업 쪽에서 큰 사고가 터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인식도 작용하고 있다.
김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엔 기업 신용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만약 크레딧 문제가 일부 산업에만 국한된 채 마무리되면 2016년의 일드 레이쇼(크레딧금리/국고채금리)를 토대로 155~164bp 수준의 스프레드 확대를 감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연구원은 그러나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200bp 이상의 스프레드도 감수해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2016년 이후 한동안 크레딧 채권 시장에 충격을 줄만 한 대형 이벤트가 없었다. 그 때부터 상당기간 크레딧 시장의 펀더멘털 우려는 사라지고 믿고 투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크레딧 채권 시장의 수급장이 형성돼 수요와 공급이 크레딧 스프레드 결정 요인이었다"며 "이 분위기가 올해 하반기에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크레딧 채권 투자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된 상황이며, 미래에 닥칠 수 있는 크레딧 이벤트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
윤 연구원은 "2023년은 다양한 크레딧 이벤트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해"라며 "수급보다 펀더멘털 분석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현재의 부동산 침체 상황은 2010년~2013년 닥쳤던 부동산 시장 침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건설업, 금융사 부실 사태를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커 내년 상황을 안심할 수 없다고 했다.
■ 신용 스프레드 축소 시점은...내년 1분기 금리인상 멈출 때?
현재 금융시장엔 연준,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착역이 내년 1분기 정도 아니겠냐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당분간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여력은 없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지도 편달과 지시에 의해 신용채권들을 소화하다가 내년 1분기 금리인상 종료 시점에 신용채 시장이 숨통을 틔우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진단들도 보인다.
김상훈 연구원은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상 전후로 크레딧 스프레드가 고점을 형성한 이후 축소될 것으로 본다"며 "그 시점이 되면 금리 안정과 회사채 수요예측 재개, 연기금 자금 유입 등으로 크레딧 스프레드 하향 안정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1분기 상황이 바뀌면 우량채권 중심으로 수요가 모여들 것으로 봤다.
윤원태 연구원은 "2023년 상반기까지 금리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기준금리 인상 종료가 컨센서스로 형성되는 시점부터 크레딧 채권 매수세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현재 금융당국이 채권시장 안정을 진두지휘하면서 힘을 쏟고 있으나 말 그대로 안정을 구가할 수 있을 때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윤 연구원은 "내년 1분기까지 긴축이 이어지며 시중 유동성은 축소될 것이고 기준금리 인상 하에서 채권 투자자금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채권 투자자금은 기준금리 인상이 멈췄다고 인식될 때 반등을 보일 것"이라며 "따라서 23년 크레딧 채권 시장의 연초 매수세는 과거 대비 미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부동산 관련 금융시스템의 불확실성이 잔존해 있으며 부동산 경기 개선은 장기간 소요될 것"이라며 "연말과 연초 금융당국의 규제로 은행채와 공사채 발행은 줄어들 수 있으나 채권시장 유동성 경색이 풀리면서 안정을 찾을 경우 여전채와 회사채 발행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PF에 대한 두려움과 신용 스프레드 정점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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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PF에 대한 두려움과 신용 스프레드 정점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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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SK증권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PF에 대한 두려움과 신용 스프레드 정점 찾기
이미지 확대보기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