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태민 칼럼) 대통령의 '부동산 하락론자' 칭찬이 지닌 위험성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주 23일 열린 부동산대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특정 인물들의 의견을 구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증권사 건설업 담당 연구원 출신인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채상욱 채부심 대표 등에게 부동산 정책 관련 의견을 물어 주목을 끌었다.
대통령은 평소 이들의 유튜브 등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발언권을 줬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이 대통령이 편향된 시각을 보여주는 '소위 부동산 전문가'를 추종하고 있어 크게 걱정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부동산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이 폭등할 때 이광수·채상욱 연구원은 약세론자로 꼽혀온 사람들"이라며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을 정반대로 예측해 온 엉터리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 대통령의 이광수·채상욱에 대한 애정
이재명 대통령은 100명이 넘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한 말 그대로 '대토론회'에서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광수 대표의 의견이나 콘텐츠를 평소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알리면서 부동산 시장을 진단해 달라고 했다.
이 대표가 '기존 대출자 구조조정'과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횟수 제한'을 제안하자 "100% 진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발상이 새롭다"면서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채상욱 채부심 대표도 직접 거론하면서 애정을 과시했다.
대통령이 임대주택 정책에 대한 의견을 구하자 채 대표는 "민간 임대 활성화 방안이 빠져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건설임대를 할 부지가 있다면 지금처럼 분양 수요와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가 왜 임대를 선택하겠느냐"라며 집 지을 땅이 없다고 했다.
대토론회 뒤 부동산 카페에선 "대통령이 유튜브를 많이 본다더니, 엉뚱한 유튜브만 보고 있다"는 식의 의견이 달리기도 했다.
일부에선 "대통령이 자기 입맛에 맞는 집값 하락론자·규제론자인 이광수·채상욱의 의견을 전국에 홍보했다"는 식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친정부 정치 커뮤니티에선 주택가격 하락을 외쳐온 애널리스트에 대한 극찬도 이어졌지만, 부동산 투자 카페 등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 잔뼈가 굵은 사람들 중엔 이광수 대표의 문제제기에 대해선 어이없어 하는 모습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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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좋아하는' 이광수의 4가지 제안
지난주 토론회에서 이광수 대표의 제안은 '현실성 여부를 떠나' 큰 관심을 끌었다.
대통령이 직접 큰 애정을 드러내면서 아이디어를 구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이광수 대표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LTV 등 엄격한 대출 규제를 신규 대출자뿐만 아니라 이미 대출을 받아 집을 산 '기존 대출자'에게도 똑같이 소급 적용하자는 주장을 펼쳤다
기존 대출자들은 집값 상승 이익을 그대로 누리면서 무주택자와 청년들의 신규 대출만 막는 현행 방식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공정하지 못하다고 했다.
따라서 기존 대출자들도 '규제해야' 공정에 맞다는 논리를 폈다.
이 대표의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생애 1회'로 제한하자는 주장 역시 큰 관심을 모았다.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노리고 '갈아타기'를 해 돈을 번 사람들을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갭투자와 투기적 매수를 반복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비과세 혜택을 평생 1번으로 제한하면 처음 집을 살 때부터 실거주 목적으로 장기간 거주할 곳을 신중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에 대한 '연간 총량제' 도입도 제안했다.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멈추고 서울시 등 주요 도심의 연간 정비사업 추진 물량을 일정 규모로 제한하자고 했다.
규제를 한꺼번에 풀면 여러 사업장에서 철거와 이주가 동시에 일어나 단기적으로 '멸실 주택'이 대거 발생하게 된다.
이같은 마찰적 수급은 전·월세 시장 불안을 부르고 집값 급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이 대표는 따라서 연간 물량을 정해 순차적으로 진행하되 공공분양 비율이 높거나 분양가가 낮은 사업장에 우선권(인센티브)을 주면서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지역 폐지'도 주장했다. 일부에서 이 대표가 규제를 없애자는 주장을 펼쳤다고 이해하기도 했지만, 실은 그 반대였다.
이 대표는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 '특정 지역' 전체를 묶어 규제하는 현행 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대신 투자·투기 목적인 매매 행위 자체를 기준으로 전국 어디서나 동일하게 규제하자고 했다.
특정 지역을 기준으로 규제하면 인근 비규제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만 반복되고 해당 지역의 선량한 실소유자까지 피해를 보니,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모두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광수 대표의 '투기 방지' 관련 아이디어에 대해 일부 사람들이 환호하기도 했지만, 부동산 시장을 좀 아는 사람들은 크게 우려했다.
이러면 집값은 더욱 자극해 없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걱정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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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주장의 위험성
대통령이 좋아하는 사람인 만큼 이광수 대표의 주장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기존 주담대 규제 관련 주장은 '기존 법 체계와 법의 정신을 무시하는' 주장이다.
법은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소급입법 금지'와 '신뢰 보호 원칙'을 금과옥조로 삼는다.
예컨대 적법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실소유자들에게 사후에 규제를 들이대며 대출을 토해내라고 하는 것은 법이 지녀야 하는 안정성을 뒤흔드는 행위다.
규제 강화로 인해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수억원의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영끌족과 중산층은 대거 파산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은행 부실화 등으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자체를 흔들 수 있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생애 1회' 제한 주장 역시 문제가 많다.
주택시장 메카니즘상 이같은 세금 정책은 매물 잠김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정상적인 '갈아타기' 수요까지 막으며 유통시장의 공급은 더욱 위축된다.
사람들은 혜택을 한 번 쓰면 다음 이사 때 높은 세금을 내야 하므로 이사를 미루거나, 아예 이사를 포기하고 한 집에만 더 오래 머물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안 그래도 심각한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돼 주택시장의 순환에 흠집을 낼 수밖에 없다.
또 평생 단 1번만 비과세를 주겠다는 것은 1주택 실소유자의 명목소득에 과도한 징벌적 과세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들도 있다.
재개발, 재건축 연간 물량을 제한하는 것도 문제다.
서울 주택공급을 위해선 정비사업이 필수인 상황에서 연간 물량 규제는 공급 부족 우려를 더욱 키울 수 있다. 기존 신축 아파트 가격을 급등시킬 수 있는 데다 조합간 극심한 이권 다툼, 각종 특혜 시비 등을 부를 수 있다.
이런 식이면 예컨대 정비구역 허가 순서와 관련해 조합들은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각종 로비, 소송 등을 벌이게 될 것이다.
또 우선순위에서 밀린 구역은 사업 지연으로 주민들의 주거 환경만 악화될 수 있다.
마찰적 수급이 불러오는 집값 상승 우려 때문에 정비사업을 미루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면 나중에 집값은 더욱 큰 폭으로 자극받게 된다.
아울러 규제지역 제도를 폐지하면서 전국을 동일하게 규제하면 안그래도 심각한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고 전국에 똑같이 강력한 행위규제를 적용하면, 지방 부동산과 수도권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런 식이면 지방 자산가들은 결국 서울 상급지로 더 몰릴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똘똘한 한채 집중 투자를 불러 현재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격차는 어느 때보다 크게 벌어져 있다.
서울 지역의 B 공인중개사는 지난주 부동산대토론회와 관련해 "이광수 대표가 공정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이상한 아이디어를 냈고 대통령이 '좋은 생각'이라며 칭찬까지 했다"면서 "부동산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자화자찬쇼였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만약 정부가 부동산을 모르는 사람의 아이디어를 덥썩 문다면 시장엔 더 큰 혼란이 나타날 수 있다. 말을 안하려고 했는데, 이광수 애널은 문재인 때부터 업계에선 돌팔이 취급을 받았던 사람"이라며 "걸러졌어야 할 사람이 다시 부동산 전문가 행세를 하는 것도 놀라운데 대통령이 이런 인물을 추종한다는 건 기막힌 일"이라고 했다.
■ 이광수, 라이트하우스·김현미의 추억도 소환
이광수 대표는 문재인 정부 집값 폭등기에 하락을 예상했지만, 부동산 전망 업계에서 살아 남았다.
그는 비록 전망은 틀렸지만 정치적으로(?) 권력 주변을 탐색하면서 힘을 키웠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20~2021년 역대 최대폭(금액기준) 서울 아파트 폭등기 때 엉뚱한 예상을 한 뒤인 2022년엔 '더불어민주당 정책토론회' 등에 참여하면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엔 초고가 주택 보유세 인상 등 세제 강화나 각종 규제 강화 주장을 펼쳤다.
B 공인중개사는 "정부는 이광수 대표의 주장대로 한번 해보길 바란다. 시장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해보라"면서 "집값 폭등으로 무주택자 등에게 지옥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정부 정책 기조와 반대로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주고 임대인들(임차 물건 공급자)에게 떡고물을 줘야 하는 시기"라며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었다면 문재인 때는 왜 안 됐겠는가. 그 때 세금이 집값을 쳐올리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고 했다.
대통령이 '부동산 약세론자'에게 심취(?)해 있는 사이 과거 정책 실패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특히 문재인 정부 때의 부동산 인기 유튜버 '라이트하우스'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라이트하우스는 부동산 시장의 대표적인 ‘강경 하락론자’로 활동하며 무주택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린 바 있다. 당시 폭등하던 집값에 지친 대중의 심리를 파고들며 채널은 급성장했다.
문재인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규제 정책(대출 규제, 세금 인상 등)을 발표할 때마다 라이트하우스는 "투기꾼들 다 망했다. 정부의 규제로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는 내용들을 올려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라이트하우스 채널을 즐겨 시청하고, 이 채널의 말을 믿고 집 매수를 미뤘던 무주택자들이 ‘벼락거지’가 됐다.
지난주 이 대통령이 부동산 하락론자를 편애하는 모습을 보면서 '무주택자의 공포와 분노를 이용해 조회수 장사를 한 라이트하우스'를 떠올리는 사람마저 있었던 것이다.
한편 당시 부동산 시장을 모르던 김현미 국토장관 역시 집값 폭등기에 라이트하우스를 팔로우한 것으로 방송에 노출되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