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3-29 (금)

(장태민 칼럼) 둘 나가고 둘 들어오는 금통위

  • 입력 2023-04-05 14:2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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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차기 금통위원 후보로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박춘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추천됐다.

장 후보는 한은 총재 추천, 박 후보는 금융위원장 추천이다.

두 사람은 곧 임기가 끝나는 박기영·주상영 위원의 후임이다. 박·주 위원은 다음주 금통위까지 치러낸 뒤 오는 20일 퇴임한다.

■ 비둘기파 1명, 대세에 묻어가던 1명 퇴임

7인의 금통위원 중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주상영 위원은 금통위 내에서 가장 도비시한 인물이다.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에서 가장 많은 반대표를 던진 위원이었다. 2021년 8월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때부터 반대해 금통위 내에서 가장 강력한 비둘기파로 입지를 구축했다.

최근 주 위원의 퇴임을 앞두고 비둘기파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성환 위원이 주 위원의 뒤를 이어 비둘기파로서 입지를 다졌다.

신 위원은 작년 10월 금통위가 7월에 이은 두 번째 빅스텝을 밟을 때 주상영 위원과 함께 25bp만 올리자는 목소리를 냈다.

도비시한 통화정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현재 금통위원 7명 중 신 위원 임기가 2026년 5월까지로 임기가 가장 많이 남았다는 점이 위안이 될 수 있다.

금통위 구성을 보면, 우선 이창용 총재와 이승헌 부총재는 당연직 금통위원으로서 한은의 전체 분위기를 대변한다.

주상영, 신성환 위원은 비둘기 쪽에서 목소리를 내왔다. 서영경 위원, 그리고 최근 조윤제 위원은 매파 쪽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다.

서 위원과 조 위원은 내년 4월까지 임기가 1년 남아 있어 앞으로 금리 인하를 늦추는 데 있어서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이번에 임기가 만료되는 또다른 사람인 박기영 금통위원은 '분위기에 묻어가는' 스타일이었다. 박기영 위원은 언제나 금통위 금리 결정에 토를 다는 법이 없었다. 그는 대세에 따르는 평균 지향적인 인물이었다.

■ 새로운 얼굴들

금통위원은 정부와 인연이 있어야 갈 수 있는 자리로 인식된다.

각 기관 추천제도는 사실상 형식적 절차일 뿐 실제로는 대통령실의 의지가 중요하다.

한국에서 금통위원으로 오는 사람들은 통상 정권의 인수위나 국민경제자문회의 등에서 권력자들과 연을 쌓은 뒤 자리를 받는다.

이번에 한은 총재 추천으로 금통위원 후보가 된 장용성 교수는 과거 김중수 총재처럼 노동(고용)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경제학자다.

장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 분과장으로 발을 걸친 뒤 금통위원이 된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선 정권이 바뀐 뒤 금통위원이 되는 사람들은 도비시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곤 했다. 이는 어떤 정부든 그 속성상 금리 인상보다 경기 부양을 도와줄 사람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장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한국의 물가가 과소평가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논문에서 공공요금을 억압함으로써 물가지표가 현실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 또 자가주거비가 물가에 반영되지 않는 점을 문제 삼은 바 있다.

장 교수는 2021년 다산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오랜기간 공부를 한 사람으로 미국 리치먼드연방은행에서 연구하기도 했다.

한은 총재가 추천한 위원은 금통위 내에서 상대적으로 매파적인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보다 더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총재의 의중을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은파(총재, 부총재, 총재 추천 금통위원)는 금통위 내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가진 파벌로 인식되기도 한다.

금융위원장 추천인 박춘섭 후보는 기획예산처, 기재부 출신으로 예산통이다.

지난 2012년 정해방 금통위원이 취임한 이후 10년 남짓만에 기재부 예산통이 금통위원이 되는 셈이다.

역사적으로 기재부 출신들은 상대적으로 도비시한 성향을 띄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금융위원장을 지낸 고승범 전 금통위원처럼 정부 관료 출신 답지 않게 매파적인 인물도 있었다.

■ 신입생 바이어스 확인까지는 시간 걸려

금통위원들은 주변에서 자신을 '특정 성향'으로 평가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이들은 또 특정 방향으로의 치우침 없이 국가 경제를 위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다짐한다.

하지만 사람인 이상 일정 부분 매, 혹은 비둘기 속성을 가진다. 다만 신입생의 바이어스를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튀지 않고 묻어가는 스타일이라면 시대의 분위기도 상당히 중요하다. 신참 금통위원들이 특별한 신념이나 고집을 갖고 있지 않다면,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거의 끝났다는 지금의 분위기가 이들의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1명의 비둘기파 금통위원, 그리고 또 1명의 묻어가는 스타일 금통위원이 퇴임하는 가운데 금리인상기 끝자락에서 새 얼굴 2명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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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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