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9-22 (화)

한은 "수요압력 확대에 근원물가 높은 오름세 지속…2%대 중반 넘으면 확산 빨라져"

  • 입력 2026-08-31 08:28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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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김경목 기자] 반도체 수출 호조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물가의 수요 측 상승 압력이 점차 커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특히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을 넘어설 경우 개별 품목의 가격이 동시에 오르는 동조화 현상이 빠르게 강화되면서 물가 상승세가 광범위하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정원석 차장·장태윤 과장·김상효 조사역은 30일 공개한 '경제전망(2026년 8월) 이슈분석-수요주도 물가압력이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최근 반도체 수출 호조의 영향이 내수로 파급되면서 향후 물가의 수요 측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수출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크게 웃돌면서 가계 등의 실질 구매력이 확대되고, 이것이 향후 내수를 자극해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2000년 이후 국내에서 수요 압력이 높으면서 근원물가 상승률도 높은 '수요주도 고(高)근원물가기'가 총 네 차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구체적으로 GDP갭률이 플러스(+)인 동시에 근원물가 상승률이 2분기 이상 2.5%를 웃돈 시기를 기준으로 2002년 카드사태 이전,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2011년 금융위기 회복기, 2022~2024년 팬데믹 충격 회복기가 이에 해당했다.

이들 시기에는 공통적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확충된 이후 소비와 물가가 함께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물가 상승에 앞서 임금이나 자산가격 상승으로 가계의 구매력이 개선됐고 이후 시차를 두고 실제 소비 확대로 연결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수요가 강해지면서 기업들이 이전에 떠안았던 비용 상승분을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팬데믹 이후에는 글로벌 공급망 병목으로 수입물가가 크게 상승한 뒤 수요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가격 전가가 활발해졌다.

주목할 부분은 근원물가 상승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나타나는 가격의 '동조화'다.

한은 분석 결과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을 웃돌기 시작하면 개별 품목들의 가격이 함께 상승하는 동조성이 급격하게 강화됐다.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을 넘었는데도 품목 간 가격 동조성이 낮은 수준에 머무른 사례는 드물었다. 물가 오름세가 일정 임계점을 넘어서면 일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고 가격 인상이 광범위한 품목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특히 개인서비스 품목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팬데믹 이후에는 개인서비스가 근원물가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분석됐다.

팬데믹 회복 초기에는 내구재 가격이 먼저 상승했지만 이후에는 여행과 외식, 숙박 등 경기에 민감한 개인서비스 가격이 전체 근원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한은은 수요 압력이 실제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정량적으로 추정했다.

필립스곡선을 이용한 분석 결과 수요가 높은 국면에서는 GDP갭률이 1%포인트 확대될 경우 근원물가 상승률이 약 0.1~0.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민감물가를 활용한 간접 추정에서는 GDP갭률이 1%포인트 확대될 때 근원물가 상승률이 0.2~0.4%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근원물가를 이용한 직접 추정 결과는 약 0.14%포인트였다.

수요 충격의 물가 영향은 경기 상황에 따라서도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다.

수요가 낮은 국면에서는 한 단위의 GDP 수요 충격이 발생한 뒤 3분기 후 근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약 0.2%포인트에 그쳤다.

반면 수요가 높은 국면에서는 충격의 영향이 시간이 지나면서 확대돼 6분기 후 최대 0.6%포인트까지 커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경기가 강한 상황에서는 같은 규모의 수요 증가라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고 지속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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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 역시 향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됐다.

한은은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GDI 확대가 실제 소비 증가로 연결될 경우 근원물가에 약 0.05~0.2%포인트의 추가적인 상방 압력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늘어난 소득이 소비 대신 저축이나 자산 취득에 머무를 경우 실제 물가로 전가되는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향후 국내 근원물가가 수요 압력 확대에 따라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을 넘어설 경우 품목 간 가격 동조화가 심해지면서 물가 상승이 일부 품목에서 광범위한 상품과 서비스로 확산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에 향후 물가 흐름을 판단할 때 경기 회복세뿐 아니라 반도체 수출 호조와 교역조건 개선에 따른 소득 증가가 실제 국내 소비로 얼마나 빠르고 강하게 파급되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근원물가 상승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고착화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분석은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니라 집필자 개인의 견해라고 한은은 밝혔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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