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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후퇴는 저물가 기조 종료 의미...과거와 같은 저물가 기조로의 복귀는 어려워 - 자본시장硏

  • 입력 2023-12-05 13:2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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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자본시장연구원은 5일 "세계화 후퇴는 저물가 기조의 종료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백인석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긴축에 힘입어 팬데믹 이후의 가파른 물가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겠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과거와 같은 저물가 기조로의 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1980년대 이후 계속된 저물가 기조는 일부 부작용을 동반했지만 경제주체 및 금융시장에 다양한 효익을 제공해 왔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시대를 다시 맞이하기 어려울 것으로 봤다.

사실 1990년대 이후 지속됐던 글로벌 저물가는 상당부분 세계화의 산물이다. 특히 중국이 싸게 물건을 공급하면서 글로벌 물가 전반이 낮게 유지됐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는 게 백 연구원의 진단이다.

백 연구원은 "본격적인 탈세계화 진입 여부에는 상당한 논란이 있으나 세계화 효과(효율성)가 작동하기 위한 중요 전제조건인 자유무역주의 및 지정학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보수적인 관점에서 판단해도 세계화는 상당부분 후퇴할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 현재의 글로벌 물가 둔화 흐름...그러나 과거 저물가 시대로의 회귀는 어렵다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했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다.

주요국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으나 누적된 통화긴축 영향으로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

백 연구원은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상당 폭 완화될 수 있겠으나 장기적 관점에서 과거 저물가 시대로 복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기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저물가 기조와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글로벌 경제구조에 변화가 감지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물가 기조는 장기 인플레이션(long-term inflation), 즉 추세 인플레이션(trend inflation)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고 했다.

추세 인플레이션은 경제 전체의 수요뿐만 아니라 공급능력을 감안한 균형 물가상승률로 순환적(일시적) 요인을 배제한 물가상승률의 장기 추세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추세 인플레이션의 정의에 기초하면 실제 인플레이션은 추세 인플레이션과 순환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인플레이션갭(실제 인플레이션-추세 인플레이션)으로 분해할 수 있다.

필립스곡선 이론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갭은 GDP갭 및 실업률갭 등과 같은 유휴생산력(economic slack)에 의해 결정된다.

테일러준칙 관점에서 보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해 유휴생산력이 적정 수준에서 형성되도록 유도함으로써 인플레이션갭을 통제한다.

인플레이션을 추세 인플레이션과 순환적 인플레이션으로 구분하면 전통적인 필립스곡선을 '인플레이션 = 추세 인플레이션 + 유휴생산력×유휴생산력에 대한 인플레이션 민감도'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백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추세 인플레이션을 분석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미국 추세 인플레이션 변화의 주요 특징을 보면, 미국 추세 인플레이션은 1980년대 초중반에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냈다"면서 "이후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하락한 후 안정세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팬데믹 이전까지 연준의 물가목표치인 2% 내외에서 유지된 미국 추세 인플레이션은 팬데믹 이후 상승세로 전환했다.

그는 "흥미롭게 한국의 추세 인플레이션도 일부 차이는 있으나 미국 추세 인플레이션과 유사한 특징을 보인다"면서 "결과적으로 한미 1990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추세 인플레이션이 하향 안정화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탈세계화로 인한 저물가 기조 종료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세계화 진전이 추세 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에 기여했는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스위스 KOF 경제연구소가 발표하는 KOF 세계화지수는 무역 통계 및 글로벌 가치사슬(GVC)과 관련된 정량적 지표와 함께 무역 규제 및 무역 협정 등 제도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세계화지수다. 이를 통하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KOF 경제세계화지수는 무역세계화지수 및 금융세계화지수로 구성된다.

백 연구원은 "한미 모두 1990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세계화에 큰 진전이 있었다. 세계화 추이를 다루는 기존문헌에서도 세계화는 1970년대부터 진전이 있었으나 1990년대 들어 본격화되며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지적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화가 정체국면에 진입(slowbalization)한 반면,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세계화가 꾸준히 진전됐다"면서 "다만 KOF 경제세계화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세계화는 2013년경부터 정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세계화 후퇴 가능성으로 저물가 기조에 변화가 발생할 것인가에 대해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화가 후퇴할 경우 저물가 시대가 마무리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지만, 이러한 우려가 과장되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첫 번째 의견에서는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에 힘입어 금번 인플레이션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과거와 같은 저물가 기조로 복귀하지 못할 것으로 파악한다.

반면 두 번째 관점은 중앙은행의 성공적 물가관리가 이뤄지면 기조적 물가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한다.

세계화와 인플레이션 간의 관계에 대해서 학계 의견도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나눠진다.

백 연구원은 "세계화가 구조적 비용 하락 및 기업 간 경쟁 심화 경로를 통해 저물가 기조에 기여한 것으로 파악하는 연구가 작지 않으나 인플레이션은 통화적 현상(monetary phenomenon)이므로 세계화가 일시적으로는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중장기 인플레이션은 궁극적으로 통화정책에 의해 결정(통제)된다는 견해도 다수"라고 밝혔다.

그는 한미 근원 CPI 추세 인플레이션의 결정요인 분석을 통해 산출된 추세 인플레이션의 역사적 분해(historical decomposition) 결과 중 세계화로 인한 추세 인플레이션 변동분(세계화 기여분)을 보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백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미국을 제외할 경우 한미 양국 모두 세계화가 기조적인 저물가 요인(추세 인플레이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면서 "특히 시기별로 추세 인플레이션이 상승한 경우에도 세계화는 지속적인 물가 하락요인으로 작동했다"고 밝혔다.

다만 세계화가 정체기에 접어든 시점(미국: 2008년~2009년, 한국: 2013년경)부터 세계화가 추세 인플레이션 하향 안정에 미친 영향이 크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국의 추세 인플레이션은 1990년대를 중심으로 한 초세계화 기간 동안에 큰 폭으로 하락한 후 팬데믹 이전까지 안정세를 유지했는데, 초세계화 기간 동안에 발생한 추세 인플레이션의 하락은 대부분 세계화로부터 유발된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초세계화 기간(미국: 1990~2003년, 한국: 1992년~2003년) 동안에 양국의 추세 인플레이션은 각각 3.7%p(미국) 및 2.9%p(한국) 낮아졌는데, 이 중 1.8%p(미국) 및 1.6%p(한국)가 세계화 효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같은 결과는 향후 세계화가 후퇴할 경우 추세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가능성이 존재함을 시사한다고 풀이했다.

백 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 팬데믹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탈세계화 본격화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향후 전체적인 세계화 양태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세계화가 인플레이션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측면에서는 과거에 비해 세계화로 인한 효익이 유의미하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화는 비용 효율성 및 경쟁 심화 경로를 통해 저물가 기조에 기여해왔다"면서 "그런데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생산의 전 과정이 비용효율성에 기초하여 분절화(fragmentation)되는 만큼, 세계화로 인한 효율성 증가에는 안정성 및 복원력 감소가 동반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안정성과 복원력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효율성을 추구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1990년대 이후 초세계화에는 글로벌 가치사슬 발전을 가능하게 한 기술혁신과 함께 자유무역체제 도입 등을 통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미중 무역분쟁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는 등 세계화 효과의 전제조건인 제도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2018년 이후 세계 무역제재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로 인해 경제세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온 글로벌 공급망이 아웃소싱ㆍ오프쇼어링(효율성)에서 리쇼어링ㆍ프렌드쇼어링(안정성ㆍ복원력)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경우 2022년 들어 리쇼어링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대중국 수입 비중이 2000년대 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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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자본시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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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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