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6-19 (금)

(장태민 칼럼) 국민연금 기금위, 청와대 산하로 옮기려는 '빌드업'에 대한 의심

  • 입력 2026-06-19 14:3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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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국민연금 기금위, 청와대 산하로 옮기려는 '빌드업'에 대한 의심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민연금기금운영위원회(기금위)를 청와대 산하로 옮기기 위한 빌드업이 시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단의 여당 의원들이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선 관련 세미나를 연 뒤 이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제개혁연구소 소장)에게 발제를 맡겨 세미나를 개최한 뒤 연금 지배구조 개편, 기금위 이전 필요성 등을 논했다.

국민연금법 제107호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매년 국민연금 기금운용계획을 수립하며, 이를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심의·의결하고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도록 규정돼 있다.

기금위는 올해 2월 1,600조원을 넘긴 국민연금 기금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최종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최근 여당 의원이 지적한 문제점과 논란을 짚어보자.

■ 독립성(Independence)의 문제...정치 입김에 대한 우려

지난 17일 민주당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의 박홍배 의원 외 7명의 여당 의원(민병덕, 김남근, 김남희, 모경종, 박희승, 이강일, 이훈기)은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혁방안'과 관련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박홍배 의원은 "현행 지배구조 체계의 독립성과 책임성, 가입자 대표성을 확보할 '3차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한국노총 금융노조 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노동자의 '연결되지 않을 권리(퇴근 후 카톡 금지법)'나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혁안 마련 등의 의정 활동에 주력하고 있는 인물이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되면서 기획예산처 차관도 참여하게 돼 1명 늘어났다.

정부 당연직 위원은 7명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재정경제부 제1차관, 기획예산처 차관,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고용노동부 차관 등 5명의 정부 차관이 당연직 위원이 된다.

여기에 기관장(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보태 정부 당연직 위원이 7명이다.

민간 위촉 위원은 가입자 대표성 등을 감안한 14명(가입자 대표 12명+관계전문가 2명)으로 구성된다.

가입자대표 12명은 사용자 대표 3명, 양대노총 등 노조 관계자(근로자 대표)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농어업인, 소상공인 단체, 소비자단체, 시민단체 추천)으로 구성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일각에선 복지장관이 기금위원장을 맡고 정부 차관들이 대거 기금위에 참여하자 '독립성' 문제를 거론하곤 했다.

복지장관, 정부 차관 등은 국민의 노후 자금을 불리는 '투자 전문가'가 아닌데, 왜 이들이 대거 기금위에 들어와 있냐면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이는 곧 딴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과 연결된다.

예컨대 최고 의사결정기구(기금위) 수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위원회에 정부 차관들이 당연직으로 대거 참여하기 때문에 국민의 노후 자금이 정부 정치적 기조나 예산 정책, 외환시장 방어 등에 동원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우려했던 것이다.

■ 책임성(Accountability)의 문제...경영권 침해, 연금 사회주의 우려도


기금위의 책임성 문제도 심심찮게 거론됐다.

기금위 위원들이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정은 위(복지부)에서 하고 책임은 아래(기금운용본부)에서 지는책임 회피성 구조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이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비상설 회의체를 상설기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사회 중심의 책임 구조를 확립해 투자 판단과 수탁자 책임(주주권 행사 등)의 결과에 대해 명확하게 민형사상 책임, 그리고 지배구조적 책임을 지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들도 개진됐다.

이창민 교수는 세미나에서 국민연금이 대주주로서 기업들에게 목소리를 내는 행위(주주 관여)를 밀실에서 은밀하게 처리하지 말고 어떤 기업에 무슨 요구를 했고, 그 결과 기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성과)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하게 하자는 의견을 냈다.

이 교수는 "국민연금이 기업과 무슨 대화를 나눴고 무엇을 요구했는지 활동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면 '밀실 외압' 논란을 차단하고 떳떳하게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개입한 덕분에 기업 가치가 얼마나 올랐고 주주 배당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등 계량화된 성과를 입증하고 공개해야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당위성이 확보된다"고 했다.

하지만 재계는 그간 국민연금의 주주 관여 활동을 크게 우려해왔다.

일부에선 국민연금의 특정 기업에 대한 요구 내용이 정기적으로 공개되면 기업들은 '연금 사회주의' 공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이 정도는 아니지만 당장 투자 생태계에 큰 혼선이 초래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들도 많았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예컨대 국민연금이 특정 기업의 지배구조나 배당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돈을 빼면서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면서 "여당이 이창민 같은 세상 물정 모르는 학자를 앞세워 국민연금 시스템 개악을 빌드업 중인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라는 건 예컨대 미래 투자를 위해 배당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건 경영 판단의 문제"라며 "하지만 국민연금이 언론 등을 동원해 특정기업을 비난하는 식으로 나오게 되면, 결국 기업도, 국민연금도, 그리고 국민연금의 진짜 주인인 한국 국민도 모두 위험해 질 수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등 국내 간판 대기업들의 지분을 7~10% 이상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대주주다.

이런 거대 주주가 매번 요구사항을 공개하며 압박하면, 전문경영인들이 주눅이 들어 소신 있게 장기 투자 등을 결단하기보다는 국민연금의 눈치만 볼 수 밖에 없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다보니 재계 일각에선 국가(국민연금)가 민간 기업의 경영을 사실상 통제하고 지배하는 연금사회주의(공적 자금을 통한 기업 국유화)가 완성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 가입자 대표성(Representation) 문제...대표자들 상당수 대표성 없다


가입자 대표성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비율이 맞지 않기 때문에' 고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가입자 위원 배분 기준은 1998년 체제에 멈춰 있다.

사업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 비율이 4대 1로 크게 벌어졌지만, 위원 자리는 여전히 과거 기준으로 똑같이 배분돼 있어 실제 연금을 내는 현재 국민들의 인구·노동 구조를 대변하지 못한다.

자영업자 등을 대변하는 '지역가입자 대표' 위원 수가 6명으로 근로자 대표 3명, 사용자 대표 3명 등과 비교할 때 너무 많다고 볼 수 있다.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가 같은 비율로 있는 이유는 사장(회사)도 국민연금 보험료의 절반(근로자 4.5%, 회사 4.5% 부담)을 직접 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대표 등은 과대평가 돼 있다. 국민연금공단 통계에 따르면, 실제로 연금 보험료를 내고 있는 국민들의 구성은 기금위 비율과 정반대다.

사업장 가입자(직장인)가 약 1,462만명(68%), 지역 가입자(자영업자 등)가 612만명(28%), 임의가입 등이 약80만명(4%)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주변에선 "돈은 직장인들이 훨씬 많이 내는데, 목소리는 자영업자 단체가 2배 이상 크게 내는 구조"라는 비판이 있었다.

아울러 일각에선 민주노총, 한국노총 관계자가 근로자 대표로 참여하는 것을 문제삼기도 한다.

현재 근로자 대표는 한국노총 추천 1명, 민주노총 추천 1명, 한국노총 산하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공공연맹) 추천 1명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에서 월급을 받는 전체 임금근로자는 약 2,137만명 수준이다. 이 중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277만 7,000명으로 전체 노조 조직률은 13.0%에 불과하다.

한국노총 소속 임금근로자 120만명(5.6%), 민주노총 소속 약 107만명(5.0%), 기타 미가맹 노조 49만명(2.3%)이다.

결국 임금근로자 10명 중 1명 남짓을 대변하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대다수 미가입 근로자(87%)의 목소리를 '훔쳐서' 대변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한 직장인은 "전체 노동자의 10% 남짓을 대변하는 양대노총이 국민연금 기금위에서 '근로자 대표 3석'을 독점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도 없고 설득력도 없다"고 했다.

그는 "실제 이 땅 대부분의 노동자들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대기업 노동자만 대변하는 직업 데모꾼이 나의 대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여당 일각의 빌드업 '기금위, 청와대로'...금융시장 일각 "절대 안 될 일"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문제의 토론회'에서 기금위를 청와대 산하에 두면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교수는 "보건복지부에 집중된 권한을 분리해 기금 운용의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청와대 아래에 두자고 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연금 제도 설계(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 등)와 자금운용과 투자(기금운용계획 수립)를 동시에 틀어쥐고 있다.

이 교수는 "복지부는 노후 소득 보장이나 복지 정책을 우선시하는 부처"라며 "기금 투자는 금융·투자 전문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대통령실 산하의 별도 독립위원회로 쪼개야 한다"고 했다.

현재 기금위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아 큰 틀을 결정한다.

실제 투자를 집행하는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공단(전주 본사) 내부에 위치해 있다.

이 교수는 이 문제도 기금위를 청와대 산하로 해야 하는 이유로 거론했다.

그는 "투자 실패나 지배구조 이슈가 터지면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라며 "따라서 기금위를 대통령실 산하 독립기구로 격상하고 하부에 실무 기금운용공사를 신설하면 누가 결정하고 누가 책임지는지가 명확해진다"고 했다.

투자 지침을 내리는 기금위(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와 실제 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공단 소속)가 법적으로 별도의 조직 레이어로 분리되어 있고 물리적 위치도 다르다 보니, 투자 성과나 책임 소재를 두고 부처와 공단 간에 엇박자가 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에선 이런 모순 때문에 기금위를 대통령실 아래에 둬야 한다는 주장은 순진하고 위험하다는 지적도 보인다.

기금위가 대통령실 직속으로 들어가면 대통령의 국정 과제나 정권의 선심성 정책에 국민의 노후 자금이 동원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기금위나 기금운용본부가 청와대 산하로 가면 결국 국민의 돈을 정부 멋대로 쓰게 될 것"이라며 "예컨대 지금도 최근 주가 폭등과 관련해 이상한(?) 의심을 받지만, 이렇게 되면 국민의 돈이 정권 지지율 방어용으로 쓰일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그는 "기금위가 청와대로 가게되면 위원 자리는 대통령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 채워질 수 있다"면서 "냉정해야 할 국민연금의 투자에 정치가 개입하게 되면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 국민연금 한국주식 투자, 지금도 충분히 이상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민연금이 자산배분의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도 많았다.

안타깝게도 최근 한국 주가 폭등의 이면엔 국민연금이 '한국주식 투자비중 확대'를 통해 자산배분의 원칙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기계적으로 주식을 팔아야 하는 규정(리밸런싱)이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기금위)는 시장 충격을 줄이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이 규정을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한국 주식 비중을 높였다. 또 운용자에게 누구도 알 수 없는 '재량권'마저 부여했다.

이러다 보니 각종 소문이 돌기도 했던 것이다.

최근엔 외국계 금융사 연구원마저 이런 문제에 대해 쓴 소리를 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영국계 바클레이즈의 손범기 연구원은 "국민연금이 (정상적인 리밸런싱을 하지 않고) 팔지 않자 국내 주식 가격이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됐다. 부담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자금을 빼 나가면서(외국인 순매도) 환율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초래됐다"고 했다.

외국계에 소속된 손 연구원의 주장은 색다른 게 아니다. 국내 금융권에서 많이들 했던 얘기의 한 토막이다.

아무튼 한국 정부 입장에선 외국계 쪽에서 한 마디 하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백진주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바클레이즈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이런 논란들은 보면서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을 '정치의 손을 탈 수 있는 곳'으로 옮겨선 안 된다는 우려는 더욱 늘어난 듯 하다.

여의도 금융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민연금 국내주식 비중이 30% 근처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이라는 고래가 물량을 쏟아내면 한국 주식시장은 무너질 수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론했다.

그는 그러나 "향후 언젠가 주가가 꺾일 때 국민연금이 정치적 타협을 하느라 '자산배분의 기본원칙'을 위반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여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친정부 성향 폴리페서를 내세워 기금위를 청와대 직할 부대로 만들려는 빌드업을 하는 것은 '뻔히 보이는 수'라며 이런 꼼수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상적인 투자자라면 여당 정치인들의 국민연금 기금위를 청와대 직할부대로 만들려는 꼼수에 찬성할 리가 없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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