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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전기요금 인상 뒤...물가와 한전채, 그리고 재정준칙과 정책금리의 문제

  • 입력 2023-05-16 14:2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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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정부가 전기요금을 kWh당 8원, 가스요금은 MJ당 1.04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한전은 적자 보전을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13.1원/kwh(연료비 상승분 11.4원/kwh + 기후환경요금 1.7원/kwh)의 전기료를 인상한 데 이어 이번엔 5.3% 올린 것이다.

연초 전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1분기에도 총 6.2조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37.2조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올해 인상에도 불구하고 역시 큰 폭의 1분기 적자가 난 것이다.

■ 뒤늦은 전기요금 인상...물가 둔화 압력 제어

정부가 요금을 올리기 어려웠던 이유는 서민 부담과 함께 물가 상승 압력이 작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초 3월말 전기요금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었지만, 이를 미루다가 전날 인상을 발표한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정부는 난방수요가 높아 1월 인상을 미뤘던 가스요금도 이번에 인상했다. 금융시장 일각에선 두 항목의 인상이 물가에 미칠 영향력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내려왔으며, 당분간 3%를 향해 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전기, 가스 요금으로 물가가 일정 부분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이 물가상승률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5~12월 +0.64%p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내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지역 난방비 포함) 비중은 각각 1.55%와 1.41%를 차지하고 있어 올해 남은 기간인 5~12월까지의 평균 물가 내 증가율은 각각 25.8% 및 16.9%(지역난방비 22.05%)로 계산된다고 했다.

각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경우 5~12월까지 물가에 직접적으로 주는 영향은 전기료가 0.40%p, 도시가스는 0.21%p(지역 난방 0.03%p)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23년 전체로 보면 전기 및 가스 요금 인상이 물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0.73%p(전기 요금은 0.41%p, 도시가스는 0.29%p, 지역 난방비 0.04%p)이며 간접적인 영향까지 고려할 경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 상승률을 3.5%로 예상하고 있다.

전기요금은 이번 인상 후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으며, 하반기에도 버스요금 인상 등이 예비돼 있다.

한국은행의 한 직원은 "조사국 물가 전망에 나름의 공공요금 인상 추정치가 담겨 있을 테지만, 공공요금 정상화 등이 물가 둔화 속도를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 한전 수익구조 개선과 에너지값 하향 안정 흐름...한전채 발행 우려 축소

지난해 대규모의 한전채가 발행되면서 채권시장에 수급 부담이 작용한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향후 채권발행 압력은 감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영업손실이 이어진다면 이를 메우기 위한 발행은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우선 올해 1분기 한전의 원화채권 발행액과 순발행액은 각각 8.01조원, 7.08조원이었다. 역대 1분기 기준으로는 가장 많았다.

한전 영역이익은 2021년 1분기 적자로 전환한 뒤 그해 한전채의 순발행액은 6.1조원으로 늘어났다. 이후 대대적인 적자가 쌓이면서 작년엔 순발행 규모가 27.1조원으로 급증한 바 있다.

향후 발행규모는 여전히 에너지 가격 흐름을 봐야 한다. 일단 최근엔 에너지 가격 안정 흐름 속에 한전채 발행은 축소되고 있다.

일단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전력 판매단가가 올라가는 상황에서 연초 이후 천연가스 하향 안정 흐름 등은 발행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임영주 KB증권 연구원은 "가스값 안정으로 가중평균 SMP(계통한계가격)도 하락하고 있어 한전의 영업손실의 폭은 조금씩 축소될 것"이라며 "한전은 22년 11월에 월간 기준으로 4.03조원의 채권을 발행한 이후 발행액을 계속해서 축소해 나가고 있다. 이달엔 15일까지 발행액이 4,7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줄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후 분기 기준으로 한전채의 발행액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공사채 시장에서 한전채로 인한 수급 부담은 다소 완화될 것"이라며 "한전과 공사채 AAA 간 스프레드도 점진적으로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게 봐선 원전 가동 등 원가개선 요인도 있는 가운데 상황은 점차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보인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SMP가 140원/kWh대로 하락하면서 원가 구조가 개선이 되고 있다. 다만 21~22년의 순적자 29.6조원, 이 기간 연결 순차입금 47.8조원을 치유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한전의 자구책을 통한 비용 개선, 글로벌 원자재 가격 안정, 신규 원전 가동 등 원가개선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전의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개선에 무게를 두면서 현재 1만8천원대인 한전 주가의 타겟을 2만 8천원으로 제시했다.

■ 야권과 야권지지 시민단체, 전기요금 인상 비판 넘어 '재정준칙 반대'로

정부의 전날 전기세 인상 후 야권과 친야권 성향 시민단체들은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국가와 공기업 재정건전성에 지나치게 집착해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서민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태년 의원은 16일 "어제 정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안은 물가상승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국민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1,019조원이 넘고 소비 둔화가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바우처 지급, 요금할인 등 실질적인 지원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고용진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초부자, 특권층 지원정책 마련은 적극적이면서 민생과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책에는 상당히 인색하다"고 비난했다.

국가가 '재정건전성'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여기면서 상황을 호도하고 있다는 주장들도 나온다. 야권을 지지하는 시민단체들은 요금 인상과 함께 정부가 내세우는 '재정건전성' 기조를 비판했다.

이날 참여연대와 경실련, 민주노총, 조세재정개혁센터, 정의당은 '재정준칙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선진국 국가채무비율은 120%인데 반해 한국은 50%로 매우 양호하다"면서 재정준칙을 반대했다.

이들은 "재정준칙은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부자감세와 결합해 복지와 사회서비스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반대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은 관리재정수지를 3% 이내로 관리하고 부채비율이 60% 이상일 때는 적자폭을 2%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가 이 사안을 심사 중에 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의 경제통도 재정준칙 반대론자들과 동일한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미래에셋대우 사장을 지낸 홍성국 의원은 "그리스가 GDP 대비 재정적자가 180% 정도 된다. 우리는 50%도 된다. 이런 나라조차도 '민생을 살리고 보자, 일단 사는 게 핵심이다'라는 차원에서 장기간에 걸쳐서 에너지지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면서 한국은 너무 인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재정준칙을 통과시켜 재정을 어떻게 하면 안 쓸까만 머리 쓰고 있다"면서 "(재정정책을 통해 민생을 지원하는) 글로벌 추세를 제발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야당과 야권 성향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돈을 더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까지 추경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부분은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논란이 될 수 있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지금까지는 추경에 대해 부정적인 정부 때문에 채권 물량 문제를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지만, 세수가 여의치 않다. 공공요금 정상화 등에 대한 주변의 불만도 커 결국 파퓰리즘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공공요금 정상화의 금리인하 제어 가능성은...채권시장 내 부딪히는 관점

채권시장에선 정부의 공공요금 정상화가 물가 둔화를 제어해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지 여부를 두고 견해 차이가 엿보인다.

B 증권사 딜러는 "전기, 가스 요금을 올렸고 공공요금이 인상돼 물가 둔화 흐름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주장 자체는 당연히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 딜러는 "환율도 오르고 있어 일단 물가가 급격하게 더 떨어지긴 어려운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최근 헤드라인 CPI가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향후 물가 하락 흐름이 둔화돼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치는 낮춰야 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미 물가가 다방면에서 둔화 압력을 받고 있는 데다 하반기엔 경기 둔화 영향이 크게 작용할 수 밖에 없어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C 증권사 딜러는 "전기, 가스 요금으로 인한 물가 하락 둔화로 금리를 못 내린다는 주장은 좀 말이 안되는 것 같다"며 "그런 주장을 펴는 사람은 공공요금 영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금리 인하와 물가의 상관관계 역시 떨어지는 국면에 진입했다. 경기가 점점 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어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서 별 요인이 안 된다고 본다. 지난해 같으면 설득력이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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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2일 한전이 소개한 1분기 실적과 향후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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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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