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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026년 통화정책방향과 환율·부동산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은행이 25일 성탄절 휴일에 2026년 통화정책방향을 발표했다.
한은은 내년 통화정책과 관련해 "물가, 성장, 금융안정 상황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가 인하 여부 및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알렸다.
한은은 내년에도 환율과 부동산 시장 흐름이 금리 결정에 중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 내년 통화정책 기본재료, 물가 2% 근처·성장 1%대 후반...금리 추가인하 관건은 금융안정
한은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우선 물가에 대해선 안정을 자신했다. 다만 리스크 요인이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 근방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그러나 "높아진 환율, 내수 회복세 등으로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것"이라고 했다.
성장률은 올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본다. 올해 1% 정도 성장한 뒤 내년엔 1%대 후반 정도로 보는 것이다. 다만 성장과 관련해선 상방 위험, 하방 위험이 모두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은 "성장세는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은은 "전망 경로상 글로벌 통상환경, 반도체 경기, 내수 회복 속도 등과 관련한 상하방 위험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한은의 금리 결정과 관련해선 여전히 금융안정 섹터가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환율과 서울 집값의 안정을 이룰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은은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리스크 전개 상황, 환율 변동성 확대 영향 등을 계속 유의하겠다"고 다짐했다.
■ 금융안정1 - 환율, 외환당국의 다양한 조치와 그 한계
한은은 환율과 관련해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으로 국내 외환부문의 경계감이 높아져 있는 만큼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도한 쏠림현상에 대해서는 시장안정화 조치를 적극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수급 쏠림에 의해 달러/원 환율이 급등한 만큼 불균형한 수급 구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잇다.
한은은 "정부와 함께 구조적인 외환수급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비거주자 간 역외 원화사용 관련 규제 정비 등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은과 정부는 다양한 환율 하향 안정책을 발표했다.
우선 지난 15일 한은-국민연금 간 650억달러 한도의 외환스왑 계약을 내년말까지 연장했다.
두 기관의 스왑은 국민연금이 해외자산을 살 때 필요한 달러를 외환보유액에서 먼저 공급받고 이후 돌려주는 구조다.
이렇게 하면 연금이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할 때 발생하는 달러 수요를 한은이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19일 한은은 한시적인 외환건전성 부담금 면제와 외화 지준부리를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6개월간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면제해 주고 외화지준에 대해 이자를 주기로 한 것이다.
외환건전성 부담금은 과도한 단기 외화차입을 방지하는 제도다. 비예금성 외화 부채에 부과되는 부담금이다. 관련 부담금 면제를 통해 국내은행의 해외기관 외화차입 비용을 줄여 국내 달러 공급을 유도하게 된다. 이 조치는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 때도 써먹은 바 있다.
지난 24일엔 해외 투자자 세제지원 방안이 추가로 발표돼 미국 주식 투자자 등의 관심을 끌었다. 내년부터 국내주식 복귀계좌(RIA)에 대한 세제지원을 신설한 것이다.
해외주식을 매각한 뒤 국내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경우 해외주식 양도소득세에 대한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또 개인투자자가 활용 가능한 선물환 매도 상품을 도입해 해외주식에 대한 환헤지를 실시한 경우 양도소득세 혜택을 주기로 했다.
기업들을 위한 떡고물로는 해외자회사 수입배당금의 익금불산입률 상향 조치를 발표다.
국내 모회사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에 대한 이중과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율을 95%에서 100%로 확대한 것이다.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투자(대부분 미국)은 2020년 코로나 사태 때부터 급격하게 늘었다.
한국 가계 해외주식투자 규모는 올해 2분기 160조원을 넘어선 뒤 200조원을 향해 달려갔다.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선 당국의 조치 효과와 함께 한계도 감안해야 한다.
이진경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당국의 조치로 인해 단기적으론 1,400원 초중반 수준까지의 하향 안정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기재부 등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들이 달러 수급 우려로 촉발된 환율 단기 급등을 진정시키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나 당국의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기업, 투자자 등의 달러수요를 제어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이 연구원은 "수출기업들은 수출대금을 외화로 수취한 뒤 이를 원화로 환전하기보다는 외화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원자재 수입 대금 지급에 활용한다. 이로 인해 수출 대금이 해외 계좌에 머물며 국내 외화 공급 확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또한 개인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의 외화증권투자 잔액이 증가 추세를 이어가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방경직성이 유지될 가능성이 잔존한다"고 했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정부의 미국 주식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특혜 시비도 있을 수 있고 제대로 효과를 낼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면도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국내 코스피가 날아갔지만 해외에서 국내로 복귀한 자금 규모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상향 신뢰를 보여준) 미국 주식시장을 기반으로 재테크 베이스 캠프를 차리려는 투자자들이 많지 않나 싶다"고 했다.
■ 금융안정2 - 수도권 집값 상승세, '막을 방법 없다'
한은 통방은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 리스크 전개 상황'을 계속해서 유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년 서울 부동산 가격은 더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당장 2026년, 2027년의 서울은 역대급 입주 물량 가뭄에 시달리게 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는 15일 기준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9195가구로, 올해 4만2577가구에서 31.4% 급감한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은 최근 서울의 입주물량은 올해 대비 48%가 감소한 1만6412가구에 그칠 것이란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의 부동산 가격 띄우기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이 더욱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는다.
서울지역의 한 공인중개사는 "6.27, 10.26 같은 정책들이 실은 집값을 더 띄우는 정책이라고 얘기해도, 정책당국자와 일반인들은 알아 먹지 못한다"고 개탄했다.
그는 "집값 띄우기 정책을 쓴 뒤 집값이 안 빠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바보들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내년 서울 부동산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준 이상으로 뛸 것"이라며 "지금은 어느 때보다 영끌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6.27, 10.15 정책은 정부가 의도한 효과(서울 집값 하락 혹은 상승폭 둔화)를 내지 못했으며, 정책 덕분에 임대차 시장은 더욱 불안해졌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내년엔 신축 공급이 절벽 수준으로 급감한다. 가격 불안감이 가장 높은 수도권은 일반적으로 15~20만 가구 수준이 입주했지만 2026년엔 11만가구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여기에 정부의 6.27과 10.15 대책으로 인한 기존 주택의 매물 절벽(잠김)까지 감내해야 한다. 신규 대출을 대출을 받기 어려워지면서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매도를 통해 다른 집으로 이동하기가 매우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채권시장에선 환율도 환율이지만 부동산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것은 과욕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이 ETF 때문에 유동성이 과도한 것처럼 보인다는 소리를 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시중에 풀린 돈은 많다"면서 "정부는 내년에도 추경, 현금지금 등으로 돈을 더 풀 수 있으며, 결국 서울 집값의 안정은 어렵다"고 예상했다.
그는 "지금 불안정한 수도권 집값 상황을 보자면 금리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 필요한 시기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월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서울·수도권 집값 문제로 욕을 많이 먹고 있지만 '대책이 없다'고 토로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