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3-23 (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트럼프 '48시간 통첩'이 가져다준 경계감...인플레에 추경 우려까지 겹친 채권시장

  • 입력 2026-03-23 13:49
  • 장태민 기자
댓글
0
자료: 1시37분 현재 주요 금융 가격변수,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시37분 현재 주요 금융 가격변수, 출처: 코스콤 CHECK

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 표준시 21일(토) 오후 7시 44분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만약 이란이 지금 이 시점부터 48시간 이내에 아무런 위협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가장 큰 발전소를 시작으로 이란 내 각종 발전소를 타격해 완전히 파괴(obliterate)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글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급등하고 중동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최후통첩성 경고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발언을 내놓은 시간을 한국시간으로 환산하면 22일(일) 오전 8시 44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내시간 내일 아침까지 트럼프가 어떤 액션을 취할지 전세계가 긴장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의 위협에도 당당한 이란...결사항전 태세 이어지나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48시간 최후통첩'에 대해 "발전소가 공격받을 경우 중동 내 모든 미군자산과 에너지·담수화 시설을 파괴하겠다"고 맞받았다.

세예드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해협이 닫힌 것이 아니라 미국이 시작한 전쟁 때문에 보험사들이 두려워 배를 보내지 않는 것"이라며 "지금의 호르무즈 위기에 대한 책임은 미국에 있다" 밝혔다.

미국이 '시간'을 줬고, 이란이 이를 '무시'한 가운데 일각에선 미-이란 전쟁이 클라이막스로 치달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일본 등 중동산 원유와 가스가 절실한 나라들은 이 전쟁을 매우 불안한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하루 평균 약 2000만 배럴의 원유가 이동하는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숨 죽여 보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트럼프의 최후통첩으로 긴장이 커진 가운데 만약 전쟁이 파국으로 치달으면 채권 금리가 다시 한번 폭등할 수 있다"면서 우려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오늘 주가가 폭락했지만 트럼프의 선택에 따라 추가 폭락, 폭등 가능성 모두 열려 있다"면서 "트럼프의 결정과 이란의 대응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 트럼프, 심기 복잡한 상황...출구전략도 마련 중

트럼프 대통령은 20일(금) 뉴욕 금융시장 마감 이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이란이라는 테러 정권과 관련해 중동에서의 대규모 군사적 노력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작전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군사작전의 핵심 목표로 ▲이란의 미사일 역량 및 발사체계 완전 무력화 ▲방위 산업 기반 파괴 ▲대공 방어망을 포함한 해·공군 전력 제거 ▲핵무기 개발 가능성 원천 차단 및 신속 대응 태세 유지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쿠웨이트 등 역내 동맹국 보호 등을 제시했다.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해서는 기존과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은 이를 이용하는 국가들에 의해 필요에 따라 관리되고 보호돼야 한다. 미국이 직접 맡을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요청이 있을 경우 지원할 수는 있지만, 이란의 위협이 제거되면 그러한 개입도 필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정부는 개전 3주차에 접어들면서 초기 군사 목표를 상당 부분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쟁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출구 전략을 공식화했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이란에 협상 복귀의 여지를 남기려는 외교적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는 전후 협상 준비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 등이 잠재적 평화 협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의제로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 문제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 미국, 강·온 양면정책 오락가락...비틀거리는 동맹국 쳐다보기도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이 길어지면 11월 선거를 망칠 수 있다.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가 고유가 혜택을 입는 가운데 일본, 한국 등 미국 동맹국들의 경제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중국 제어와 '페트로 달러' 유지를 원하지만 이번 전쟁은 원치 않은 결과도 내놓고 있다.

이란이 미국에 맞서 '위안화 결제' 원유의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거론하기도 한 가운데 미국은 '어쩔 수 없이' 러시아산, 심지어 이란산 원유 판매까지 얘기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으로선 한국 등 동맹국들이 지나치게 어려워지는 것도 부담이며, 공급망이 꼬이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현지시간 22일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산 원유 일부 판매 허용 조치와 관련해 "중국으로 향하던 물량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으로 전환될 수 있다"면서 정책 정당성을 거론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란 원유는 항상 중국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돼 왔다. 이 물량이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등으로 간다면 우리의 상황이 더 나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원유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기존 중국 중심의 거래 구조를 우방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도 드러냈다.

베선트는 이란이 제재 완화로 약 140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과장된 수치"라며 "이란은 이미 상당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국이 이를 지원해왔다. 이번 조치가 오히려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베선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요구하며 에너지 인프라 타격을 경고한 데 대해 "때로는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군사작전 축소와 압박 강화가 병행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을 따라 위치한 이란의 거점을 약화하기 위한 작전이 진행돼 왔으며 완전히 무력화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 비용과 관련해서는 재정 여력을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은 전쟁을 지원할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증세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중동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단기적인 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감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50일이든 100일이든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보가 확보되면 에너지 시장은 더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 이란, 강력한 저항에...영국, 미국 등 다시 힘 합치기

다만 이란이 최근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어 협상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란은 현지시간 20일 오전 4,000km(2,500마일) 떨어진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를 향해 중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해 주변 국가들 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에게도 충격을 줬다.

이란이 스스로 설정했던 미사일 사거리 제한(2,000km)을 깨고 실전에서 중거리 타격 능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란의 디에고 가르시아 공격은 영국 내각이 20일 미국의 이란 내 거점 공격을 위해 영국령 기지를 사용을 승인한 사건과 맞물린다.

이란은 자신들의 미사일이 유럽도 충분히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최근 트럼프의 군함 파견 요구를 배척했던 유럽 국가들도 최근 바빠졌다. 미국과 영국은 다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현지시간 22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에서 "전세계 에너지 시장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G7 국가들은 지난 19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했으며, 이후 한국, UAE 등이 규탄에 동참해 현재는 규탄성명에 이름을 올린 국가가 20개국을 넘은 상태다.

■ 한국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예상보다 큰 추경 규모도 채권시장에 부담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이 길어지면서 금융시장에선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미-이란 전쟁 발발이 글로벌 경제 성장에 0.3% 가량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물가는 0.5% 끌어올릴 것으로 봤다.

아울러 이 사태가 2개월 가량 이어질 경우 글로벌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0.9%,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1.7%가 될 것으로 봤다.

국내에서도 전쟁 영향을 걱정하는 시각이 커졌다.

문재인 정부 기재부 차관을 지냈던 안도걸 의원은 23일 "연구기관들의 연구를 보니, 중동사태 이후 성장률 악화를 0.3~0.5% 정도 추락하는 것으로 보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을 분석에 따르면 15조원 추경을 하면 0.15%, 25조원 추경을 하면 0.25% 정도 만회할 수 있다"고 했다.

여당 경제통인 안도걸 의원은 최근 "새 정부의 경기 대응 추경,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 자본시장 활성화 등을 고려하면 올해 15조 원에서 20조 원 수준의 초과세수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2008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147달러까지 상승했을 당시 정부가 약 4.6조 원 규모의 에너지 대응 추경을 편성한 사례가 있다. 당시 추경은 에너지 바우처, 취약계층 지원, 해외 자원 확보 등 민생 안정 중심으로 설계됐다"고 상기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여당과 정부는 당초 예상인 10~20조원보다 큰 '25조원 추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로 지명돼 이날 국회 청문회에 나온 박홍근 의원은 "지금 같은 어려운 시기엔 적극 재정정책이 불가피하다. 초혁신 경제를 위한 성장 동력을 꺼트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에선 주가 폭락, 채권 금리 급등, 달러/원 상승 등 트리플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채권시장에선 전쟁에 따른 인플레이션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추경을 걱정하기도 한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여당이 초과세수 15~20조원을 말하더니 추경 규모는 25조원 규모로 예상을 웃돈다"면서 "이번 추경은 적자국채 없이 한다고 말은 하고 있으나, 결국 추가적인 추경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돈 쓰는 것은 워낙 좋아하는 정부이다 보니 채권시장은 당장이 아니더라도 결국 적자국채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채권딜러도 "전쟁과 선거가 맞물리면서 정부와 여당은 2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추경을 편성하려고 한다"면서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 추경도 경기 살리는 효과는 크지 않고 결국 나라 빚만 늘려 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돈만 풀게 되면 환율은 더욱 내려오기 힘들어지고, 물가만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모바일화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