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1년간 외국인 美주식 순매수 9420억불 ‘사상 최대’ - FT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최근 1년간 미국 주식을 사들인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투자 붐을 등에 업은 미국 증시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과 대만 등 아시아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확대도 대규모 자금 유입을 뒷받침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12개월간 외국인 투자자의 미국 주식 및 투자펀드 지분 순매수액은 9천420억달러(약 1천280조원)로 집계됐다.
미 재무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12개월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특히 올해 2분기에 해외 투자자의 미국 주식 및 투자펀드 순매수액은 4천260억달러에 달했다. 전년 동기보다 62% 증가했으며 종전 분기 기준 최고치였던 2022년의 2천990억달러도 크게 웃돌았다.
외국인 자금의 기록적인 유입은 미국주식의 강세와 맞물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지난 7월까지 1년간 약 20% 상승했다. 특히 올해 2분기에는 이란 전쟁 여파로 한때 급락했지만 이후 빠르게 반등하면서 분기 전체로 14.9% 상승했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에서 증시가 반등했던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상승률이다.
AI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설비투자와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가 미국 증시로 글로벌 자금을 끌어들이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과 대만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확대도 두드러졌다.
자국 반도체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국내 주식 비중이 높아진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 집중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로 자금을 분산했다는 분석이다.
브래드 세처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한국에서 2천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해외 주식으로 이동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의 성격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주식 매수는 급증한 반면 미 국채를 비롯한 채권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수요는 둔화했다.
외국인의 미국 채권 순매수액은 올해 1분기 3천140억달러에서 2분기 1천880억달러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식 순매수액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특히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6천180억달러까지 감소해 2008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갔다. 중국이 미 국채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금과 미국 정부기관채 등으로 외환자산을 다변화한 영향으로 분석됐다.
세처 연구원은 미국이 대규모 재정적자를 기록하면서 막대한 국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해외 투자자의 미 국채 수요는 이전보다 약해진 반면 미국 주식에는 글로벌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 국채시장에서 장기금리가 급등한 것도 이 같은 자금 흐름과 맞물려 있다. 25일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5.5%를 돌파해 약 22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10년물 수익률도 5.2%를 넘어섰다.
높아진 국채금리에도 외국인의 미국 주식 매수세가 확대됐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높은 할인율에 따른 주식 가치평가 부담보다 미국 기업의 성장성과 AI 투자 확대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미국 주식으로 해외 자금이 집중된 만큼 향후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자금 흐름이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도 시장의 관심사다. 특히 미 국채금리가 5% 안팎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의 투자 매력이 높아져 주식으로 향했던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FT는 기록적인 해외 자금 유입이 미국주식 상승세를 뒷받침하는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미국 자산 선호가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