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6-27 (금)

(장태민 칼럼) 여당 최고위원의 한은 총재 맹비난

  • 입력 2025-06-25 14:2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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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날 오전 여당의 한 최고위원이 중앙은행 총재를 맹비난해 귀를 의심해야 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이창용 한은 총재의 '오지랖'을 문제 삼으면서 주제 파악을 하라고 핀잔을 줬기 때문이다.

정치인, 그것도 잘 나가는 정치인이 한국은행 총재에 대해서 대놓고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여당의 경제통으로 통하는 이언주 최고위원 입장에선 집권 초 '이재명 정부의 경제팀' 진용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 총재가 나대는 게 볼썽사나웠을 수 있다는 평가도 보였다.

■ 이언주의 이창용에 대한 불만

이언주 최고위원의 눈엔 한은 총재가 각종 경제정책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 개진을 하는 게 좋아보이지 않았다.

이 최고위원은 "어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의 은행권 수장들하고 모여서 가계대출 관리와 실물경제 지원에 대해서 논의했다고 한다. 굉장히 떠들썩하게 논의를 해서 많은 언론에서 또 보도까지 됐다"면서 "주택시장 리스크도 언급하고, 가계부채 관리에 대해서도 언급을 했다 이렇게 들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 최고위원은 대뜸 "한국은행이 금융시스템 안정을 도모하고 금융시스템에 대해서 통화정책뿐만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에 대해서 들여다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너무 많이 나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한은 총재가 주택시장과 가계부채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여당 최고위원이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한은의 주된 책무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은이 주택시장에 대해 언급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울러 한은 총재나 부총재, 금통위원 등은 최근 서울 주택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등에 대해 계속 언급하고 있었다.

총재의 이런 발언을 여당 최고위원이 문제 삼은 것이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고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 서슬퍼런(?) 정권 초기의 군기잡기인가...대통령 앞에 모두가 줄서야 한다?

이 최고위원의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비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심지어 할 말 있으면 대통령에게 허락 맡으라는 식의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언급까지 했다.

이 위원은 "정권이 교체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 경제부총리 등 경제수장이 공석이다. 대통령실도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은 총재가 관련해서 할 이야기가 있으면 대통령 면담을 신청하든가 대통령실 관계자들하고 협의를 해서 조용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면 될 일이지 이렇게 많이 언론플레이까지 하면서 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한은 총재가 정치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필자는 여당 최고위원이 한은 총재가 최근 평소 하던 얘기를 한 것을 두고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오자 걱정이 됐다.

그런데 이언주 최고위원의 비난은 '감정적인 곳'으로 번지는 모습까지 보였다.

한은 총재의 오지랖까지 문제 삼으면서 악감정을 드러냈다.

■ 여당 최고위원의 중앙은행 총재 '오지랖' 문제삼기

이 최고위원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예전부터 오지랖으로 되게 유명했다. 교육입시 관련된 입시 관련 보고서도 발간을 해서 그것뿐만 아니라 교육, 부동산까지 정책보고서에서 다뤘다"고 지적했다.

최광해 전 IMF 대리이사가 이창용 총재의 오지랖을 문제삼는 칼럼을 쓴 바도 있다고 했다.

그는 "심지어 올해 1월에는 최상목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2명 임명에 대해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본다 하면서 정치적 사안까지 논평을 한 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한은 총재 말 한마디 한마디는 시장에 구두개입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면서 "특히나 지금처럼 정권교체기, 그리고 여러 가지 대외적인 변수가 정세가 불안정해서 물가라든가 이런 것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때는 더욱더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위헌 논란이 있는 그 헌재재판관 사안처럼 위헌논란이 있는 정치 사안에 대한 발언은 정말 신중해야 하는데도 그 당시에 이렇게 이런 마은혁 재판관을 제외하고 임명한 것이 명백한 위헌위법이라고 결국 결론이 나지 않았느냐. 그래서 정말 한은 총재의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창용 한은총재는 자숙하고 원래 본래의 한은의 역할에 충실하게 관리를 잘 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 여당 경제통, 한은 총재가 할 얘기까지 못하게 해서야...

이언주 최고위원은 "금리인하 기조 하에서 대출관리를 잘 해야 된다, 이런 이야기는 한은 총재가 할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어쨌든 대통령실과 잘 이야기 하고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은 매우 신중할 것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고 했다.

최근 한은 총재가 자주 하던 '평범한 얘기'인 "금리인하 기조 하에서 대출관리를 잘 할 필요성"까지 문제 삼으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닌가 의심이 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인 경제통이라고 볼 수 있는 의원이다.

그는 2008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와 합작한 회사인 S-Oil에서 법무총괄 상무로 근무하면서 유명해졌다.

변호사 출신의 젊고 역량 있는 여성 대기업 임원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는 S-Oil에서 법무 업무 전반을 총괄했으며, 이 경력은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밑거름이 됐다.

그는 '별다른 능력 없는' 한국 국회의원으로서는 드물게 에너지 분야를 포함해 산업과 경제 전반에 지식을 갖춘 경제통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 여당 최고의 '한은 총재 때리기'...정권 초기 자리투쟁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일까

이재명 정부는 출범 뒤 아직 경제팀을 못 꾸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통 여당 최고위원이 한은 총재를 비난의 재물로 삼아 목청을 높이자 '뭐지?'하는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선 새 정부가 물밑에서 경제부처 조직 개편, 새로운 부처 설치, 적정 인사 물색 등을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일부로 보기도 했다.

이 최고위원과 친분이 두터운 A씨는 "오늘 이언주 최고가 한은 총재를 비난한 일은 매우 흥미롭다.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집권 초기인 만큼 대통령에게 잘 보이려는 과정에서 오버한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역할을 부여받은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다만 "한은 총재가 가지고 있는 권한의 한계 등을 감안할 때 여당 최고위원이 이렇게까지 중앙은행 총재를 비난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목소리 키워온 '이창용의 한은'...혹시 주눅들까

이창용 총재가 지난 2022년 4월 한국은행 수장을 맡은 뒤 한은은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창용 총재 취임 전엔 한은에 대해 '절간'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정도로 정도로 한은은 '조용한' 곳이었다.

하지만 바뀐 총재는 금리 결정과 물가 관리 등 본연의 업무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리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필자가 판단할 때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은'보다 '목소리를 내는 한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아울러 중앙은행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한국 경제의 이러저런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여당의 경제통 중 한 사람이 뜬금없이(?) 중앙은행의 기를 죽이려 해 걱정스럽다.

혹시라도 향후 한은이 한국 경제를 분석할 때 권력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조미료를 치거나, 음식 제공 자체를 거부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한국 중앙은행이 여당 경제통의 '도를 넘는 비난'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길 바랄 뿐이다.

(장태민 칼럼) 여당 최고위원의 한은 총재 맹비난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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