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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박주민의 몰염치와 빌라왕 사태

  • 입력 2023-04-24 13:4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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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박주민 의원 페이스북

출처: 박주민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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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세사기를 문제삼는 글을 올렸다.

이른바 빌라왕 사태로 아타까운 젊은 목숨들이 하늘로 간 일이 벌어지는 등 전세값 하락 여파가 사회문제가 되자, 늘 약자의 편에 서 있는(?) 박 의원이 나섰다.

하지만 문제를 키우는 데 혁혁한 공헌을 한 장본인이 이를 문제 삼고 다시금 약자를 위한다는 코스프레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20년 임대3법을 발의하고 시행을 주도한 인물이 전세사기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 박주민, "진짜 피해대책 만들겠다"

박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세사기는 사회적 재난"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올해만 세 분의 피해자 분들이 세상을 등질 정도로 전세사기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재난"이라며 "게다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필요한건 지금 당장의 구제방안인데 정부는 더디기만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한 대책들 뿐이라고 폄하했다.

그는 "피해자분들이 언제까지 정부만 믿고 기다릴 순 없다"며 "신속한 구제방안 마련과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진짜' 피해대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박 의원의 '약자를 위한 정치인'이라는 포장된 이미지는 이미 많이 망가진 상태다.

■ 그가 잘못 만든 법이 전세사기 사태의 큰 기반

2020년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전·월세 상한제(5%), 계약갱신청구권 등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 무모한 실험을 반대했다.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은 좋으나 실질적 효과는 약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의원은 '한사코' 이 법이 서민을 위한 법이라면서 밀어붙였다.

그런데 일단 이런 '좋은 법'을 만든 사람이 이상하게도 위선자처럼 행동했다.

'집주인' 박 의원은 2021년 7월 3일 서울 중구 신당동 84.95㎡ 아파트를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에 계약했다. 기존 임대료는 보증금 3억원, 월세 100만원이었다.

당시 전·월세 전환율(4%)로 환산할 경우 임대료를 9% 넘게 올려받은 셈이었다. 2019년 9월 시행령 개정으로 하향 조정된 전·월세 전환율(2.5%)을 기준으로 하면 인상폭은 무려 27%대에 달했다.

'약자를 위한 법'을 만든 선량이 약자에게 피해주는 행동을 한 뒤, 다시 약자를 위한다는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 '모지리'들이 잘못 만든 정책...전셋값 하락시 재앙 예고했던 게 진실

2020년 7월말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2법을 도입된 데 이어 2021년 6월부터는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돼 임대3법이 완성됐다.

2020년 정부와 여당은 보증금을 5% 이내로 제한하는 동시에 계약갱신청구권까지 세입자에게 부여하면 임차인의 생활이 훨씬 안정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임대 관련 법들은 2020년 하반기 전세 공급 물량을 줄여 전세값과 매매값을 한 단계 더 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20년 하반기 하루가 다르게 전셋값이 뛰고 이를 피해 매수세가 서울 변두리로 몰리자 서울과 경기 접경지역 아파트값이 폭등하기도 했다.

당시 잘못된 제도로 전세가격은 2중, 3중으로 형성되는 등 시장 가격변수들이 왜곡됐다. 하지만 정부는 '기존' 임차인들의 걱정이 줄었다면서 자화자찬했다.

■ 빌라왕 사태, 진행중인 한국의 사회문제

작년 하반기 깡통주택을 수백채, 많은 경우 수천채 보유한 임대인들이 한국 사회를 좀먹는 '악덕 사기꾼'으로 회자되기 시작했다.

보증금만 챙기고 튄 조직적인 범죄행위의 마각(馬脚)도 드러났다.

최근 임차인 사망으로 다시 문제가 된 인천 미추홀구에서 3천채 가까이 보유한 빌라왕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수백세대, 수백억대 피해가 회자되고 있다.

이런 일은 전국 단위에서 일어났으며, 정확한 진상 파악마저 만만치 않다. 아울러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사들마저 궁지로 몰아놓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작년 말 악성 임대인 30명이 세입자에게 돌려주지 않은 전세 보증금이 11월 기준 7천억원이 훨씬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HUG는 이미 21년, 22년 대위변제액이 각각 5천억원, 9천억원 이상으로 1조 5천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 들어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줄줄이 발생하고 있다.

전세 사기꾼들은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기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계약을 하도록 했다. 아파트처럼 정형화된 물건이 아닌 빌라의 경우 가격발견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세가격이 하락할 경우 집주인을 돈을 꿔서 보증금을 돌려주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셋값이 하락기에 접어들고 집주인이 부채인 보증금을 변제하지 못하면 결국 경매로 넘어가고 만다.

전세 만기시 새로운 세입자를 맞춰 놓고 모자라는 돈은 집주인이 벌충해야 한다. 하지만 '전세 롤오버'조차 쉽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전세사기 여파에 대한 두려움으로 집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일어나 전세 보증사고가 크게 늘어났다.

제도 역시 취약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지역별로 다른 최우선변제 대상 금액 이상의 전셋집에 거주하는 세입자의 경우 한푼도 못 건질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아무튼 전셋값 급락은 소위 빌라왕뿐만 아니라 무주택자에게 거주수단을 공급하던 선량한 빌라 임대업자에게도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 전셋값 하락과 금리의 위협

가난한 세입자들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세를 얻는다. 부모가 부자가 아닌 이상 젊은이들도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 거처를 구해야 한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고 집주인이 부채(보증금)를 갚지 못하면 애꿎은 세입자들의 피해는 커진다.

금리가 올라 세입자들은 신불자로 전락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불과 몇년전만 해도 전세대출이 2%대였으나 이제 높아진 이자를 내면서 버티어야 했다. 이런 구도에 적응하지 못하면 신불자가 될 수 있다.

세입자들이 이런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HUG의 보증에 가입하기도 했지만, 돈을 바로 돌려 받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HUG는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뒤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해야 한다. 하지만 집주인이 튄 경우, 사망한 경우 등이 있어서 세입자에게 제 때 돈을 돌려주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보증보험으로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선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해야 하지만, 집주인이 사망한 경우 등은 뚜렷한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빌라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이런 경우는 사고가 터지면 해결책이 막막하다.

■ 피라미드 영업의 위험성...집값 떨어질 때의 위험은 이미 예견

악덕 집주인들의 경우 일단 높은 가격에 세입자가 들어오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모인 세입자의 돈은 또 다른 빌라를 사들이는 데 이용된다.

빌라 시세의 불명확성을 이용해 높은 가격에 전세계약을 체결하고는 그 돈을 이용해 단기간에 대량으로 집을 매집한다.

특히 신축 빌라의 경우 제대로된 시세를 찾기 어려워서 일부 악덕 빌라업자들이 이익 극대화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런 방식은 집값이 주구장창 오를 때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지만, 집값이 급락할 때는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부터 회자된 소위 빌라왕 사태는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지금 사태는 2020년 하반기 임대3법이 시작된 후 2년이 지난 시절부터 문제가 보다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 '빌라사태'는 최근 수년간 집값 폭등의 반작용

사실 2년전, 3년전 지금의 빌라왕 사태와 같은 일을 예견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폭등한 집값이 하락으로 전환할 때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전세사기 등은 과거에도 집값 하락시 늘 일어나던 문제였다.

지난 2021년까지 집값이 폭등한 뒤 사람들은 불안감 때문에 집을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혼란스런 분위기와 아파트 임대사업자 폐지 등으로 빌라에 대한 무자본 갭투자와 같은 위험한 거래가 횡횡했다.

세입자는 은행에 돈을 빌렸고 집 주인은 그 돈으로 또 집을 사서 세를 놓았다. 이 과정이 무한에 가깝게 반복될 경우 집값이 조금만 빠져도 위험해진다. 결국 이런 식의 레버리지 투자는 집값 하락시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다.

빌라의 경우 전셋값이 집값을 웃도는 경우가 많아 이론적으로는 돈 한푼없이 무한대로 집을 늘려서 돈을 벌 수 있었다. 물론 부동산이 하락할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가 공권력이 찾아낸 작년 7월 말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이뤄진 전국 전세사기 특별 단속 결과 피해자는 1,705명, 피해 금액은 3099억원으로 나타난다. 실제 피해 금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HUG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 규모는 모두 7,974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가장 컸다. 지난해 4분기(2393억원)의 3배가 넘었다.

보증사고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뒤 전세 계약 해지나 종료 후 1개월 안에 세입자가 보증금을 되돌려받지 못한 경우와 전세 계약기간 중 경·공매가 이뤄진 뒤 보증금을 받지 못한 경우에 해당된다.

■ 무능한 자, 위선자의 달콤한 말은 독약

우리는 사람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한국의 수많은 정치인, 그리고 소위 사회지도층이라고 하는 자들은 양의 탈을 쓴 위선자인 경우가 많다. 일반인 평균에도 못 미치는 지적 능력의 소유자인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런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권력, 그리고 정책을 만들 수 있는 힘이 쥐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사탕발림으로 약자를 위한다는 코스프레를 하고, 그 코스프레가 통하면 사회는 위험해진다.

필자의 주변엔 한 때 '사람 좋은 정치인'으로 통했던 박주민 의원의 뻔뻔한 행동에 화가 치미는 사람도 있다. 한 때 박 의원의 팬이었던 지인이었던 말했다.

"경제학을 무시하는 경제정책을 내세우는 사람을 조심해야 합니다. 경제학 자체가 좋은 사람 코스프레하는 사람은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죠."

그는 박 의원을 기본적인 수급 원리를 무시하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의 집값 2차 급등(2020~2021년)의 불쏘시개를 만든 장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 그와 같은 '사람 좋은 정치인'을 더욱 두려하게 됐다고 했다.

"최근 빌라왕 사태의 토대를 깐 주요 인사인 박주민 의원 같은 사람이 다시 없는 사람을 위하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면서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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