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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해외여행 진심인 한국인들...골치아픈 내수활성화

  • 입력 2023-03-29 15:4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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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정부가 29일 관계부처합동으로 '내수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내용의 상당 부분은 국내 관광을 촉진하는 데에 맞춰져 있다.

국내 관광이 활성화되면 숙박, 음식 등 대면서비스업들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의 진심은 국내여행보다 해외여행에 있다.

코로나로 닫혔던 빗장이 풀렸지만, 한국인들이 밖으로 나가는 것 만큼 외국인이 국내에 들어오지는 않는 것이다.

■ 코로나 빗장 해제 후 다시 여행은 '해외로'...해외여행 급증과 국내여행 위축

코로나 빗장이 풀린 뒤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수요는 크게 늘어났다.

외국으로 나가려는 욕구가 커지자 국내여행은 오히려 위축됐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월 항공여행객수를 100으로 놓으면, 국제 항공여행객수는 작년 1월 5에 불과했으나 올해 1월엔 58로 뛰었다.

이 데이터만 보면 올해 연초에 거의 해외여행이 대략 평년의 60%를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항공여행객수는 2022년 1월 123에서 올해 1월엔 104로 오히려 위축됐다.

코로나로 해외에 나갈 수 없게 되자 사람들은 국내 여행에서 위안을 찾았다. 여행 측면에선 오히려 코로나가 기여한 바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로 나가는 길이 열리면서 국내 항공여행은 위축된 것이다.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은 상당한 대체재 성격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웬만하면 해외 여행을 선호했다.

■ 해외여행 선호하는 한국인...늘어나는 서비스 적자 규모

해외여행 재개는 서비스적자를 키워 경상수지 적자를 부풀리는 역할도 했다.

한국인이 나가는 것 만큼 외국인이 한국 여행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해외여행이 국내여행을 상당부분 대체해 버리자 경상수지도 악영향을 받는 것이다.

서비스수지 적자는 작년 1분기 5.7억달러, 2분기 3.6억달러를 기록했으나 3분기와 4분기엔 각각 23.4억달러, 22.8억달러로 급증했다.

그러더니 올해 들어선 1월에만 32.7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안 그래도 재화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인들의 억눌린 해외여행 욕구가 분출하자 서비스수지가 흔들렸다.

결국 현실적으로 한국 입장에선 여행수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방역조치를 완화한 중국인 관광객, 한-일 관계 개선에 따른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나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이날 "제도개선을 통한 입국·이동편의 제고, 국내 즐길거리 확대 등 외국인의 국내방문 유인책을 강화해 외국관광객 1천만 명을 유치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또 "외교적 노력을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일본·동남아 등 국제항공 노선을 조속히 회복해 지방공항 활성화 등 관광객 유치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 결국 어쩔 수 없는 '중국인 모시기'

하지만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한국인의 여행 패턴 등을 감안할 때 수지 측면에서 이익을 거두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올 수 밖에 없다.

한 여행 애호가는 "항공편 증가는 예컨대 한국인의 일본 소도시 여행 증가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결국 여행수지 측면에서 가장 큰 고객은 중국인들이다.

국내 당국자들도 한국경제의 어려움에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났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과거 중국의 1% 성장시 우리가 0.2~0.25% 정도 효과를 봤는데, 지금은 효과가 절반 정도로 줄었다"면서 "여행객 수가 더 늘어나면 좀더 파저티브하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 경상수지 적자 수준은 절대규모 측면에서 사상 최대였다.

통관기준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데다 서비스수지는 해외 출국자가 큰 폭 늘어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다. 올해 1월 여행수지 적자는 15억달러에 달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손님이 늘어날수록 경상수지는 개선되고 내수도 도움을 받는다.

일단 연초의 부진이 다소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중국이 코로나 규제를 푼 데 따른 것이다.

이달 10일 국제수지설명회에서 김화용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1월엔 여행수지 마이너스 폭이 컸지만 2월부터 중국인 입국자 수가 거의 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3월 중반 이후부터는 중국인 입국자수가 굉장히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기본적으로 한국은 출국자가 입국자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에 여행수지가 흑자가 나기 쉽지 않다. 그리고 당장 현실적으로 여행 적자를 메워줄 수 있는 주체는 중국인 외엔 잘 보이지 않는다.

■ 정부의 답답한 속내..."한국인 여러분 제발 한국 여행을"

이날 정부는 각 지역의 행사를 소개하면서 국내 여행을 독려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더디게 회복 중이어서 여전히 '자국관광'이 필요하지만 한국인들이 해외로 나가버리기 때문이다.

내수는 회복에 도움을 줄 우군을 해외에 빼앗기고 있다.

관광·숙박·음식 등 대면서비스업의 경우 코로나 기간 누적된 피해로 여전히 위기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방한 관광객수는 코로나 이전 대비 3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외국인의 국내소비 회복도 더디다. 위기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친다.

월평균 방한 관광객수는 2019년 144만명, 2020년 21만명, 2021년 8만명이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늘었으나 올해 1월 43만명에 그치는 등 여전히 평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대면서비스업에 주로 종사하는 소상공인 및 지역상권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어려움이 지속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민관협력 기반의 릴레이식 관광·내수 붐업 패키지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내국인과 외국인의 관광·소비 활성화 지원 등으로 내수 활력과 경상수지 개선을 도모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각종 이벤트들도 소개했다.

정부는 "‘내나라 여행 박람회(10만명 참석 예상)’, ‘드림콘서트(4.5만명 참석 예상)’ 등 50여개 메가 이벤트를 연달아 개최해 코로나 이후 3년만에 재개하는 국내관광 활성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백화점·대형마트·패션·가전 등 다양한 업계에서 전방위적 대규모 민간 할인행사도 추진한다"고 알렸다.

정부는 또 "최대 600억원의 효율적 재정지원을 통해 내수붐업을 뒷받침한다. 일반국민 134만명에게 1인당 숙박비 3만원, 놀이시설 1만원 등 필수 여행비 할인을 제공하고 중소·중견기업 근로자, 소상공인 등 최대 19만명에게 휴가비 10만원씩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도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내수활성화를 위해 총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한국경제의 특성과 여행 인프라 부족 등을 감안할 때 내수 위주의 경기 회복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 십수년간 내수를 통한 경기활성화를 부르짖었지만 원하는 성과를 얻은 적은 없었다. 수출 부진 속에 내수를 통한 경기 활로를 모색해 보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현실적으로 천수답처럼 내수 역시 상당부분 중국인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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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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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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