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장 “최근 수도권 집값과 환율 상승, 유동성 이외 다양한 요인 복합적으로 작용”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박성진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장이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을 두고 “유동성 증가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다양한 구조적·수급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팀장은 16일 오전 ‘최근 유동성 상황에 대한 이해’ 보고서 백브리핑에서 “최근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렸다는 주장의 근거로 제시되는 M2 증가율 자체는 장기 평균이나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할 때 특별히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9월 기준 M2 증가율은 8.5%, Lf는 8.0%로 장기 평균을 소폭 웃도는 수준”이라며 “실물경제와 자산시장 성장세를 함께 고려하면 유동성 수준이 과도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M2 비율과 자산거래 규모 대비 유동성 비율 역시 장기 추세에 근접한 상태라고 밝혔다.
박 팀장은 최근 M2 증가세가 빨라진 배경으로 통화지표의 ‘구성 변화’라는 기술적 요인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들어 M2가 아닌 금융상품에 있던 자금이 ETF 등 수익증권으로 이동하면서 M2 증가율이 높아진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9월 M2 증가분 가운데 수익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32.1%에 달한다”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는 수익증권을 M2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비교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개정과 금융환경 변화를 반영해 수익증권을 M2에서 제외하는 통화지표 개편을 추진 중이다. 박 팀장은 “개편 기준으로 보면 9월 M2 증가율은 현행 8.5%에서 5%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한국의 유동성이 미국보다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박 팀장은 “9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M2 증가율은 한국이 미국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단기 증가 속도를 보여줄 뿐”이라며 “코로나19 직전부터 누적으로 보면 한·미 M2 증가율은 각각 49.8%, 43.7%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집값 상승과 관련해서는 “최근 주택시장은 수도권과 지방 간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이라며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가계대출이 둔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을 유동성 효과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특정 지역에 대한 가격 상승 기대, 수요 쏠림, ‘똘똘한 한 채’ 선호 등이 주요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환율 상승에 대해서도 유동성보다는 외환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팀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에는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확대와 수출기업의 외화 보유 성향 강화가 중요한 요인”이라며 “올해 1~10월 중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 규모는 1,171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같은 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박 팀장은 “자산가격이나 환율 변동을 유동성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며 “최근처럼 통화지표의 구성 변화가 큰 시기에는 M2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