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4-13 (월)

(장태민 칼럼) 서울, 아무나 살 수 없는 도시로 탈바꿈 중

  • 입력 2026-04-13 14:5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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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대표적인 정책 성과라고 홍보하는 중이다

국토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대표적인 정책 성과라고 홍보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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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시장 정상화 정책이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정부와 함께 부동산 투기 근절과 주거 정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하지만 여당 원내대표의 '주택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무엇에 근거한 것인지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

지금 서울 임대차 시장은 큰 혼란에 휩싸여 있다.

서울의 무주택자들이나 하층민들 상당수가 '전세 물량 실종과 월세 폭등'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그 정책 효과란 게 서울을 '아무나 살 수 없는 도시로 만드는 것' 아니었는지 의심이 갔다.

■ 정부 주택정책은...여건 안 좋은 서울 임차인들 '경기 지역'으로 솎아내기

올해들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와 실거주 의무 강화 등의 영향으로 전세 거래량과 매물이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3만건 수준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5%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기준으로 이 거래량은 2017년 이후 최저에 해당한다.

거래가 줄었지만 가격은 계속 오르는 중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전세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 정책 덕분에' 전세 매물이 1년만에 40% 넘게 급감해 서울 전세는 씨가 마른다는 볼멘 소리들도 나오는 중이다.

정부가 실거주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면서 다주택자를 압박한 결과 임대 물량은 줄었으며, 무주택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는 중이다.

전세 매물이 실종되면서 '강제' 매수 압력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최근 서울 하급지 매매가격도 급등했다.

최근 2년간 폭등했던 강남권 아파트가 올해 들어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사이 지금은 다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이 급등하면서 키 맞추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상대적으로 싼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임대 환경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급기야 서울 임차인들 사이에선 '경기권의 괜찮은 지역'이라도 사야 안심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마저 들리는 중이다.

최근 용인, 하남, 광명 등 '경기도 내 선호지역' 아파트를 산 서울 사람들도 크게 늘어나 이런 얘기가 신빙성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해줬다.

서울에 주소가 있는 사람들이 경기 지역 주택을 산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넘게 늘어난 것이다.

서울 무주택자 상당수가 서울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며, 일부에선 '경기도 내 괜찮은 지역'을 사면서 집값 추가 급등을 헤지하려는 모습까지 보인 것이다.

■ 혼란한 서울 주택시장...가장 큰 피해자는 현금 부족한 임차인들

올해 이사를 계획했다가 포기한 서울 1주택자인 A씨는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최근 정부는 강남(강남3구) 집값이 빠졌다면서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는 것처럼 가짜뉴스를 퍼트렸습니다. 최근 강남3구는 2년간 폭등에 따른 숨고르기를 할 뿐이었고, 문제는 서울에서 서민이 살 수 있는 지역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정부가 현금 부자들에게만 기회를 준 뒤 마치 서민의 주거가 안정되는 것처럼 사실을 호도했다고 개탄했다.

A씨는 "근래 정부가 강남 집값이 몇 억씩 빠졌다면서 홍보에 나서기도 했지만, 그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은 부자들의 자식들이나 일부 현금 부자들일 뿐이었다"면서 "최근 강남3구 등 상급지 가격이 좀 빠졌다고 하나 동작, 관악, 노원, 동대문, 강서 등 중급지, 하급지들의 가격이 가파르게 급등했다"이라고 짚었다.

A씨는 다만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약하는 정부 정책 때문에 이사를 미룬 자신보다, 임차인들의 상황이 더욱 안 좋을 것이라고 했다.

■ 10.15 대책 예상대로 임차인 궁지로 몰아...정책효과, '예상한 대로' 나타난 것

정부가 10.15 대책을 내놓을 때 주택시장을 아는 이 바닥의 구루들은 '무엇보다 임차인들을 위협하는 정책'이라며 걱정했다.

그간 규제 정책이 부동산 약자를 얼마나 압박하는지 지켜봐온 사람들은 이미 10.15 대책 발표 당시 부작용을 우려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려한 대로, 즉 예상한 대로 나타나고 있다.

실거주 의무 강화로 집을 사서 전세를 놓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기존 임대 물량까지 회수하면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됐다.

정부가 투기 차단이라는 '도덕적' 명분을 내세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원천 봉쇄한 결과 결과 민간 임대차 시장에 주택을 공급하던 수급 루트가 끊어져 버린 것이다.

대출 규제로 인해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집으로 이사하려던 1주택자의 상당수도 계획을 철회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나와야 할 매매나 임대 매물이 잠기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러는 사이에 전세가격은 더 뛰었다.

■ 디딤돌 대출 위축이 말해주는 것은...주거 사다리 끊기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1년 만에 6.25%, 4천만원 올라 상승폭이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전세 대란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세 보증금이 1년도 안 돼 1억원 이상 오른 단지가 급증했다.

정부의 주택 수요 억제 정책이 전반적인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한 가운데 전세시장에 참여하려던 임차인들까지 위협한 것이다.

특히 정부가 정책적으로 대출을 줄이고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을 띄우니 서민들이 '돈을 빌려'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하던 제도에도 이상이 생겼다.

전·월세에서 벗어나 내 집 마련으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던 생애 최초 디딤돌 대출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10·15 대책 이후 단 4개월 만에 대출 건수는 58%, 대출 총액은 68% 급감했다.

정부가 LTV를 낮추고 대출 한도를 축소한 상황에서 집값이 뛰어 대출 대상인 5억원 이하 주택은 줄어드니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 서울, 돈 있는 사람에게만 거주를 허하노라

디딤돌 대출 같은 서민용 대출이 위축된 가운데 생애 첫 주택 매수자는 늘었다.

특히 10.15 대책 이후 서울에서 처음으로 집은 산 사람들의 수가 급증했다.

서울의 생애 첫 주택 구입 건수는 2만 3천건 남짓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60% 넘게 늘어났다.

많은 무주택자들이 '대출이 안 나와 집을 살 수도 없다'고 아우성치지만, 생애 처음으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는 '현금 매수자들' 때문이다.

즉 지금은 현금이 없는 사람들은 서울에서 쫓겨나는 중이며, 현금이 있는 사람들에겐 서울 아파트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부여돼 있다.

서민의 정책대출 사다리는 끊어져 서울 밖으로 내몰리는 중이다. 반면 현금 여력이 있는 계층은 서울에 남아 있을 수 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이재명 대통령은 5월 9일까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하기만 해도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토지거래 허가를 받는 기간 15일을 감안해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하지만 상당수 부동산 시장 구루들은 정부의 '후퇴'를 정책의 집값 자극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읽었다.

서울은 정부 정책 덕분에 더더욱 '아무나 살 수 없는 도시'가 되고 있다.

자료: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 서울부동산정보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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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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