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3-29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대중국 수출 부진과 '구조적 적자' 우려

  • 입력 2023-05-22 15:1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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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중국에 대한 무역수지 적자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국산품 애용이나 내수시장 활성화 정책, 한국의 '상대적인' 기술 경쟁력 저하 등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해부터 한국의 무역수지는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오랜기간 한국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었던 중국은 이제 한국에 큰 적자를 안기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전체로 볼 때도 한국의 수출 경쟁력은 저하되고 있다.

야당 "중국 홀대 탓에 중국 적자 커졌다" 주장

더불어민주당은 대중국 무역적자가 지속되자 '친중 정책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외교정책이 미국에 집중하고 중국과 척을 진 결과 대중국 적자가 확대됐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22일 국회 기재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 위주의 외교'가 중국과의 무역적자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난해부터 무역적자의 원인으로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꼽고 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지금은 대통령이 기업 총수들을 데리고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야 한다"면서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한다"고 말했다.

양기대 민주당 의원도 "한국 정부가 중국 대신 미국에 집중한 게 경상수지 적자에 악영향을 미쳤다"면서 "미국 올인 외교는 중국도 주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 홍영표 의원도 "중국은 거의 뭐 한국경제와 단절시킨다는 센 발언이 있었다.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했다"면서 "중소기업들은 한국정부가 이렇게까지 중국 무시하나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부러 한국 정부가 중국과의 거래를 축소하려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근거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누누이 말했지만 중국은 제1교역국이자 가장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며 "탈중국을 선언한 적도,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도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 즉 중국을 멀리하려는 정치적 이유가 무역적자 확대의 주된 원인이라는 진단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대중국 무역 흑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축소되는 추세

중국이 한국의 만만한 교역 상대국에서 벗어난지는 꽤 오래됐다.

중국은 자체적인 국산품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상당부분 한국의 중간재를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내수 활성화 정책을 쓰면서 한국 수출업자를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기업들의 상대적인 기술경쟁력은 오히려 '저하'됐다.

경제부총리도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대중국 무역적자가 커진 것은 수년간의 흐름"이라며 "예컨대 2013년엔 600억 달러 이상 흑자였지만 대략 보면 2년 주기로 흑자폭이 200억 달러씩 줄었다"고 밝혔다.

특히 지금은 반도체 경기가 안 좋기 때문에 대중국 적자가 더욱 두드러진다. 반도체 값이 뛰면 상황이 호전될 수 있겠지만, 중국과의 교역에서 큰 돈을 벌 수 있었던 시기는 지났다.

사실 그나마도 대중국 흑자가 유지됐던 이유 역시 반도체 때문이었다. 중국이 반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경기 부진은 한국의 중국 수출 부진을 더욱 부풀릴 수 밖에 없다.

추 부총리도 "경기가 좋을 때 반도체 착시를 감안해야 하는 것처럼, 안 좋을 때도 반도체와 IT가 주는 착시를 감안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초 이후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295억달러에 달한다.

이달엔 20일까지 수출이 16.1%, 수입이 15.3% 줄어 43억달러 적자다. 수출은 전년비 승용차가 55%나 늘었으나 반도체는 36% 감소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은 소폭(2.0%) 축소됐지만, 중국에 대한 수출은 23.4% 감소했다. 중국 수출액이 68억달러였지만 수입액은 80억달러에 이른다.

한은 총재도..'이미 중국서 재미 보던 시대 끝났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진단도 비슷하다.

이 총재는 '중국 특수 종언'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에서 "10여년간 중국 특수 혜택이 지금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다시 한번 경쟁력을 강화할 때"라고 했다.

중국이 제품 경쟁력을 높이고 내수 위주의 시장을 꾸리면서 중국과의 교역에서 재미를 보던 다른 나라 역시 한국과 비슷한 문제을 안고 있다.

한은 총재는 "중국에 대한 수출 부진은 우리만의 현상이 아니다. 베트남·일본·대만 등의 공통적 현상"이라고 밝혔다.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은 기술력을 강화해 자체 시장에서 돌릴 수 있는 버퍼가 크다. 이런 점 때문에 중국에 의존도가 큰 나라들은 최근 타격 역시 크게 받고 있다.

이런 점은 중국 경제가 개선되더라도 한국이 과거처럼 큰 반사익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큰 돈을 버는 게 어려워지면서 내수가 급한 한국 당국자들은 자꾸 중국 관광객 쪽을 쳐다보기도 한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에 오는 중국 관광객이 15% 정도 회복됐다. 하지만 중국 자체 회복이 내수중심으로 나타나 예상만큼 한국에 긍정적인 영향은 안 나타난다"고 했다.

■ 가장 중대한 문제는...한국의 '상대적' 기술력 저하와 경쟁력 약화

22일 전경련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수출 경쟁력 열위 품목은 10년래 최다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경련은 한국의 10대 수출품목 중 경쟁력이 강화된 품목은 3개뿐이었고 7개는 경쟁력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작년 10월 이후 수출 역성장의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시장에서 경쟁열위에 있는 교역 품목이 최근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우려했다.

이 결과는 전경련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수출 품목의 무역특화지수 분석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무역특화지수(Trade Specialization Index, TSI)는 특정 상품의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나타내는 지수다. 지수가 0에서 –100으로 갈수록 수입특화의 정도가 높고, 0에서 +100으로 갈수록 수출특화의 정도가 높아짐을 의미한다. 즉 100에 가까울수록 경쟁력이 높다.

한국이 수출에서 경쟁우위를 가진 수출특화 품목 수는 감소세인 반면, 경쟁열위를 가진 수입특화 품목 수는 증가세다. 2013년 수입특화 품목은 전체 1,216개 교역품목 중 815개였으나 2022년에는 1,221개 중 846개로 31개 늘어나 분석기간 중 최고치였다. 반대로 수출특화 품목은 같은기간 401개에서 375개로 26개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을 기점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2019년 대비 수입특화 품목이 19개 급증하고 수출특화 품목은 18개 급감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체 교역품목 중 수입특화 품목의 비중은 2019년 67.7%에서 2022년 69.3%로 1.6%p 증가했다.

전경련은 "특정 품목에 대한 집중도가 높은 한국 수출구조의 특성상 과거에는 수입특화 품목이 수출특화 상태에 있는 품목보다 많아도 수출실적이 양호할 수 있었지만, 최근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세가 심화된 것은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향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석했다.

■ 한국 10대 품목 비교우위 점점 악화

한국의 수출 상위 10대 품목 경쟁력 변화를 보면, 우선 수입특화 품목은 ▲ 석유 등 광물성연료(무역특화지수 △53.9) 1개뿐이었지만, ▲ 광학‧정밀‧의료기기의 무역특화지수가 2021년부터 양수(+)에서 음수(-)로 전환됐다. 즉 수입특화 품목이 2개로 늘어난 것이다.

나머지 8개 품목의 경우 세계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절반이 넘는 5개 품목에서 무역특화지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교우위의 정도가 약해진 것이어서 이 흐름을 되돌리지 못하면 '수출 국가' 한국은 구조적인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8개 품목의 경쟁력을 살펴보면 ▲ 반도체 등 전기기기(13년 30.4→22년 23.0), ▲ 기계(11.1→3.3), ▲ 자동차(74.8→55.5), ▲ 선박(91.0→77.1), ▲ 유기화학품(26.7→21.1)의 5개 품목에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다.

무역특화지수가 증가하면서 경쟁력이 강화된 품목은 ▲ 플라스틱(49.2→49.7), ▲ 철강(4.5→19.5), ▲ 철강제품(13.5→23.7) 3개에 그쳤다.

■ 중국과의 경쟁력만 보면 '더 심각'

특히 수입특화 품목의 증가세는 우리 수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중국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대중교역에서 무역특화지수가 음수(-)인 수입특화 품목은 2013년 전체 1,168개 중 773개로 60%대(66.2%)였으나, 2022년에는 1,185개 중 918개로 증가했다. 이는 한국의 대중 수출품목 10개 중 7개 이상(77.5%)에서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역특화지수가 양수(+)인 수출특화 품목은 이 기간 395개에서 267개로 감소(△128개)하면서 전체 교역품목 대비 비중도 33.8%에서 22.5%로 10.0%p 넘게 급감했다.

대중 수출 품목별 무역특화지수는 상위 10대 중 9개 품목에서 경쟁력이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 비중이 가장 큰 ▲ 반도체 등 전기기기(13년 29.3→22년 12.8)를 비롯해 ▲ 광학‧정밀‧의료기기(71.9→31.7), ▲ 유기화학품(70.7→28.2)의 무역특화지수가 절반 미만으로 감소했고 ▲ 플라스틱(70.8→43.0), ▲ 석유 등 광물성연료(73.8→64.7) 등 품목도 경쟁력이 약화됐다.

이 밖에 ▲ 기계(20.2→△17.4) 및 ▲ 자동차(63.3→△41.7)는 양수(+)였던 무역특화지수가 음수(-)로 반전되면서 수출특화에서 수입특화로 전환됐고 ▲ 철강(△29.9→△30.5)과 ▲ 무기화학품(△38.2→△38.5)은 수입특화가 심화됐다.

무역특화지수가 증가하면서 비교우위가 강화된 품목은 ▲ 정유‧화장품(69.1→91.8)이 유일했다.

전경련은 "세계 수입시장의 수요가 큰 첨단제품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의약품(무역특화지수 △71.8), 항공기․우주선(△60.5), 터보제트주(△54.9), 반도체 제조용 기기(△42.6) 등은 글로벌 100대 수입 수요품이면서 첨단기술이 필요한 품목이지만, 한국은 이들 품목에 대해 무역특화지수가 마이너스(-)로 수입특화 상태에 놓여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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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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