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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원전예산 1820억원 삭감과 SMR

  • 입력 2023-11-23 14:4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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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혁신형SMR 철제 격납용기 및 피동안전계통 개략도, 출처: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사진: 혁신형SMR 철제 격납용기 및 피동안전계통 개략도, 출처: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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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다시금 '탈원전'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최근 수년간 국제에너지 가격 급등과 탈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비용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1,820억원 삭감'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 이슈는 단순히 2천억원도 안 되는 '작은' 예산 삭감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던 한국 원전 생태계가 최근 수년간 힘든 시기를 보낸 뒤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정치권이 나서서 자해 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보인다.

■ 거대 야당의 계속되는 '탈원전' 의지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원전 분야 예산 1,820억원을 삭감한 내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한 전체회의에서 민주당은 원자력 생태계 지원 예산 1,112억원, SMR 기술 개발 사업 332억원, 원전 수출을 위한 기반 구축과 수출 보증에 쓸 250억원 예산 삭감을 의결했다.

대신 원전 해쳬 R&D 성격이 강한 원체 해체 관련 R&D 예산은 256억원을 증액해 통과시켰다.

거대 야당이 원하는 방향성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탈원전을 지속하고 신재생에너지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 기술개발 관련 예산은 잘린 반면 원전 해체 관련 예산,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늘렸다.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 자금 2,302억원,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 자금 1,620억원 등 신재생 관련 예산은 증액된 채 상임위를 통과했다.

원전 정책과 관련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관련 예산을 4,500억원가량 늘려 단독 처리한 것이다.

민주당은 원전 예산 삭감 비판을 의식한 듯 원전 예산 삭감의 당위성을 웅변하기 보다는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강변하면서 이번 조치의 당연함을 어필했다.

민주당은 21일 "원전은 현재 고준위방폐장의 부재 등으로 RE100 기준을 전혀 달성하지 못한다"면서 "신재생에너지는 이미 우리의 선택지가 아니라 생명선이 됐다"고 밝혔다.

야당은 "우리는 낭비될 원전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라며 "마구잡이로 칼질된 재생에너지 사업 복구를 통해 균형 잡힌 예산을 의결했다"고 주장했다.

■ 탈원전이 탄소중립의 필요조건이란 식의 주장은 '잘못된 선동'

하지만 원자력 업계 등 전문가 집단에선 탄소중립을 위해 '탈원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된 신화라고 꼬집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소형 원전 SMR은 탄소중립 정책의 대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프랑스, 중국 등 한국의 원전 경쟁국들은 SMR 기술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SMR은 한국, 미국, 프랑스 등 소수의 국가들이 기술력이 갖고 있어 향후 잘만 키우면 우리의 수출 효과 노릇을 할 수 있는 분야다.

다른 나라가 기술력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최고'라는 이상한 미신을 앞세워 이런 예산까지 쉽게 삭감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 세계는 현재 치열한 기술력 싸움을 벌이는 중이다.

더군다나 국제정세로 인해 에너지 공급이 불안해 지면서 안정적인 에너지원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고 에너지 업계에선 수년 내 상용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자로, 즉 SMR을 그 대안으로 지목한 바 있다.

세계원자력협회는 "SMR은 크기가 소형화돼 안전성이 높고 건설기간이 짧아 경제적이며, 출력을 조절할 수 있고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대형 원전에 비해 운용이 유연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단가가 비싸고 안정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코트라의 정진수 뉴욕무역관은 지난해 9월 "세계적인 탄소 감축 노력의 일환으로 화석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이 느는 추세지만 풍력, 태양열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는 기후 변화에 따라 출력에 변동이 있어 안정적인 공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뒷받침할 에너지원으로 SMR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동향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소형 일체형 원자로에 대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할 만큼 원자력 발전 분야에서 창의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던 나라다.

SMR은 친환경 에너지로서 성장 가능성이 크고 잠재력이 커 국내외 많은 중장비 기업에서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보고 있다.

■ 탄소 중립 중요하다...그럴수록 원전도 중요하다

원전 업계에선 '원자력 생태계 복원'이 생각보다 너무 더디다면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국내 원전 관련 대기업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필자의 한 지인은 "원전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은 자신이 한국경제에 흠집을 내는 자해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제발 정신 좀 차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꽤 망가진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원전기술을 더 발전시키는 게 맞는 방향이지, 이를 버리고 신재생에너지로 간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야당의 이번 원전 예산 삭감엔 '감정적인' 부분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사실 혁신형 SMR은 2021년 문재인 정부 하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돼 2022년 5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뒤 진행 중인 사업이었다. 심지어 지난해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길엔 신재생에너지만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입장에서 태양광, 조력,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비싸면서도 공급이 불안정한 만만치 않은 단점을 갖고 있다.

특히 원전 기술을 갖춘 한국 입장에선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쉬우면서 올바른 방향이다. EU도 이미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킨 상태다.

향후 SMR 시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세계 각국이 미래 먹거리를 놓고 치열한 기술력 경쟁을 벌이는 동안 한국 거대 야당이 실리 대신 명분(신재생처럼 착한 에너지가 옳다)만 취하려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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