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7-15 (수)

(장태민 칼럼) 삼전 노조의 호남반도체 반대와 노란봉투법

  • 입력 2026-07-15 13:4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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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삼전 노조의 호남반도체 반대와 노란봉투법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13일 입장문을 통해 호남 반도체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삼성전자 초기업노조는 "조합이 주말 조합원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환배치와 근로조건, 처우 등을 고려할 때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84%에 달했다"고 전했다.

노조는 "정부는 속도를 말하고 있지만 그 속도를 감당해야 할 사람에 대한 대책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 비례 성과급을 관철시키면서 주주의 몫을 가로챈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호남 반도체에도 딴지를 건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노란봉투법을 통해 노조의 파워를 한껏 키워줬지만, 노조는 주주에 이어 정부와도 팽팽한 대치 전선을 형성했다.

■ 노조, "실은 경영진도 호남반도체 반대" 알려

노조는 회사 경영진이 정부에 등 떠밀려 억지로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는 점도 알렸다.

정부가 최근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호남 반도체는 삼성 경영진의 판단에 의한 결정이라고 주장했지만, 노조는 반대 얘기를 했다.

노조는 "사측은 노조와 2차례에 걸친 미팅에서 '(호남 반도체는) 경영진도 부담스러워한다'며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일할 사람도, 투자할 회사도 확신하지 못하는 계획이라면 지금은 속도를 낼 게 아니라 신뢰는 만드는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호남 반도체가 반도체 산단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인 '인수전'(인재, 용수, 전력)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평가도 많은 듯하다.

최근 전영현 대표도 "원전 확대와 전력구매계약을 적극 추진하고 LNG 열병합 발전도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면서 전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노조는 광주전남 지역이 반도체 산단을 위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흔히 얘기하는 반도체 산단 3요소 중 '인재'와 관련해 노조원들 자신은 호남으로 내려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노조는 정부의 노동정책도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노조는 "한쪽에선 주 4.5일제를 추진하면서 다른 쪽에선 메가프로젝트를 이유로 주52시간 상한을 해제하겠다고 한다.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는 조합원과 노동자 의사는 고려하지 않은 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반도체 인력도 동일하게 존중받아야 할 노동자"라고 했다.

노조, '호남 반도체'는 교섭조건...노란봉투법의 힘

삼성전자 노조는 특히 '호남 반도체'를 2027년 노사교섭에서 다루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조는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가 만들고 통과시킨 노란봉투법 덕분에 그럴 권리가 있다는 점을 당당하게 거론했다.

노조는 "정부·여당이 입법한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에 따라 조합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 결정 또한 교섭이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수만 명의 근무지와 처우가 걸린 이번 프로젝트야 말로 그 대표적인 경우"라며 "이 과제는 조합과의 대화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끄는 정부 노동관계 부서가 다시금 노조에게 양보하길 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조는 "정부에 다시 요청 드린다. 조합이 제안한 노사정 협의의 장에 응답해 달라.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조급함보다는 긴 호흡으로, 차근차근 대비해 나가는 게 대한민국 반도체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라고 했다.

■ 노동부, "경영상의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 아니다" 주장...노조 "법에 따른 교섭대상"

'호남 반도체는 중대한 협의 사항'이라는 노조 주장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기업 투자나 공장 증설 등 사업 경영상의 결정 자체는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노동부는 "기업 투자, 합병, 분할, 양도 등 '사업 경영상의 결정' 그 자체는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노란봉투법상으로도 단체교섭 및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다만 "경영상 결정을 '이행·실현하는 과정'에서 근무지 이전이나 처우 변화 등 실질적인 근로조건 변동이 생길 경우, 해당 근로조건에 한해서만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의 이런 입장이 나오자 노조는 "인프라 작업으로 수만명의 근무지 이동이 불가피하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근로조건에 직결되는 교섭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이런 논란은 노란봉투법이 만들어지고 국회를 통과될 때 이미 예견됐던 것이다.

노란봉투법 자체가 '노조의 준(準) 경영진화'를 말하고 있다는 주장도 많았다.

아무튼 정부는 노란봉투법이 하청 근로자 보호나 불법 파업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제한 등 '노동권 보장'을 위해 만든 법인 만큼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조는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노조는 기업의 대규모 투자(호남 반도체)나 공장 입지 선정 같은 경영 판단 자체를 노사 교섭 테이블에 올려 표결하거나 반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노란봉투법 그 자체는 노조가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 정부의 호남반도체 속도전...그러나 발목잡는 노란봉투법

정부는 지난 6월 29일 전남·광주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 넘는 돈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30일엔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를 직접 방문회 국민보고대회를 주재하면서 반도체 메모리 팹 4기 구축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후 이달 6일 대통령실은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를 열고 250만평 규모의 광주 군 공항 부지를 최종 사업예정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여전히 일부에선 인재·용수·전력 등을 감안할 때 호남 반도체는 사실상 어렵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정부는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서두르고 있다.

이러던 상황에서 노조가 '노란봉투법'을 들이대면서 호남반도체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은 2026년 3월 10일에 정식 시행에 들어간 상태다. 작년 8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9월 9일에 공포돼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효력이 발생한 것이다.

노조법에선 제2조 개정 사항이 핵심이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 개념의 확대·노동조합 요건의 완화·노동쟁의 범위의 확장을 골자로 한다.

이제 명시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하청·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원청 사업주도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한다.

이에 따라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동조합 요건도 완화돼 특수형태근로종사자(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가 노조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 설립을 불허하거나 기존 노조를 부인할 수 없도록 규정을 전면 개정하여 이들의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한다.

노동쟁의와 관련해 기존엔 임금 협상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다툼만 노동쟁의로 인정했으나, 개정 후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정리해고, 구조조정 등)'이나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에 대한 반대 파업도 합법적인 노동쟁의의 테두리 안으로 포섭했다.

그리고 지금은 삼성 노조가 노조법 제2조 핵심 개정 내용인 노동쟁의 범위의 확장(제5호)을 근거로 호남 반도체를 반대하고 있다.

■ 노란봉투법, '호남 반도체' 싫다는 삼성전자 노조 주장에 힘 실어

이 법 정의규정 5호는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 근로자 지위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및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로 돼 있다.

기존에는 파업을 할 수 있는 범위가 '임금이나 복지 등 아직 정해지지 않은 근로조건의 결정(이익분쟁)'으로만 묶여 있었다. 하지만 개정법에서는 이를 크게 3가지 영역으로 넓혔다.

먼저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포함됐다.

기존에는 경영권의 영역이라며 파업 대상에서 제외되던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사업장 이전 등의 이슈도 그것이 '근로조건에 실질적·구체적 영향을 미친다면'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즉 노란봉투법은 '노조 경영 참여'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또 부당해고 철회 요구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이미 결정된 권리의 이행을 요구하는 '권리분쟁'도 합법적인 노동쟁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사용자가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을 명백하게 지키지 않을 때도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동쟁의(파업 등)를 제기할 수 있게 됐다.

요약하면 과거의 법은 앞으로 바뀔 단체협약(이익분쟁) 때문에 합법 파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재의 법은 '이미 맺은 약속을 안 지키거나(권리분쟁), 고용에 영향을 주는 경영상 결정을 내리는 것(구조조정 등)'에 대한 파업도 합법적인 노동쟁의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한 서울지역 변호사는 "노란봉투법은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대해서도 노조가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노란봉투법 자체가 자본주의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내용이었다. 법 자체가 경영진의 경영권을 상당부분 무너뜨리고 노조가 경영에 간섭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기존 노조법에서 노동자는 경영에 간섭할 수 없었지만, 새로운 노조법, 즉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경영 참여 혹은 간섭'을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그는 "노조는 경영진이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를 강행한다면 노란봉투법에 따라 파업도 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제 노조법에 따라 노동자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대해 파업할 수 있으며, 삼성전자의 400조원 넘는 호남 반도체 투자는 기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

예컨대 향후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가 생기면 기흥, 평택, 용인, 아산 등에서 일하는 반도체 노동자들 상당수가 그 쪽으로 옮겨간다고 보는 게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호남 반도체'가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부른 가운데 노란봉투법이 또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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