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1시50분 현재 국고채 금리와 국채선물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준 인하 기대와 '한국은 과도하다'는 평가 속에 2%대 진입한 국고채 금리
이미지 확대보기[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PCE 물가가 예상대로 둔화되면서 미국채 금리가 하락하자 29일 장중 국내 국고3년, 5년 등의 금리도 장중 2%대로 진입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국내 투자자들이 거듭 레벨 부담을 거론했지만 대외 재료가 계속해서 금리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 뒤 국채 금리가 2%대로 내려온 것이다.
그간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 가격 메리트 없다는 평가도 많이 나왔지만 적극적으로 팔려는 세력이 없어 외국인이 선물 매수 등을 통해 금리 레벨을 조율하는 중이다.
아울러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크다보니 매파적인 한은의 스탠스는 잘 안 먹히고 있는 중이란 평가들도 적지 않았다.
■ 미국 PCE가 이끈 한국 2%대 국고채 금리...조만간 연준의 인하 시사 기대감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2.5%, 전월 대비 0.1% 각각 상승했다. 이는 시장 예상과 부합하는 것이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전년 대비 2.6%, 전월 대비 0.2% 각각 올라 예상과 일치했다.
전년비로 PCE 헤드라인 상승률은 5월 수치(2.6%)보다 약간 낮아진 것이며, 근원은 5월과 동일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PCE 인플레는 연준의 금리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을 지지했다.
상품 물가는 전월비 0.2% 하락한 반면 서비스 물가는 전월비 0.2% 상승했다. 주택 물가는 전월비 0.3% 상승해 지난 3~5월 0.4% 상승에서 소폭 둔화됐다.
물가와 소비 등을 포함한 PCE 데이터는 물가 둔화와 경기의 견조한 흐름 평가에 모두 힘을 실어줬다. 개인소득은 전월비 0.2% 증가해 예상치(0.4%)를 밑돌았다. 개인소비는 전월비 0.3% 증가해 예상치(0.3%)에 부합했다.
투자자나 분석가들은 인플레 둔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금리인하가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시장은 당장 이번주 7월 FOMC의 금리 인하까지 욕심내고 있지는 않지만, 9월부터 인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모간스탠리 등 다수 해외 금융사들은 "7월 FOMC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지만 물가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왔다"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멀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7월 FOMC, 인하 신호 발신될지 촉각
투자자들은 이번주 FOMC에서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올지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최근 인플레와 고용 둔화 움직임, 연준과 관계되거나 관계됐던 인물 사이에서 나온 통화완화 기대감 증폭 발언 등이 9월 인하에 대한 확신을 심었다.
한 때 매파적 발언으로 시장을 크게 괴롭혔던 연준 월러 이사는 최근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더 가까워졌다"면서 큰 돌발 상황이 없는 한 금리 인하가 곧 이뤄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매파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지난주 "7월 FOMC 회의에서 가급적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주 30~31일 FOMC 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연준은 작년 9월 이후 회의 이후 7회 연속 정책금리를 동결(5.25~5.50%)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관심사는 인하 '시그널'에 모여져 있다.
즉 연준이 인플레나 노동시장의 완화 등을 평가한 뒤 구체적인 인하 시기 등을 시사할 지가 주목되는 것이다.
최근 2분기 GDP가 시장 예상치를 웃돈 전기비연율 2.8%를 기록해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했지만, 하반기엔 물가, 노동시장 등 전반적인 경기 데이터들이 둔화될 수 있다는 예상이 많다.
이승은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하반기엔 미국의 실질가처분소득 증가율 둔화, 노동시장 냉각, 주택시장 부진, 정부지출 제한 등이 작용하면서 상반기보다는 경기도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강하다"면서 "특히 분석기관들은 지난주 6월 PCE지수가 연준의 9월 금리인하를 확인시킨 준 결과로 해석했다"고 평가했다.
이미 여러 차례 물가나 각종 지표의 둔화를 확인한 만큼 연준이 이번주엔 '태세 전환'을 공식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적지 않은 것이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GDP가 예상을 크게 웃돌았지만, 주말에 나온 6월 PCE가 예상대로 둔화되자 미국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에 더욱 힘이 실렸다"면서 "이에 따라 국내 국고채 금리도 2%대로 내려가는 등 새로운 레벨에 대한 적응기를 거칠 것 같다"고 말했다.
■ FOMC에서 말 아낀다면 잭슨홀
시장엔 연준의 금리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제 7월도 거의 끝나가는 가운데 금리 인하를 확인하기까지 2달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강하다.
아울러 연준이 이번에 말을 아끼더라도 잭슨홀이 대기하고 있다.
따라서 통화정책 이벤트들이 이전처럼 '인하 기대감 퇴치'에 앞장서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기대감에 보조를 맞추는 쪽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들도 보인다.
보수적인 통화당국이 '지표를 좀 더 확인할 필요성' 때문에 이번주엔 말을 다소 아끼다가 8월 잭슨홀 때 본격적으로 시장과 인하 타이밍을 놓고 소통하게 될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까지 파월의 발언은 점점 금리인하에 다가가는 쪽이었다"면서 "다만 이번에 인하 시기와 관련해 구체적인 시그널을 줄지, 아니면 조금 더 기다리면서 잭슨홀을 활용할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과거 정책 변화와 관련해 잭슨홀 이벤트를 활용한 경우도 많았다. 따라서 연준이 이번주나 8월 하순의 잭슨홀 이벤트 둘 중 하나를 활용할 것"이라며 "어떤 시기를 택할지는 지표를 한 두개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느끼느냐, 아니냐의 차이 정도"라고 했다.
■ 미국의 큰 방향 잡혔지만...그래도 사라지지 않는 '한국은 과도하다'는 평가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강화돼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중이지만, 한국 시장은 과하다는 평가들은 여전하다.
한국시장이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해 레벨을 낮췄지만 그 정도가 심한 데다, '잠재적인' 한은의 금리 인하폭을 무시하는 흐름이라는 주장도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모두 올해 들어 정책금리를 움직인 적이 없는 나라다.
이런 가운데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연초 이후 전날까지 레벨이 30bp 가량 올라와 있다. 2년물 금리도 13bp 가량 높다.
반면 국내 국고10년물 수익률은 연초 후 전일까지 레벨을 8bp 정도 낮췄고 이날 장중엔 5bp 이상 레벨을 더 낮추는 모습도 보였다.
국고3년물 금리도 올해들어 전날까지 레벨을 13bp 낮춘 뒤 이날은 2%대로 진입했다.
C 증권사 딜러는 "국내 금리 하락이 상대적으로 미국보다 과도하다고 본다"면서 "미국채 금리 대비한 움직임, 그리고 중앙은행의 매파적인 정도, 향후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룸 등을 감안하면 한국 국채 금리의 2%대 안착 가능성은 높게 보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논리적으론 납득이 되진 않지만 외국인 선물 매수나 채권 매도 의지가 박약한 국내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해 지금과 같은 금리가 만들어졌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