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6-02-04 (수)

(장태민 칼럼) '아마'는 없다와 매매의 구조적 어려움

  • 입력 2026-02-04 15:2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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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재명 대통령, 출처: 청와대

사진: 이재명 대통령, 출처: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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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더 이상의 '부동산 양도세 중과 유예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번이 '아마' 중과를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아마' 이런 기회를 이용해 국민이 중과받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가 '아마'라는 단어를 활용해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열어두자 대통령은 '아마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 대통령은 "(부총리가) 말씀하는 도중에 '아마'라는 표현을 두 번 하셨다. 아마는 없다. 아마는 없다"고 강조했다.

■ 양도세 중과 유예는 더 이상 없다...'변화의 여지' 차단한 대통령

이 대통령은 '아마'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자신없어 하던 경제 사령탑에게 자신감을 볻돋워줬다.

대통령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 측면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마'라는 단어 사용을 금지시키는 이유는 설명했다.

대통령은 "이건 4년을 유예한 게 아니라 1년씩 세 번을 유예해 온 것이다. 이번에는 끝이다, 진짜 끝이다, 진짜 진짜 끝이다 이런 식이면 누가 믿겠는가"라고 했다.

정책 방향을 틀 가능성을 아예 차단해버렸다. 그러면서 '신화에 도전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부동산 거래에는 수십년간 만들어진 불패 신화가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이해관계를 갖기에 정책 변경이 너무 쉽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또 연장할 거라고) 믿게 된 것입니다. 언젠가는 거래를 위해 또 풀어줄 것이라고 믿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합니다."

실무자들에겐 부담을 잔뜩 줬다.

그간 한국 부동산 정책가들은 예외없이 구멍이 숭숭 뚫린 정책을 내놓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들이 밤잠을 못 자게 할 말을 했다.

"부동산에 대한 욕구는 워낙 강렬해서 정말 바늘구멍만 한 틈새만 생겨도 확 커지면서 댐이 무너지듯 무너집니다.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치밀해야 합니다. 0.1%(의 틈)도 안 됩니다. 완벽하게 하세요."

대통령은 특히 다주택자들이 '알아서 팔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은 "제가 누구한테 '팔라'고 시켜서 팔면 그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뜻"이라며 "제발 팔지 말고 좀 버텨달라고 해도 팔도록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시켜서 억지로 파는 건 의미 없다"고 했다.

한국의 공무원들이 이 미션을 과연 실행할 수 있을까. 대통령은 그러나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세게 말하는 이유와 관련해 "대한민국에선 부동산이 정말 사회발전을 통째로 가로막는 암적인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부동산 정책, 충실히 받들겠다는 여당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시정하는 것만큼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안 하면 완전히 '잃어버린 20년'이 돼서 풍선이 터질 때까지 그대로 달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은 여전히 다주택자를 악이라는 프레임 속에 넣어서 보고 있는 것이다.

여당도 대통령의 뜻을 적극 받들겠다고 나섰다.

여당 원내대표 역시 다주택자를 부동산 투기자로 보고 있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4일 "민주당은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반드시 정상화할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는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공정 사회와 경제 정의를 파괴해 온 주범"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이 고질병을 고치지 않으면 대한민국 대전환과 대도약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께서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겠다’라고 하신 것은 대한민국 정상화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대통령의 말을 흉내내 "아마는 없다"고 했다.

다주택자 중과가 1년씩 네 차례나 유예되며 정책 신뢰를 훼손한 과오를 이번에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부동산 투기의 희생양이 된 20·30 청년과 신혼부부, 서민을 위한 1.29 수도권 주택공급대책도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정책 비판자들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정부 정책 신뢰를 흔들기 위해 자극적인 말로 공격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다주택자 매물 내놓게 만들기'를 개혁이라고 지칭했다.

그는 "개혁엔 기득권의 저항과 반발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했다.

■ 정부·여당, '망국적 부동산 투기'와 전쟁 선포...그러나 '현실적 어려움' 만만치 않아

민주당은 부동산 불패로 대변되는 자산 쏠림 현상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손보겠다고 다짐했다.

정부와 머리를 맞대 가용 가능한 정책 수단을 모두 동원해서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바로잡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망칠 작정이 아니라면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협조해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하지만 필자가 볼 때 당장 '실무적인' 걱정부터 앞섰다.

일단 5월 9일까지 잔금까지 다 치르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처럼 보였다.

토허제 때문에 허가 받는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중도금, 잔금까지 뚝딱 해치우는 건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일단 정부는 3개월, 6개월 잔금 유예 방안을 마련했다.

전날 구윤철 부총리는 "원칙적으로는 5월 9일까지 잔금을 다 납부해야 유예를 받을 수 있지만 강남 3구와 용산 등에 대해서는 3개월 이내, 신규 지정된 조정지역의 경우 6개월 이내 잔금 지불하거나 등기하는 경우까지 유예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입자가 있는 물건을 어떻게 뚝딱 팔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

부총리도 '세입자가 있어 매도가 어려운 매물과 관련해 예외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자 이 대통령은 "그런 경우 대안은 한번 검토해보라. 그러나 5월 9일 종료는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다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세입자가 있는 물건을 사면 갭투자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정부가 허용해 주게 되면, 적은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갭투자자들이 달려 들어 집값을 더 올릴 수도 있다.

이미 서울 전 지역과 경기 12곳은 토허제로 묶여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매수 시 취득일로부터 최소 2년 동안 실제로 거주해야 하며, 입주 시기는 원칙적으로 허가받은 날로부터 4개월 이내다.

실거주 의무로 인해 전세나 월세를 놓는 갭투자를 막아 놨는데,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집에 사는 세입자들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도 기존 집 주인은 매수자가 실거주를 원하는 경우 세입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사비나 복비 등을 지원해서 계약 종료일보다 일찍 퇴거하도록 협의하곤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들은 전체적으로 집값을 더 올리고 있다.

■ 토허제 내 매매..."아 어려워"

다주택자들이 팔려는 집엔 누군가가 살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토허제 내 주택 매매 시 실거주 의무와 세입자의 권리를 둘러싼 문제는 만만치 않다.

원칙적으로 토허제 지역에서는 매수자가 즉시 실거주할 수 있는 상태여야 매수 허가가 나온다. 갭투자 금지 차원에서 임대차 계약이 남아있는 집은 매수할 수 없다.

예외가 있긴 하다. 예컨대 세입자의 남은 계약 기간이 2~3개월 이래로 짧으면 '현실적으로 즉시 입주가 가능한 상태'로 봐서 허가를 내주기도 한다.

세입자의 경신권 사용과 관련된 갈등도 있다.

매수인은 세입자가 갱신권을 행사하기 전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의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매수인이 아직 등기를 치지 않은 상태, 즉 계약만 한 상태에서 세입자가 기존 주인에게 갱신권을 행사해 버리면 새 주인은 그 권리를 승계해야 하므로 실거주를 이유로 내보낼 수가 없다.

토허제 지역에선 다주택자가 세입자 있는 집을 팔기가 과거보다 번거롭다. 매도자가 세입자에게 이사비 등 보상을 제안한 뒤 '갱신권을 행사하지 않고 특정 날짜에 퇴거한다'는 확약서를 받으면, 매수자는 토지거래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되는 등 상황이 복잡하다.

세입자가 만기로 나간 뒤 공실 상태로 있는 집이 아닌 이상 매도 역시 단순하지가 않은 것이다. 향후 주택 거래에서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는 셈이다.



■ 부동산 오징어게임 시즌2...이번 시즌의 결말은 과연


이재명 정부는 국민들이 정부 정책에 부당하게 저항해서 손해 보지 말라는 조언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제와 각종 규제로 거래가 막혀 있는 상황에서 다주택자에게 지금 당장 팔라고 하는 게 과연 먹힐지는 의문스럽다. 이재명 정부에게 다른 어떤 뾰족한 수가 있는지 궁금하다.

각종 규제로 집을 팔기 어려운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가 재개되면 매물이 늘지 않고 오히려 잠기면서 집값을 더 띄울 위험이 있다.

사실 다주택자를 악으로 규정한 뒤 중과세와 규제로 억압해 집값을 낮춰보려는 시도는 이미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오징어게임 시즌1' 때 했던 게임이다.

그 게임의 결과는 집값 폭등, 전월세 불안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과 총리는 '한다면 하는 사람들', 그리고 성과를 낼 자신이 있는 사람들이다.

전날 김민석 총리는 "부동산 정책도, 비리 근절도, 공직기강도 한다면 하는 대통령과 총리라는 점을 알아달라"고 강조했다.

인풋은 비슷한데 아웃풋이 과연 다르게 나올 수 있을까?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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