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9-11 (목)

초장기채권을 둘러싼 외면된 진실...본질과 내러티브의 혼동 - DB證

  • 입력 2025-09-01 08:3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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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DB증권은 1일 "금융위기 이후 장투기관 규제 변화가 초장기 채권 약세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문홍철 연구원은 "글로벌 정부채 초장기물 금리가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유럽, 일본은 사상 최고치를 넘나들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연구원은 "이유는 재정 우려 때문이라고 하지만 수십년간 반복된 위기를 겪은 입장에서 재정우려가 극심하다는 말은 너무 들어서 식상할 정도"라며 "지금이 과거 반복된 위기 극복 과정에서 악화된 재정위기와 무슨 차이가 있다는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고 했다.

그는 "아무런 차이가 없거나 어떤 면에선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덜하기 때문"이라며 "유럽, 일본, 미국의 초장기 금리의 수준, 스프레드 등은 각국의 재정상황에 따른 일관된 패턴이 없다"고 했다.

GDP 대비 빚이 더 많다고 스프레드가 넓거나 초장기 금리가 더 높은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가령 영국은 유럽에서 GDP 대비 정부부채가 그나마 양호하지만 30Y 길트 금리는 6%를 향해 가고 있다. 요점은 선진국 초장기금리의 약세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원인이 있으며, 부채나 인플레 우려는 약세의 명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30년물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10년 대비 강하다고 했다.

문 연구원은 "한국의 재정이 탄탄해서가 아니다. 인구구조,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공사 부채를 고려하면 한국의 국가부채는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순환논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한국 초장기 금리가 강한 이유는 금리가 하락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초장기 금리 상승의 근본원인은 국가부채가 아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된 보험사와 연기금의 규제변화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위기를 전후해 장투기관의 규제는 자산과 부채를 보다 공정가치에 가깝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옮겨갔다"면서 "이런 규제는 얼핏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장투기관 업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문 연구원은 "이들 사업모델의 본질은 가입자의 돈을 맡아서 운영하고 확정된 소정의 돈을 집근하는 것"이라며 "따라서 부채 대비 운용 금리가 높고 오랜기간 확정수익을 꾸준히 얻을 수 있는 지산운용에 집중해야 하나 규제변화는 정반대로 행동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산의 시가평가가 면밀해짐에 따라 운용기관은 시장을 추종하면서 매매한다. 지금처럼 금리가 높더라도 더 오를까 두려워 채권매입을 주저한다"면서 "규제 변화 이전에는 시가평가를 받지 않는 자산이 많았기 때문에 향후 금리 움직임에 무관하게 절대금리 수준을 고려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그렇지 않다"고 했다.

지금은 금리가 오르면 매입하지 않고 반대로 금리가 하락할 때 추격 매수하기 때문에 금리가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코로나 이전엔 전세계 장투기관이 저금리 레이싱에 나섰지만 코로나 이후 금리 급등기에 양날의 검이 됐다고 진단했다. 보유하고 있던 초장기 채권의 평가손실이 엄청난 데다 이자율 파생상품 평가손실을 마진콜을 불러 장투기관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문 연구원은 "2022년 영국 길트시장 혼란은 트러스 총리를 희생양으로 삼아 국가부채 우려라는 명목으로 일어난 현상으로 모두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과거 누적된 장투기관의 규제 대응이 후폭풍에 노출된 반작용"이라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각국 감독당국은 반성은 커녕 문제점과 거시 금융시장 안정에 대한 논의도 없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현재 전세계 장투기관 입장에선 초장기 이자율 상품을 편입하거나 장기적인 자산운용을 추가하는 것은 언급조차 불경스러운 일이 됐다. 이들이 초장기채를 다시 매입하기 위해선 한국처럼 금리 상승이 마무러되고 하락세가 진전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규제가 추격매수, 추격매도를 부추기도록 설계돼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연구원은 "장투기관 부채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는 불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한다. 장투기관에 적용되는 규제는 이름만 다를 뿐 시가평가를 면밀히 한다는 근본 뼈대는 같다"면서 "부채의 시가평가는 특히 이자율 변동성을 확대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세계 모든 장투기관은 정보의 차이일뿐 자산보다 부채의 이자율 민감도(듀레이션)가 크다. 최근 몇년간처럼 선진국 장기금리가 상승세이거나 높은 수준에 있을 때 장투기관의 건전성을 개선된다"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금리 상승시 자산 감소폭보다 부채 감소폭이 훨씬 크기 때문에 자본이 증가하는 것처럼 계상되기 때문"이라며 "금리가 상승기이거나 높은 수준에 있을 때 채권을 매입하는 것은 업의 본질에는 맞지만 규제만 본다면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했다.

금리 수준이 매력적이라고 해서 초장기채를 매입했다가 행여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오르기라도 하면 경쟁사 대비 건전성에서 뒤처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반대로 한국처럼 장기금리가 떨어지면 건전성이 악화되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초장기채를 공격적으로 매입하거나 돈이 없을 경우 본드포워드 같은 이자율 파생상품이라도 매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장의 내러티브는 가격에 후행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연구원은 "초장기 금리 상승 내러티브인 정부 부채, 방위비, 구조적 인플레, AI 생산성 등이 본질인지 아니면 초장기채 외면은 정해져 있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한 명분인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면서 "현재 글로벌 장투기관 규제는 초장기 금리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맞춰져 있다"고 했다.

그는 "재정우려로 초장기 금리가 불안함을 보이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성장과 물가, 그리고 장투기관의 업의 본질임을 잊어선 안 된다. 펀더멘털 부진이 다가와 금리의 방향성이 바뀌면 내러티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을 싹 닫고 다른 얘기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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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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