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1-21 (금)

[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엔비디아 +6% → -3%...AI 거품론·연준 경고·고용 불확실성까지 ‘투매’ 촉발

  • 입력 2025-11-21 07:46
  • 김경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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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목의 월드이코노미] 엔비디아 +6% → -3%...AI 거품론·연준 경고·고용 불확실성까지 ‘투매’ 촉발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김경목 기자] 엔비디아 주가가 전날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하며 시간외 거래에서 6% 이상 치솟았지만, 정규장에서는 3% 넘게 하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에 휘말렸다.

AI 거품 논란이 재점화된 가운데 연준 인사의 경고성 발언, 혼재된 고용지표, 암호화폐 급락까지 겹치며 시장 전반의 위험회피 심리가 급속히 강해졌다.

20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엔비디아는 개장 직후 강한 매수세로 5% 이상 오르며 사상 최고가 경신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AI 투자 열기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다시 커지면서 상승폭을 반납했고, 결국 3.15% 하락한 180.64달러로 마감했다. 실적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AI 관련 수익성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실제 시장의 불안은 엔비디아에 국한되지 않았다. 팔란티어(-5.9%), 오라클(–6.6%), 로빈후드(–10.1%) 등 주요 기술주가 줄줄이 급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4.8% 급락했다.

나스닥 변동성은 4월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관세 발표 이후 가장 컸으며, 공포지수(VIX)는 단 두 시간 만에 20에서 28로 폭등했다.

AI 거품론 재부상…“수익성, 정말 따라오고 있는가”

전일 발표된 엔비디아 실적은 시장 기대감을 충족시켜줬다.

엔비디아는 2026회계연도 3분기(8~10월) 실적에서 매출 570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62% 증가한 수치로 시장 전망치(549억 달러)를 20억달러 이상 웃돌았다. 이는 2023년 5~7월 이후 약 2년 만의 최대 어닝 서프라이즈다.

조정 EPS는 1.30달러로 예상치(1.25달러)를 상회했고, 순이익은 319억달러로 전년 대비 65% 급증했다. 기술기업 중 같은 분기 더 큰 이익을 낸 곳은 알파벳뿐이다.

특히 AI 칩의 핵심인 데이터센터 매출은 512억달러로 전년 대비 66% 증가, 전체 실적을 끌어올렸다. GPU 매출만 430억달러에 달했다. 황 CEO는 “블랙웰 판매는 ‘오프 더 차트’, 클라우드 GPU는 이미 전량 매진됐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실적이 단기 우려를 일시적으로 덜어줬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시장은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시장 관계자들은 엔비디아의 매출채권 증가 속도, 빅테크 기업들의 공격적인 데이터센터 투자 가속화 등을 언급하며 “AI 투자 대비 이익 창출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리사 쿡 연준 이사 “과열된 자산가격, 하락 위험 커져”

이날 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준 것은 리사 쿡 연준 이사의 공개 경고였다.

쿡 이사는 이날 연설에서 “주식과 회사채, 레버리지 론, 주택 등 여러 시장에서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기준을 상당히 웃돈다”며 자산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금융시스템의 전반적인 회복력에 비춰볼 때 (2008년 금융위기가 초래한) '대침체'(Great Recesstion) 시기에 나타난 것과 같은 약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진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최근 부실 경고 우려가 커진 사모대출 시장과 관련해선 현재 금융 안정성을 해칠 요인으로 보진 않는다면서도 주의를 갖고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연준이 공식적으로 자산 고평가 리스크를 다시 거론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도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용지표는 혼재…고용은 늘었지만 실업률·계속수당은 상승

셧다운으로 지연됐던 9월 고용보고서와 주간 실업수당 통계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비농업 일자리는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실업률은 4.4%로 상승했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은 9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가 전월 대비 11만9,000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약 5만개의 두 배 이상이며 지난 4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셧다운 이전까지 의료·사회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신규 고용이 이어지며 단기적인 고용 탄력성이 유지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고용의 ‘속도’는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BLS는 7월과 8월 고용을 총 3만3,000명 하향 조정하며 당시 고용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했음을 인정했다. 특히 8월 비농업 고용은 기존 ‘2만2,000명 증가’에서 ‘4,000명 감소’로 정정돼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노동시장의 약세는 실업률에서도 확인된다. 9월 실업률은 4.4%로 상승해 시장 전망치(4.3%)를 웃돌았고, 2021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노동시장에 재진입한 인구 증가가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주요 기업들의 감원 발표가 잇따르고 있는 점도 고용 둔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22만건)는 감소했지만, 계속 실업수당 청구는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해 고용의 ‘질’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11월 9~15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 주 전보다 8,000건 감소한 수치로, 월가 전망치인 23만2,000건을 하회했다. 연방정부 셧다운(10월 1일~11월 12일) 이후 발표된 첫 주간 고용지표이지만, 셧다운 기간과 비교해 특별한 변동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노동시장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다소 악화했다. 같은 기간 계속 실업수당 청구는 197만4,000건으로 집계돼 전주 대비 2만8,000건 늘었다. 이는 2021년 11월 첫째 주(204만1,000건)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실업자가 새 일자리를 찾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은 “이 같은 엇갈린 신호는 연준의 12월 금리 결정 전망을 더 모호하게 만든다”며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비트코인 8만7000달러 붕괴… CTA·퀀트 매도까지 겹치며 ‘투매’ 가속

위험자산 약세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비트코인은 한때 8만7000달러 아래로 밀리며 5% 하락, 한 달 낙폭만 20%를 넘어섰다. 이는 기술주 투자심리에도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CTA(상품투자자문)·퀀트 전략 등 체계적 자동매매 시스템도 하락폭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들 알고리즘은 가격 하락이나 변동성 확대 시 기계적으로 비중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어, 매도 신호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서스퀘한나 인터내셔널 그룹의 크리스 머피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끝난 지금,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연말 랠리의 동력을 찾기 어려워졌다”며 “CTA 포지션은 여전히 취약하며, 추가 하락 시 매도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경목 기자 kkm3416@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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