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최근 달러/원 환율 움직임...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환율에 코 꿰인 주식·채권...녹아내린 원화 가치가 일으킨 증시 불안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증시(주식·채권)가 환율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면서 불안정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주식시장은 장 초반 환율 움직임을 보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뒤 삼성전자가 장을 들어올리자 분위기를 되돌리면서 4천선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채권시장은 달러/원은 1,480원을 넘어서면서 오름폭을 확대하자 매수세가 위축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최근 주식, 채권 모두 환율 움직임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최근 외국인의 매도가 환율을 더욱 쳐 올렸다. 주식-외환 양 시장의 수급은 상호 영향을 주고 있다.
■ 당국의 환율 변동성 경계감과 고환율 고착화 우려
달러/원 환율이 고원에서 내려오지 않자 지금의 고환율이 뉴노멀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상당하다.
달러/원이 1,480원을 넘나들면서 우려를 키운 가운데 결국 1,500원까지 과정에서 다시 수급 혼선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기재부, 한은 등 금융당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환율 상승에 대한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는 18일 아침 이억원 금융위원장, 이찬진 금감원장, 유상대 한은 부총재와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한 뒤 외환시장 변동성을 경계했다.
구 부총리는 "최근 국내 금융시장이 대체로 안정적인 가운데 국고채 금리가 다소 하락했으나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19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시장 변동에도 대비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구 부총리는 "19일 일본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결정과 관련해서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시장에서 평가하고 있다. 다만 향후 미-일간 통화정책 차별화에 따른 국내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중심으로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필요시 적기에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금융시장에서도 고환율 지속에 대한 우려가 크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달러/원 환율 하향 안정이 쉽지 않다. 서학개미들의 해외 주식투자, 내년부터 이어지는 대규모 미국 투자 등이 환율 하단을 공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 주식시장이 모두 지금의 고환율을 부담스러워 한다. 환율이 높다고 단순히 외환위기라고 할 수도 없지만, 자칫 환을 잘못 관리하면 외환위기가 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고환율, 한은 총재도 인정한 '위기'...그러나 전통적이지는 않은 위기
금융시장이나 금융당국은 최근 글로벌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따로 노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달러/원 상승 압력, 즉 원화의 약세엔 한국 내부적 사정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점을 더욱 염려하고 있다.
최근 달러/원 환율 상승을 두고 코스피시장 외국인의 매도, 한국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매수, 한국경제 내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 한미무역협상에 따른 투자 우려 등 여러 요인들이 거론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재 환시장의 변동성과 레벨 모두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시장 참가자들의 외환 가격변수에 대한 과도한 반응과 과도한 해석도 우려하고 있다.
이 총재와 한은 관계자들은 한미투자로 매년 200억불이 나갈 수 있다는 우려 등은 과잉반응이라고 지적하면서, 지금의 환율이 유지되면 물가상승률은 2.3% 정도 될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의 고환율을 과거와 같은 시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환율에 대해 안주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고 했다.
이 총재는 전날 물가설명회에서 "지금 환율은 1400원 초반에서 시작해서 미국의 안정에도 불구하고 한국 절하는 내부적인 요인 크다"면서 "변동성 뿐만 아니라 레벨에서도 조율을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재는 "연말 수급 때문에 환율 변동성이 큰 측면이 있다. 수급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국민연금이 거시 영향을 고려해 정책을 조율해 주기로 한 것은 매우 감사하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외환 위기를 말할 상황은 아니지만 위기라고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순채권국가로 오히려 해외자산이 많아서 환율이 절하될 경우 이익을 보는 사람도 많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금융위기라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다른 면에선 위기라고 볼 수 있고 걱정이 많다.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고, 환율이 오르면 내부에서 이익과 손해를 보는 사람이 극렬하게 나뉜다. 반도체와 조선이 수출이 잘되어서 경제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에 수입업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환율이 많이 절하된 데에는 한미 경제성장률 차이가 크고, 한미간 금리격차가 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한국 주식시장에 있고 장기적 요인이 작동을 한다. 이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요인들은 다 이유가 있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걸리는 사이에 정책 담당자로서 시간이 걸린 문제만 얘기할 수가 없어서 단기적 수급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장황하게 얘기했다.
■ '녹아내린 돈' 원화...통화가치 추락, 증시에서도 계속 문제
지난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을 포함해 각국 중앙은행들과 정부는 과도한 돈 풀기와 포퓰리즘적 재정정책으로 타락의 길을 걸었다.
이 길에 미국이 앞장섰다.
미국은 통화 증발 결과 달러 구매력은 30% 가량 저하됐다고 평가 받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최근 몇 년 사이 미국 돈 가치가 급속하게 녹아내린 것이다.
하지만 한국 돈은 훨씬 상황이 심각해졌다.
지난 2020년말 달러/원 환율은 1,181원이었지만, 5년이 지난 현재의 환율은 1,480원을 오르내리고 있다.
구매력을 대폭 상실했다는 달러 대비 원화는 25%나 더 절하된 것이다.
이러다 보니 한국이 최근 최저임금을 열심히 올렸지만, 달러로 환산한 가치는 5년 전보다 더 떨어졌다.
최저임금은 2020년 8,590원이었지만 2025년엔 1만30원으로 1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달러로 환산해 보면 7달러 30센트 수준에서 6달러 80센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원 환율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경계감이 강하지만, 지금의 환율 역시 과도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 지금의 원화가치 하락은 상당히 과도해 보인다. 한국경제 상황을 볼 때 이 정도로 원화가 절하될 상황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과도한 미국투자를 앞두고 이러는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환율 움직임 자체는 한국경제의 추락을 예고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통화가 약해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다. 화폐가치가 계속 녹은 나라에 대해선 실물투자, 금융투자 모두 자제해야 한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모두 요즘 환율 움직임을 쳐다보면서 긴장할 수밖에 없다. 또 지금의 증권시장은 금융당국의 환 시장 개입 여부 등을 주시하면서 환율 변동을 가늠하는 중이다.
C 증권사 주식 중개인은 "환율 불안이 계속되고 있으나 외환당국이 환율 추가 급등을 좌시하기도 어렵다"면서 "이와 함께 당장 주식시장은 미국 CPI, 일본은행 금리 결정의 영향 등을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D 증권사 채권 중개인은 "채권시장은 요즘 계속해서 환율과 외국인 선물매매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이라며 "당국이 환율 1,480원에서 겁을 한 번 준 뒤 추가 상승이 주춤하고 있으나 하향 안정될 수 있는지는 애매한 상황"이라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