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1-21 (금)

(장태민 칼럼) 바보들의 규제가 더 띄우는 서울 집값

  • 입력 2025-11-21 11:0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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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부동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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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10월 서울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6월 서울 집값 급등 당시와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주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43%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 집값 급등으로 무주택자 등이 아우성 칠 때인 6월(1.44%)과 비슷한 상승률이다.

최근 반년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의 월간상승률을 보면 5월 0.54%, 6월 1.44%, 7월 1.09%, 8월 0.48%, 9월 0.58%, 10월 1.43%를 기록 중이다.

부동산 시장엔 정부의 정책이 집값을 안정시킬 것이란 믿음도 부족하다.

서울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6.27 대책과 10.15대책은 집값을 더 띄우는 정책"이라며 "정부는 집값을 잡는 것처럼 쇼를 하지만, 궁극적으로 수급에 부담을 줘 집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정책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정책들은 문재인 때 여러 번 봤던 것들이다. 정부 부동산 정책가들은 바보이거나 사기꾼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 서울, 계속해서 상급지·준상급지 위주로 오른다...월간데이타, 아파트·빌라 등 모두 상승세

지난 10월 부동산 시장에선 서울‧수도권에 소재한 재건축, 학군지 등과 관련한 주요 단지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이어졌다.

정주여건이 열세한 외곽 소재 단지 등은 거래가 한산한 반면, 준신축, 재건축 추진 단지 등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졌다.

전·월세는 정주여건이 양호한 역세권, 학군지 소재 단지를 중심으로 임차 수요가 지속되면서 모두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서울 지역별 상승세의 특징은 '오르던 곳'이 계속 더 올랐다는 점이다.

아파트, 연립주택(다세대 포함) 단독주택(다가구주택 포함)을 모두 합친 서울 주택가격도 1.19% 상승해 아파트 상승률 못지 않았다.

아파트가 1.43% 뛰어 가장 두드러진 상승폭을 나타냈고 연립주택도 1.02% 올라 1%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단독주택은 0.39% 올랐다.

서울 강남 11개구 중에선 송파구 주택가격이 2.93% 폭등해 가장 두드러졌다.

송파 쪽에선 신천·잠실동 역세권 위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강동구도 2.28% 급등해 인기가 여전하다는 점을 알렸다. 명일·상일동 주요단지 위주로 가격이 뛰었다.

목동 아파트단지로 유명한 양천구(2.16%)도 2% 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 지역에선 목·신정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가격이 급등했다.

강북14개구 중에선 '마용성', 그 중에서도 성동의 위세가 계속 두드러진다.

지난달엔 마용성 중 성동구가 3.01% 폭등해 전세 서울 25개구 주택가격 상승률 중 1위를 차지했다. 성동에선 행당·응봉동 대단지 위주로 집값이 뛰었다.

마포구(2.21%)도 아현·공덕동 주요단지 위주로 2% 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광진구(1.93%)도 광장·자양동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용산구(1.75%) 역시 이태원·이촌동 위주로 속등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 10.15, 서울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거래 축소로 잠시 움츠렸다가 다시 상승률 확대

이번엔 주간 상승률 데이터를 한번 살펴보자.

이번주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상승폭을 다시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월요일(17일) 기준 주간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한주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2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규제 조치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갔으나 상승률은 둔화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주 들어 오름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토허제를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면서 '허가를 처음 받는 지역'들은 거래가 잡히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거래를 억압하니 잠시 눌렸던 상승률도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올라올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서울 집값 상승률은 축소에서 '확대'로 다시 전환됐다.

9월 이후 서울아파트 가격 주간상승률을 보면 0.08%(9월 1일) → 0.09%(8일) → 0.12%(15일) → 0.19(22일) → 0.27(29일) → 0.54%(추석연휴기간 10월13일 기준 2주치) → 0.50%(20일) → 0.23%(27일) →0.19%(11월 3일) → 0.17%(10일) → 0.20%(17일)을 기록 중이다.

10.15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은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일단 정부가 나서서 거래 자체를 막으니 일단 일시적으로 '상승률'은 당연히 둔화가 된다.

하지만 이번주엔 확인한 것처럼 정부의 억지 규제에 의해 눌렸던 집값 상승 압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커졌다.

정부의 주택매매에 대한 억압으로 주택 매수 문의가 줄고 관망세도 이어졌지만, 재건축 추진단지나 정주여건이 좋은 선호 단지 위주로 서울 집값은 견조한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수요 억압정책은 궁극적으로 서울 내 상대적으로 부유한 곳의 가격을 더 올리면서 서울 내부의 격차도 계속 키우는 중이다.

이번주엔 송파구(0.53%) 아파트값이 잠실·방이동 선호단지 위주로 급등했다. 소위 '엘리트레파' 등 송파구 대형단지들은 채권시장의 온더런 지표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서울 내 핫플레이스가 된 성동구(0.43%)는 계속해서 기세좋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북지역 내 부자들이 많은 용산구(0.38%)는 이촌·도원동 위주로 급등했다.

규제는 양극화 키우고 서울 집값만 계속 올렸던 게 '팩트'

2010년대 후반부부터 한국 정부가 사용해온 각종 규제 정책들은 세금의 가격 전가, 공급 부족 등을 일으키면서 서울 집값 상승을 더욱 견인했다.

규제가 수급을 꼬면서 집값을 올린다는 점을 확인한 사람들은 정부 정책을 더욱 불신하면서 '집값 상승'에 베팅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각종 세금 인상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말하는 대로 집값에 그대로 얹혀졌다.

이제 주변엔 정부의 주택 규제 정책이 나올 때면 당연히 '집값이 더 뜨겠군'이란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늘었다.

문재인 정부 이후 확인한 것은, 규제가 집값을 안정시키는 게 아니라 양극화를 더욱 촉진하는 루트를 통해 집값을 띄운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필자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갭 투자를 죄악시 하는 풍토를 걷어내지 못하면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주장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당신은 왜 투기꾼 편을 드느냐'는 욕을 먹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1차원적이었다. 규제만 하면 당연히 잡히는 줄 착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규제의 집값 상승 메카니즘을 이해할 수 있다.

예컨대 지금처럼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를 들고 나와 갭 투자를 어렵게 만들면 전세 매물 부족은 더욱 심화된다. 대출 규제는 매도자들의 매물 출회를 막는 역할을 하고, 추가적인 매물 잠김을 부른다. 갭 투자를 못하게 하면 낮은 호가의 물건은 빠져버린다.

이 과정에서 거래량이 적더라도 신고가가 한 두 건 터지면 시장가격 전체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 공급 부족은 더욱 심화되고 가격 상승 압력은 다시금 더 높아진다.

통상 금융이든, 부동산이든 거래량이 늘면 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거래량 급감과 가격 폭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이상한 현상이 자주 목격되곤 했다. 이것은 규제가 불러오는 부동산 시장의 병리현상이었다.

문재인 정부 때 잘못된 정책이 집값을 띄우는 정책을 수도 없이 봐 왔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 즉 똘똘한 한채 정책은 전국토를 양극화시켰다.

'내가 살 집만 한 채 가지라'는 정책은 냉정하게 말해 '있는 놈 더 밀어주기' 정책이다.

'똘똘한 한채' 정책은 서울-지방 격차 확대, 서울 내 강남-강북 격차 확대 등 끝없이 격차만 벌리는 정책일 뿐이다.

아울러 규제와 함께 막대한 유동성이 합쳐지면 집값이 더욱 강력한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20년 정부가 각종 부동산 정책 실패를 거듭하면서 똥볼을 차고 있을 때, 코로나를 핑계로 '제로 금리'를 도입하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다들 알 것이다.

2020년, 2021년엔 한국 역사상 금액기준 집값이 가장 큰폭으로 뛰었다.

필자는 당시 주변의 무주택자들이 2017~2019년 집값 폭등으로 이미 희망을 버렸다가, 2020~2021년 서울 집값이 더 크게 폭등하자 아예 수건을 던져버리는 모습들을 봐왔다.

규제와 유동성의 잘못된 만남은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필자의 한 후배는 집값 폭등에 분노하면서 힘든 노동보다 코인 투자 등 요행수에 인생을 맡기는 모험을 하다가 결국 패가망신했다.

지금의 한국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현재도 돈이 너무 풀려 있다면서 집값 추가 상승을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 규제 외에도...'이미 강화돼 버린 서울 집값은 빠질 수 없다'는 믿음

다주택자, 갭투자 등을 죄악시하는 정책은 수급적으로 집 값을 더 올릴 수 밖에 없다.

사실 필자는 '집은 사는(買收) 물건이 아니라 사는(居住) 곳'이라는 식의 감성적인 접근을 경계해왔다.

흔히들 얘기하는 투기꾼들, 다주택자들이 있어야 임대 물건도 나오면서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

필자는 부동산 정책에 성리학을 도입할 때 어떤 결과가 벌어졌는지는 문재인 정부 때 다들 확인한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한국인들이 성리학을 사랑해서 걱정이 많이 된다.

이런 식이면 결국 없는 사람들, '부자 아빠·엄마를 가지지 못한' 청년들이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부동산 정책은 냉정해야 한다. '착한 척 하는 정책가'들은 가장 위험한 악마들이란 격언을 곱씹어봐야 한다. 악마는 늘 천사의 미소를 머금고 사람들을 속인다.

예컨대 '늘 약자의 편에 서 있었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임대3법을 도입할 때 시장을 아는 사람들은 다들 말렸다. 당장 '기존' 임차인의 거주 안정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값 폭등이 자명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한 지인도 2020~2021년 집값 폭등은 선한 얼굴을 한 악마들의 농단 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한 사람의, 아니 한 가족의 삶을 통째로 무너뜨릴 정도로 무서운 것이다. 물론 그 반대 쪽에 있는, 즉 운 좋은 사람들에겐 노력 없이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진짜 진보 정책가라면 노동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 1번이다.

하지만 지금은 규제 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집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면서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많다.

부동산 가치를 평가하는 필자의 한 지인은 규제 외에도 서울 집값 지지 요인은 많다고 했다.

서울 지역 한 감정평가법인 대표로 일하는 필자의 지인은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우선 거시적으로 볼 때 지금의 저금리나 원화가치 하락이 집값을 지지합니다(화폐가치 하락 따른 실물자산의 헤지 기능). 심리적으론 한국사회가 포모증후군에 걸려 있다는 점도 아파트를 지지합니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대신 주식으로 미래를 준비하자고 해도, 괜찮은 지역 아파트에 대한 욕망은 더 커졌다고 했다.

'똘똘한 한채' 정책을 오랜기간 묵히자 이제 한국사회의 거주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했다.

"예컨대 예전에 한국에서 집은 40대부터 많이 샀는데, 지금은 20대, 30대부터 사려고 하니 비정상적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은 '인서울, 명품, 계급'에 대한 욕망으로 아파트를 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아파트가 비싸다는 건 모두가 다 알지만 똘똘한 한채는 좌파든, 우파든 기득권들의 상징이 됐습니다. 기득권들이 서울 목 좋은 데 집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값이 빠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유지됩니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것처럼 '서울엔 공급이 없다'는 든든한 배경이 서울 집값을 지지한다고 했다.

신규 입주 물량이 없을 때는 유통시장에서 매물이 나오도록 해야 하지만, 정부의 반시장적인 규제정책은 반대의 기능을 한다.

이 감정평가사는 이제 서울에서 아파트는 그 가격이 터무니 없어 보이더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가치평가가 자신의 본업이지만, 그 평가의 틀 역시 달라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가상자산의 세계를 한번 보세요. 밸류로 설명이 안 되는 비트코인의 높은 가격은 그 자체로 밸류를 가지게 됐습니다. 가치가 없어도 가치를 인정받는 비트코인인데, 그 관점에서 서울 아파트를 봐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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