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5-05-14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중 상호관세 대폭 하향조정과 위험자산 선호

  • 입력 2025-05-13 14:3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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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과 중국이 전날(12일) 상호관세를 큰폭으로 인하하는 결정을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145%에서 30%로 인하하고 중국은 미국산 수입품 관세를 12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다.

이 결정은 14일부터 90일 동안 시행된다. 다만 4월초부터 부과한 중국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는 유지된다.

미국과 중국이 시장의 기대를 크게 웃도는 합의를 이룬 만큼 이번 결정이 금융 가격변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또 두 나라의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는 향후 무역 정상화나 공급망 복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키웠다.

트럼프, 중국의 모든 비관세 장벽 없을 것...지나친 낙관은 경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합의를 알리면서 "중국의 모든 비관세 장벽을 없앨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 측이 자국 시장을 개방하는 데 동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주말에 시진핑 주석과 통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는 주가를 띄우고 국채 가격을 낮췄다.

미국 주식시장에선 S&P500이 3.3%, 나스닥이 4.4%. 필라델피아반도체가 7.0% 급등하는 등 무역 협상에 환호했다.

투자자들은 일단 실효관세율이 25% 수준에서 12% 정도로 낮아지면 '해볼만 한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테슬라(6.8%), 애플(6.3%), 엔비디아(5.4%) 등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기대감을 반영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8.50bp 오른 4.4700%, 2년물 수익률은 12.55bp 뛴 4.0270%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무역 합의 소식은 위험자산선호를 강화시키는 동시에 연준 금리 인하 지연에 힘을 실어줬다. 이자율 시장에선 사실상 연준의 상반기(6월) 인하는 어렵고 7월 이후 9월에나 가능할 것이란 관점이 강화됐다.

다만 일각에선 주식시장 등에선 이번 조치를 너무 낙관적으로 본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이번 합의는 90일간의 한시적인 조치일 뿐이며, 엄연히 추가적인 협상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또 시장이 마치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과도하게 반응했다는 주장도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율이 영구적으로 낮아진 것이 아닌 90일이며, 그 시간 동안 양측이 세부 조항에 합의하는 데 물리적 시간은 충분치 않다"면서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미국과 중국은 2018년 5월 합의에 도달하는 듯 했지만 결렬됐고, 이후 최종 합의는 18개월 뒤인 2020년 1월에 제 1단계 합의(phase one)가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최종 협상 결과가 도출되기 전까지 노이즈는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관세 부담 완화는 경기·인플레 우려 낮추고 금리인하 시급성도 낮춰

지난 주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 베센트 재무장관과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 중국의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과 리청강 상무부 부부장이 회담한 뒤 상당한 진전(substantial progress)이 거론됐다.

그리고 이 '진전'은 시장의 예상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말 사이 트럼프가 대중관세 80%를 언급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놀라운 면이 있었다. 또 관세협상을 낙관적으로 보던 쪽에서도 관세율 50% 정도를 감안하고 있었다.

미중 양국이 교역 단절 수준인 100% 넘는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 긴장감이 높아만 가고 있는 때에 이번과 같은 예상을 웃도는 관세율 인하 조치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투자자들 입장에선 이번 조치가 금리 인하를 더 늦추는 요인이 될지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이제 금리 인하 시점을 9월 정도로 늦추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완화 조치가 이제 경제 심리지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실물 지표에 대한 우려도 낮출 수 있어 통화 완화의 시급성은 떨어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관세의 물가에 대한 악영향도 낮아질 수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90일 관세 인하 합의로 실효 관세율이 25%에서 12%로 하향되며 단기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완화될 것"이라며 "실효 관세율 20%p 상승 시 향후 1년 간 소비자물가 1.1%p 상방 압력이 잔존했으나 10%p 상승에 그칠 경우 0.5%p로 절반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성장률 역시 20%p 관세율 부과 시 2년에 걸쳐 0.9%p 하향이 우려됐으나 10%p 인상에 그칠 경우 0.4%p 수준으로 축소된다. 1년 동안으로만 한정할 경우 0.1~0.2%p 성장률 충격에 그칠 것"이라며 "중국은 대미국 수출 복원과 보복 관세 약화에 따른 미국 수입물가 안정으로 성장률 충격 완화를 기대할 수 있으며, 2년에 걸쳐 1%p 성장률 하방 압력이 절반 이하로 축소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관세협상이 안겨준 기대...위험선호 무드 계속될까

미중 관세 협상 타결로 주식시장을 둘러싼 큰 위험이 제거됐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미국이 중국에 대응하는 방식에서 한국, 일본 등은 기본관세 10%까지 낮춰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도 보인다.

박혜란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협상으로 시장의 잠재 위험이었던 중국과의 협상 지연 우려가 해소됐고 트럼프가 원하는 대로 수주 내 관세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면서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 내용이 발표될 텐데, 전격적인 대중 관세 인하 결정을 감안한다면 일본과 한국 등 동맹국들의 기본 관세 10%도 일정 부분 하향 조정될 여지가 높아졌다"고 풀이했다.

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의 상대적 우위가 예상된다. 업종별로도 전 고점 기준 추가 멀티플 회복 여력이 큰 IT, 커뮤니케이션 업종의 강세 지속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S&P500 하단은 5,450pt(4월 상호 관세 이후 12m fwd P/E 평균 19.8배)로 상향 조정하고, 상단은 6,400pt(약 10% 추가 상승 여력, 전년 대비 12m fwd EPS 8% 증가+P/E 멀티플 현 21배 중반 유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 결과는 미국 주식시장, 국내 주식시장 모두에게 긍정적인 재료다.

전날 미중 무역합의 소식은 국내 주식시장의 코스피지수를 2.600선 위로 안내했다. 다만 섹터별 차별화 역시 두드러졌다.

이 소식에 일단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 우려에 억눌려있던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의 업종 주가가 크게 뛰었다. 반면 관세전쟁 하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구가했던 방산·조선·음식료 같은 업종들을 약세를 나타냈던 것이다. 관세 협상이 섹터 로테이션 등에 얼마나 지속적인 영향을 줄지는 계속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내 채권시장은 관세협상에 따른 미국채 금리 움직임과 위험선호 강도, 외국인 국채선물 매매 등을 주시하고 있다.

간밤 관세협상에 따라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5% 근처로 급등하자 외국인은 국내 국채선물시장에서 3년 선물은 3만개 가량 대거 순매도했다. 이 규모는 역대 3년 선물 일중 순매도 3위권에 해당한다. 외국인은 10년 국채선물까지 1만개 이상 대거 순매도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관세협상 진척에 따른 위험선호와 연준 금리인하 지연 등은 국내 채권시장의 부담 요인"이라며 "당장은 그간 선물을 대거 쌓아올렸던 외국인 선물 매도 여력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달러/원 환율은 최근 1,300원대로 레벨을 낮춰본 뒤 현재는 1,410원대 초반에서 등락 중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누그러지자 간밤 달러지수는 급등했다.

달러/원은 간밤 달러지수 급등을 선반영한 새벽 종가(1,417.0원)보다 소폭 하락한 1410원 초반대에서 출발한 뒤 장중 위안화 강세와 저가 매수에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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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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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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