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2-23 (화)

(장태민 칼럼) 6.27과 10.15, 서울 하층민에게 월세 폭등 선물

  • 입력 2025-12-23 13:52
  • 장태민 기자
댓글
0
자료: 11월 월세동향, 출처: 한국부동산원

자료: 11월 월세동향, 출처: 한국부동산원

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월세가격이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예상대로(!) 10.15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없는 사람들의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 정부가 서울 전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을 때 부동산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임대료 급등을 걱정했다.

다주택자 규제, 토지거래허가제 등이 실은 '없는 사람들'을 더욱 괴롭히는 정책이란 점은 이미 오래 전 증명이 됐으나, 정부는 별로 깨달은 게 없었다.

토허제, 다주택자 규제 등이 하층민의 속을 시원하게 만들 수 있지만, 실질은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정책이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정책하는 바보'와 있는 자들 때려잡는 코스프레에 환호하는 '무지한 부동산 계급 바보들'의 콜라보레이션 속에 길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다.

■ 10.15 대책 효과 '제대로' 나타났다!...예상대로 월세 폭등

최근 한국부동산이 발표한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매매가격의 견조한 상승세 외에 월세 오름세도 눈에 들어온다.

매매가격, 전세가격 대비 월세 가격 통계는 접근하기가 더 어려운 측면 등으로 간과되는 면이 있었다.

하지만 월세 임대 섹터는 정부의 바보 같은 부동산 정책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는 분야였다.

물론 필자가 말하는 이 효과는 부정적인 '역효과'다.

부동산원은 올해 1~11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은 3.29% 오른 것으로 발표했다. 이는 한국부동산원이 201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서울 아파트 월세 상승률은 지난해 2.8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3%선을 돌파한 셈이다.

올해 1분기 0.1% 수준에 불과하던 상승률은 여름에 0.2%대로 높아졌으며, 초가을엔 0.3%로 올라서더니 10월과 11월엔 0.6%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제대로'된 정책효과는 정부가 10.15 대책이란 엉뚱한 처방전을 제시할 때 이미 예견이 된 것이었다.

서울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토허구역으로 묶을 때 세상 물정을 아는 일선 공인중개사 등 부동산 관계자들이 우려했던 그대로였다.

이제 보증금 2억원과 월 150만원 정도의 돈이 서울에서 살기 위한 '평균적인 아파트 임대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임대료 급등은 이제 시작했을 뿐이다. 내년이 되면 '정책 효과'로 임대료는 더 뛸 것이다.

보증금이 높지 않으면 이제 서울 변두리 아파트마저 월세 수백만원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 정부, 채찍으로 갭 투자자 내려치기...채찍에 맞아 가장 아픈 자는 하층 계급

정부는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이러면 주택를 살 때 2년 동안 실거주해야 한다.

여기서 무슨 일이 발생하는가? 임대 매물이 없어져 버린다.

집을 빌려줄 사람이 있어야 빌리는 사람도 있다. 주식을 파는 사람이 있어야 사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갭투자'를 악마 취급하기 시작했지만, 실은 갭 투자자들 덕분에 임차인들도 '싸게'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집을 사서 전세를 놓는 게 갭투자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이런 '짓'을 못하게 하니 집 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여야 했다.

결국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었다. 전세 매물이 줄고 전세 가격도 뛰니 사람들은 월세 시장으로 내몰린다. 그러면 월세도 뛴다.

마치 채찍의 '끝 부분'에 맞을 때 가장 아픈 것처럼 월세를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정부 정책 때문에 가장 힘들어지게 된다.

정부 규제는 동시에 매매 측면에서도 저가의 매물들을 걸러내 집값을 더욱 띄우는 효과도 발휘했다.

전세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갭 투자 물건들은 가격도 싸다. 하지만 정부 정책 덕분에 '저가의 매물들'이 자취를 감춰야 했으며, 결국 집값은 더욱 상승 탄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 정책으로 전세 죽이고 돈은 못 빌리게 하니...월세로, 월세로 몰리는 서울 하층민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큰 돈을 빌리긴 어려워진다.

서울에서 별로 좋지 않은 아파트 전세를 살기 위해서도 수억원이 필요한데, 정부가 대출 문턱을 높여 버리니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도 늘었다.

규제지역 확대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로 축소되면서 빌릴 수 있는 돈의 양이 줄었다.

또 전세자금을 빌리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심사까지 거치야 하니, 절차는 까다로워지고 손에 쥘 수 있는 돈을 줄었다.

결국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더라도 전세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릴 수 밖에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반전세'도 늘어났으며, 이제 순수한 월세 역시 증가 일로에 있다.

집을 빌려주는 다주택자를 옥죄면 다주택자는 가만이 있지 않는다. 다주택자는 정부가 높인 보유세 부담 등을 임차인에게 전가해 버린다.

결국 다주택자들은 정부가 자신들이게 입힌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월세 등을 올려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주택시장의 이런 흐름은 경제원론의 조세의 부담과 전가 챕터만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무튼 정부의 '전세 없애면서 임차인 괴롭히는' 정책 덕분에 한국 사회엔 급격한 월세화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엔 아파트 임대의 경우 거의 무조건 전세였다. 그런데 최근엔 아파트 임대의 '월세화'에도 가속도가 붙은 느낌이 든다.

정부는 실거주 의무, 대출 규제 등 강력한 매수 억제책을 동원해 없는 사람들은 월세 시장으로 내몰았다.

정부가 임대차 시장에서 공급을 줄인 상황에서 세입자들은 전세, 월세 경쟁구도를 활용하다가 이제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6·27 대출 규제로 전세자금 대출을 축소한 뒤 10·15 대책으로 주택 매수시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자 없는 사람들이 먼저 나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세계인을 감동시킨 '오징어 게임'을 만든 한국 수도의 생존 난이도가 이 수준에 그쳐서야 되겠는가.

프런트맨이 된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하층민들이 서울에서 어떻게 살아내는지 동태를 감시하게 될 것이다.

2026년 집 없는 서울 하층민들의 주거 난이도 상승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모바일화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