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2-11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성명서보다 매파적이었던 RBA 총재...호주 변화가 강화시킨 한국 금리 사이클 의심

  • 입력 2025-12-10 14:2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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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호주 국채10년물 금리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호주 국채10년물 금리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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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호주 금리의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호주 금리시장에선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경계감 등이 강하게 작용했다.

특히 전날 중앙은행이 예상보다 매파적인 모습을 보이자 시장이 다시 한번 크게 놀랐다.

호주 금리시장은 12월 들어 크게 냉각된 상태다.

호주 10년물 금리는 12월 들어 8거래일 중 단 하루만 금리를 낮춘 상태였다. 이달 들어 현재까지 28bp 이상 오른 상태다.

■ 호주 10년 금리 2년 1개월만에 최고치...통화정책 경계감 계속 반영

호주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4.8%를 넘어서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현재 10년물 금리는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호주 금리가 2년 1개월래 최고치로 오른 데는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경계감이 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호주 2년물 국채 금리는 전날 4.0%를 넘어선 뒤 이날은 4.1%를 뛰어넘었다

전날 호주 중앙은행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3.6%에서 동결했으나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매파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리고 그 영향은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호주 2년물 금리가 4%를 넘어선 것은 올해 1월 15일(4.006%) 이후 처음이었으며, 현재 2년물 금리 수준은 작년 11월 13일(4.2019%) 이후 가장 높다.

■ 호주 중앙은행, '인플레 우려'에 방점 찍은 성명서

전날 호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는 3.60%로 동결한 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냈다.

RBA의 성명서는 "인플레이션은 2022년 정점 이후 상당히 하락했지만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로 시작됐다.

성명서는 "위원회는 최근 기저 인플레이션 상승의 일부는 일시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며, 월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새로운 데이터 계열이기 때문에 이 데이터에서 어느 정도의 신호를 받아들여야 할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성명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는 보다 광범위한 인플레이션 상승의 징후를 시사한다"면서 "그 중 일부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인플레 우려가 부상한 가운데 경제 활동은 지속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명서는 "민간 ​​수요 증가세는 소비와 투자 모두에 힘입어 강화됐으며, 주택 시장의 활동과 가격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초 이후 금융 여건이 완화된 가운데 가계와 기업 모두 신용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전의 금리 인하의 영향이 아직 수요, 물가, 임금에 완전히 반영되지는 않은 상태인 반면 최근 단기 금융시장 금리와 국채 수익률은 올라온 상태라고 밝혔다.

호주 RBA는 결국 만장일치 금리 동결 뒤 '인플레 압력 점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명서는 "최근 데이터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상방으로 기울었음을 시사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의 지속 여부를 평가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사회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데이터 변화에 따라 전망에 대한 견해를 업데이트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 성명서보다 매파적이었던 중앙은행 총재

미셜 불록 RBA 총재의 발언은 성명서 그 이상이었다.

호주 RBA의 수장은 물가 경계감을 표명하면서 어쩌면 향후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위협구까지 던졌다.

불록 총재는 우선 "인플레이션이 위험 요인 상승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면서 "인플레이션과 고용지표는 2월 회의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불록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면서도 "정책 긴축이 필요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 이는 정책에 일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인플레 지속시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향후 금리 인하와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불록은 "분기별 인플레이션 데이터 주시할 것이다. 추가 금리인하는 필요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망은 장기적으로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상할 것임을 시사한다. 다만 발생 확률을 아직 제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금리동결 또는 인상 가능성에 주목할 것"이라며 "문제는 더 오랜 기간 금리를 동결할지, 아니면 금리를 인상할지에 있다. 위원회는 현재 인플레이션에 집중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 호주, 이제 인하보다 인상에 무게 두는 나라...해외 분위기가 더 강화시킨 한은 정책 사이클에 대한 '의심'

한국에서도 최근 매파적인 금통위를 확인한 뒤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주요국 통화당국이 보여준 분위기는 국내 채권 투자자들을 더욱 긴장시킬 수 밖에 없었다.

미국에선 '매파적 금리인하'에 대한 경계감이, 일본에선 '금리인상 우려'가, 유럽에선 슈나벨 이사가 인정한 'ECB 다음 행보는 인상'이란 발언이 국내 시장에도 경계감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의 환율과 서울 부동산은 계속 불안정해 추가적인 통화 완화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가운데 대외 분위기가 상당한 부담이 된 것이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선 최근 일본과 호주 분위기를 보면서 아시아 채권 바스켓에 대한 숏 마인드를 강화했을 수 있다"면서 "이런 무드 속에 외국인 국채선물 매도가 이어지니 금리 안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B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11월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는 시장이 기대한 달래는 코멘트 대신 매파적 면모를 이어갔고 사실상 금리 상승을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사실상 금리인하 사이클이 종료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호주, EU 등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와 인상 얘기가 나오자 한국의 다음 금리 결정 방향도 혹시 인상이 아닐까 의심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연말 수급이 취약하긴 하나 현재 금리 레벨엔 악재들이 적극적으로 반영돼 있는 상태라는 평가도 주장도 보인다.

C 채권운용역은 "한국은 아직 인상을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보지만, 일단 인상 가능성을 시장금리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트럼프 1기 관세 인상의 부작용이 1년 정도 지나서 나타났는데, 내년 2분기 정도 가면 판단이 설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론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인상이 어렵다는 점이 증명되면 일단 인상 프라이싱한 부분 등은 되돌려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고3년은 기준금리 대비 40~60bp, 국고10년은 80~110bp 정도 보는데, 당분간 레인지 상단 매수, 중반 매도 정도가 안전해 보인다. 즉 3년 3.1% 근처면 거의 다 온 것으로 보이긴 한다. 금리 동결 구간에서의 인상 프라이싱 최대치는 60~65bp 정도로 본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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