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11-05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팔란티어가 부각시킨 AI 버블론과 한국 주가 폭락

  • 입력 2025-11-05 11:11
  • 장태민 기자
댓글
0
주요국 주가지수 중 한국 주가가 가장 크게 하락했다. 자료: 코스콤 CHECK

주요국 주가지수 중 한국 주가가 가장 크게 하락했다. 자료: 코스콤 CHECK

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올해 주가가 150% 이상 뛰었던 팔란티어 주가가 급락했다.

팔란티어 주가는 선행 PER이 200배 이상에서 거래되다가 결국 고꾸라졌다.

AI 관련주가 뉴욕 주가를 끌고 왔지만 S&P500의 예상실적 기준 PER이 23배를 돌파해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내자 '버블론'이 다시 힘을 받았다.

이 분위기와 맞물려 한국 주식시장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폭락세를 나타냈다.

■ 팔란티어 '너무 비싸다'고 촉발한 나스닥 급락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는 올해 3분기 매출 11.8억달러, EPS 21센트 발표했다.

시장전망치는 매출 10.9억달러, EPS 17센트 수준이었으나 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팔란티어는 4분기 매출액 전망치 13.27억~13.31억달러 사이로 시장 전망치 11.9억 달러보다 높은 수준을 제시했다.

하지만 너무 비싼 게 문제였다.

팔란티어의 3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고 4분기 가이던스도 높아졌지만 시간외에서 주가가 5%대 급락해 투자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결국 정규장에서 팔란티어는 7.94% 급락했다.

팔란티어 급락 분위기 속에 미국 주식시장의 AI 쏠림 현상에 대한 경계감이 커졌으며 차익실현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4일 나스닥이 2.04% 급락한 가운데 주요 기술주들이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 다시 강화된 AI 버블론

글로벌 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AI 관련주 상승세와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했지만, 최근 버블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4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금융 리더 투자 서밋’에서 "향후 12~24개월 내 주식시장이 10~20% 수준의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시장은 항상 상승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시점에서 조정을 거치며 재평가의 시간을 갖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며 "10~15% 수준의 조정은 장기 강세장 속에서도 자주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테드 픽 모건스탠리 CEO도 "10~15%의 단기 조정은 위기의 전조가 아니라 오히려 시장이 건전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이 같은 숨 고르기 과정은 장기 상승세를 지속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공행진 중인 주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자 과거 '정책가'들의 발언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의 주식 밸류에이션에 대한 경고, IMF의 급격한 주가 조정 가능성 경고 등을 상기해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다.

AI 종목에 대한 하락 베팅을 하면서 주가 급락 분위기를 띄우는 모습도 관찰된다.

■ 마이클 버리, 다시 한번 '빅숏'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이름을 드날린 마이클 버리가 이번에는 미국의 대표 기술주인 엔비디아와 팔란티어를 상대로 하락에 베팅했다.

버리가 이끄는 헤지펀드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는 현지시간 4일 이 두 종목에 대한 ‘풋옵션’을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팔란티어는 올해 연간 매출 전망치를 44억달러로 상향하고 3분기 매출도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밸류에이션 부담 우려로 4일 주가가 8% 가량 급락했다.

엔비디아 주가도 4일 4% 급락했다. 엔비디아는 19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CBS 인터뷰에서 "국가 안보상 이유로 엔비디아의 최고급 칩을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버리는 2008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하며, 그가 이끄는 사이언 애셋 매니지먼트는 약 1억5500만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지난 달 말 버리는 자신의 SNS에 "때때로 우리는 버블을 본다. 그럴 때 취할 수 있는 행동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때로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승리일 수 있다"고 적었다.

그리고 버리의 레이더 망엔 팔란티어와 엔비디어가 걸려든 상태다.

■ 깐부동맹에 취했던 한국 주가 폭락

한국 주가는 폭락에 휘말렸다.

불과 얼마 전까지 '깐부동맹'에 환호하고 있었으나 순식간에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전날(4일) 100.13p(2.37%) 급락한 4,121.74로 거래를 마쳤다. 그 전날 100p 넘게 오르면서 2,400을 넘긴 지 하루 만에 크게 떨어진 것이다.

우선 미국에서 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인 발언 영향이 있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블랙웰(Blackwell) 칩은 가장 진보된 것이어서 미국 이외의 누구에게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한 게 심리를 건드렸다.

지난주 경주 APEC 기간 엔비디아 CEO 젠슨황이 깐부동맹으로 한국에 26만장의 블랙웰 칩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 한국 반도체, 자동차 주가를 띄웠기 때문에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차익실현의 빌미가 되기에 좋았다.

트럼프의 CBS 방송 인터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진보된 칩 미국외 불가'는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처럼 보였으나, 단기 급등한 한국 주식을 팔기엔 좋은 재료였다.

전날 5% 넘게 폭락했던 한국 시총 1,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날 장중 더 큰폭으로 폭락하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4000, 3900선을 내주고 차례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시장이 기침을 하자 한국 시장은 독감에 걸려버린 모습이다.

최근 11만원을 넘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장중 9만6천원대까지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지난 10월의 주가 급등도 놀라웠지만, 이틀만에 코스피가 300p 넘게 폭락하는 지금의 모습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AI 버블론에 기술주들이 휘청이자 국내시장의 경계감도 커졌다"면서 "다만 외국인 매도 영향이 크지만 한국시장의 반응은 너무 과도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인 2조 2,349억원을 대거 순매도하더니 오늘은 11시 현재 1조 3천억원 가량 순매도 중이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

모바일화면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