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보) 호실적에도 마진율 축소...브로드컴 11% 급락 마감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김경목 기자]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발표하고도 AI 사업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며 주가가 급락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브로드컴은 전 거래일 대비 11.43% 급락한 359.9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하루 만에 큰 폭으로 밀리며 시가총액도 약 1조7천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브로드컴은 앞서 11일 발표한 실적에서 9~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180억2천만달러, 순이익은 97% 늘어난 43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발표 직후에는 AI 관련주 전반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나온 경영진의 발언이 투자심리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AI 칩 매출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자신한다”면서도 “오픈AI와 관련된 수주 잔액이 모두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는 “AI 매출의 총마진이 비(非) AI 매출보다 낮다”고 밝혀 AI 사업의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시장에서는 브로드컴이 제시한 향후 6개 분기 출하 예정 AI 제품 수주 잔고가 최소 730억달러 수준에 그친 점도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내놨다. 여기에 2026회계연도 AI 매출 전망치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확대됐다.
브로드컴의 급락은 뉴욕증시 전반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같은 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51% 하락했고, S&P500지수는 1.07%, 나스닥종합지수는 1.69% 떨어졌다. 특히 AI·반도체 종목 비중이 높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5% 넘게 급락했다.
AI 대장주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TSMC, ASML 등 주요 반도체 종목들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브로드컴이 맞춤형 반도체(ASIC) 시장의 핵심 기업인 만큼 AI 산업 전반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며 ‘AI 테마 투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AI 성장성 자체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매출 증가뿐 아니라 마진과 수익성에 대한 검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브로드컴의 발언이 그 전환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