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11-01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연속 50bp 인상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들

  • 입력 2022-11-07 11:2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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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이 4연속 75bp 인상을 단행한 뒤 한미 금리차가 다시 벌어지자 한국도 연속 빅스텝을 통해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다만 한국에선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뒤 신용 경색이 오고 경기 우려도 커져 한미 금리차에 대한 집착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관점도 강화됐다.

자칫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 찌어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면서 속도조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꽤 나오는 것이다.

아울러 각국 통화정책, 금통위 세력 구도 등을 볼 때 독자적 통화정책이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는 구간 아니냐는 진단들도 보인다.

이런 분위기가 강해진 데는 무엇보다 신용경색 영향이 컸다. 아울러 호주-캐나다 등의 예상을 하회한 금리인상폭, 금통위 복수의 소수의견 등도 영향을 미쳤다.

■ 자국 사정에 맞춘 인상폭 조절..."미국보다 정책금리 낮지만 인상폭은 낮게 가져간다"

미국 연준은 이달 1~2일 FOMC 회의를 거친 뒤 기준금리를 75bp 인상한 4.00%(상단기준)로 맞췄다.

오는 12월엔 50bp 혹은 75bp를 추가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은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50bp 인상에 3.00%로 맞춘 상태다. 미국이 추가로 금리를 올릴 폭을 감안할 때 한국 역시 연속 50bp 인상을 통해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도 제기된다.

하지만 미국보다 정책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미국의 보폭을 쫓아가기 보다는 내부 사정을 감안한 인상폭을 조정하는 나라도 늘었다.

호주 중앙은행은 10월 4일 기준금리를 시장 전망(50bp)보다 작은 폭인 25bp 인상했다.

호주는 올해 5월 25bp 인상을 시작으로 6월, 7월, 8월, 9월 각각 50bp 인상을 단행했다. 호주는 금리를 급하게 올린 만큼 10월부터는 베이비스텝을 밟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10월 26일 기준금리를 3.75%로 50bp 올렸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인 75bp 인상폭을 밑도는 것이었다.

캐나다는 당시 "주택경기 둔화, 가계·기업 지출 약화 등 최근 금리인상 영향이 금리에 민감한 경제 영역에서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75bp는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중앙은행들의 인플레 경계감은 여전하지만 자국 경제사정에 맞게 인상폭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노르웨이는 이달 1일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한 2.50%에 맞췄다. 시장에선 50bp 인상을 예상했지만 주택 모기지 내 변동금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노르웨이는 25bp 인상을 택했다.

■ 높은 가계부채 규모와 변동금리대출 비중..."변동금리 비중 높아 미국 따라가기 버거워"

지난주 노르웨이가 시장 예상보다 적은 폭인 25bp만 인상한 이유 중 하나는 모기지 내 높은 변동금리 비중 때문이었다.

노르웨이는 모기지 중 변동금리 비중이 90%를 넘는 것으로 알려진 나라다. 미국의 경우 모기지 변동금리 비중이 10% 정도지만, 각국의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비중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미국을 무작정 추종하기가 만만치는 않은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정책금리 인상폭과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함께 고려한 정책금리 인상의 주택담보대출 전가 정도가 한국의 경우 폴란드, 노르웨이 등에 이어 8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예컨대 21년 6월 이후 '정책금리 인상폭(bp)×변동금리 비중'을 보면 폴란드 640, 아이슬란드 222, 노르웨이 166, 핀란드 120, 한국 106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즉 한은은 집값 하락을 예상하면서 금리 인상의 부동산 영향력도 높게 나타나는 나라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주요국들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가격 하방압력이 주요국 중 높은 편"이라며 "코로나19 이후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주요국 대비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등 우리나라 주택가격에 대한 고평가 인식이 확산돼 있는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또 "주택가격 상승이 높은 가계부채 비율 상승을 동반한 상황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비교적 높은 주담대 의존도와 변동금리비율을 통해 가계의 채무상환부담 증가와 주택가격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금리인상폭 조절에 나선 나라들은 한국처럼 가계부채 규모가 크고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나라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 예상보다 금리인상폭을 적게 잡은 나라들인 호주와 캐나다, 노르웨이의 모기지 중 변동금리 비중은 각각 88%, 51%, 95% 수준"이라며 "GDP 대비 가계부채 규모도 각각 118%, 106%, 92.9%로 높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105%로 높고, 특히 전세대출을 포함하면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도 78% 수준인 만큼 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나라"라고 진단했다.

미국이야 모기지 중 변동금리 비중이 10.4%에 불과하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도 77%에 그치지만, 한국 등은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 크레딧 크런치 발생한 한국..."자칫하다가는 더 큰 비용 치를 가능성"

최근 레고랜드 사태 발발 이후 크레딧 채권시장이 사실상 스톱된 뒤에도 '거시경제 여건은 크게 변한 게 없다'면서 한국의 적극적인 금리인상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는 살아남았다.

근원 물가가 오름폭을 확대하는 등 거시 여건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 중점을 둔 평가들이었다.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콜 옵션 미행사 등으로 크레딧 불안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레고랜드 사태 후 건설사, 증권사 등의 자금 사정에 대한 각종 루머가 횡횡할 정도로 시장 심리는 불안정했다.

특히 부동산 PF 관련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앞으로 카드사나 캐피탈사와 같은 여전사나 2금융권 쪽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다.

근본적으로 크레딧 크런치 문제는 저금리 시대가 종료와 함께 연준의 적극적인 금리 인상이 그 발단이었던 만큼 지금은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로 최소한 상황을 더 악화시키진 말아야 한다는 주장들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부동산PF 관련 우려가 팽배한 상황에서 어디서 또 다른 신용 사건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면서 "간신히 금융당국의 조치로 연명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연속 빅스텝을 통해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1월 FOMC 부담으로 국내 금통위 또한 11월에 연속적 빅스텝을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되나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외환시장 부담이 크지 않다면 내생변수인 금리는 현재 신용위험 확산에 더 주목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신체의 모든 장기가 양호해도 혈관 하나가 막혀서 사망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 금통위 비둘기파들의 약진..."신입사원, 비둘기파에 합류"

지난 10월 금리결정회의에선 2명의 금통위원이 50bp 인상에 반대했다.

임기 만료일이 2026년 5월로 가장 많이 남은 신성환 위원이 주상영 위원의 편에 선 것이다. 10월 회의 당시 이 2명의 금통위원은 25bp만 올리자고 주장했다.

지난 회의 금통위 내 상대적으로 도비시한 세력들이 진군한 가운데 이들은 일단 '환율의 정책 영향력'을 다른 위원들보다 덜 중요하게 봤다. 10월 50bp 인상엔 환율 요인(자본유출입 문제 등)이 크게 작용했지만 상대적으로 도비시한 두 위원은 환율을 지나치게 고려해야 해선 안된다는 했다.

그러면서 경기 둔화에 보다 초점을 뒀다.

두 명 중 한 사람은 수출과 투자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회복을 이끌어온 민간소비도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증가세를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했다.

다른 위원은 대외여건 및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에 영향받아 경제 성장세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에는 8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시점에서의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주상영 위원의 도비시한 면모는 잘 알려져 있는 가운데 신성환 위원은 지난 금요일 한 세미나에선 연준이 과소 긴축의 위험을 말하지만 신흥국에선 과잉 긴축을 우려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실물 경제와 인플레의 트레이드 오프가 부각될 것이며, 시장의 경제학자들은 과도한 긴축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7월 입사한 신입사원 신성환 위원이 벌써부터 비둘기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금통위 내 분위기 변화를 봐야 할 것같다"고 말했다.

■ 경기 둔화 불가피한 상황인데...

각국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인플레 파이팅에 힘을 쏟고 있지만 통화정책에 있어서 경기에 대한 비중이 점점 높아질 수 있다는 진단도 적지 않다.

금리인상 사이클이 후반부에 진입한 뒤 시간이 갈수록 경기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을 것이란 평가가 많은 것이다.

여전히 중앙은행들이 인플레 제어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지만, 미국 연준 역시 정책금리의 최종 수준을 고민하는 단계로 진입한 가운데 경기 상황을 신경쓸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금요일 달러인덱스가 수년래 최대폭인 2%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 스탠스는 정치와 경제 상황에 수시로 뒤바뀌므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지금은 펀더멘털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평가했다.

그는 "글로벌 인플레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겠지만 모멘텀은 확실히 바뀌어갈 것"이라며 "강달러가 완화된다면 금통위도 국내의 위중한 크레딧 상황과 가계부채의 엄중함을 고려해 급하게 금리를 올릴 필요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까지 각국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고 있어 중앙은행의 물가 제어 의지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C 증권사의 한 채권 중개인은 "최근 신용경색 사태로 11월 금리인상 전망이 25bp쪽으로 기우는 듯했지만 여전히 50bp 인상 전망도 꽤 있다"며 "수급이 좋지 않은 데다 크레딧 위험도 여전해 채권시장에 좋은 시절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연속 50bp 인상이 어렵다고 보는 이유들이미지 확대보기


자료: 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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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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