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19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CPI가 힘 실어준 연준 25bp 인상...한국은행은?

  • 입력 2023-03-15 11:1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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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서비스 물가가 스티키(Sticky)한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금 하방 경직성을 알려줬다.

미국의 2월 CPI는 예상에서 그다지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근원물가가 예상을 약간 웃도는 등 물가가 빠르게 내려오지도 않았다.

2월 근원 CPI는 전월대비 0.5% 올랐다. 이는 시장 예상치(+0.4%)를 상회하는 결과다. 전월에는 0.4% 상승한 바 있다.

전년비로는 예상 수준인 5.5% 상승해 1월(5.6%)보다 낮아졌다. 이는 2021년말 이후 최저 상승률이지만, 전월비로는 전달보다 높아진 것이다.

헤드라인 CPI는 전망대로 전월비 0.4% 상승해 전월(0.5%) 오름폭이 다소 축소됐다. 전년동월비로는 6.0% 올라 예상에 부합했다.

■ 미국 서비스 물가 둔화 만만치 않은 상황

미국의 2월 에너지 가격의 전월비 상승률은 -0.6%로 1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상품가격의 디스인플레이션도 2월들어 다시 진행됐다. 상품가격은 자동차, 의류 등의 높은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중고차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을 받았다.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고차 가격은 선행지표인 만하임 지수가 12월부터 반등하면서 2월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전월대비 하락폭이 확대되며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며 "다만 3월부터는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화 부문 물가 하방 압력은 더욱 약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원 서비스 가격은 1월 중 MoM +0.5%에서 2월 +0.6%로 올랐다. 주거서비스 상승세(YoY +8.1%, MoM +0.8%)가 확대되면서 이전과 동일하게 상승세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연구원은 "주거비는 임대료와의 12개월 시차를 감안하면 적어도 3월까지는 오름폭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주거비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 가격도 1월 MoM +0.4%에서 2월 +0.5%로 확대되면서 서비스 가격 전반적으로 물가 상방 리스크가 강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CPI에서 1/3 비중을 넘는 주거비가 전월비 0.8%나 올라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다수 현지 분석가들은 주택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주거비도 향후 하락할 것으로 본다.

전체적으로 물가 상승세는 둔화되고 있으나 그 속도가 빠르다고 보긴 쉽지 않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물가 둔화세를 주도하던 재화와 에너지 물가 둔화 만으로 물가가 내려오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알려줬다.

이 연구원은 "물가 둔화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수요 위축과 고용시장 악화에 따른 물가 하방 압력이 필요하다"면서 "2월 CPI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유효하고 연준이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지금은 통화긴축에 따른 시장 균열 조짐이 가시화된 상황이어서 25bp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연준 50bp 인상 가능성 눌러버린 SVB 사태...유동성 지원프로그램이 25bp 인상 뒷받침

일각에선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BV) 파산으로 연준의 금리 동결, 더 나아가 빠른 시일 내 인하까지 거론했지만, 일단 문제가 봉합되는 쪽으로 분위기는 흘러가고 있다.

특히 미국 금융당국이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흠집 난 곳을 막아 가던 길을 갈 수 있다. 다만 금융안정 문제가 중요해짐에 따라 금리인상 보폭을 줄일 필요성은 커졌다.

미국 금융당국은 예금자 보호, 은행 시스템에 대한 유동성 지원(BTFP) 등의 조치를 내놓으면서 사태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SVB 위기를 과장할 필요 없다는 진단들도 적지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해 유명해졌던, 영화 '빅숏'의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14일 "SVB발 금융위기는 진짜 위기가 아니다.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의 트윗을 통해 말했다.

헤지펀드 사이언자산운용 CEO인 버리는 "이번 사태에선 진짜 위험을 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무튼 일단 흠집 난 곳을 막았 놓은 상태에서 만만치 않은 물가 흐름을 확인했으니 '강도를 낮춘' 금리인상 기조 재개 가능성이 힘을 받았다.

CPI가 나온 뒤 25bp 인상 전망이 보다 힘을 얻은 상황이며, SBV 사태에 따라 '동결도 가능하다'는 진단은 후퇴했다.

■ 시장, 미국 25bp 인상은 한국 4월 동결로 해석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에서 멈추지 않고 더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던 이유는 연준의 빅스텝 가능성이 부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시 3월 FOMC의 빅스텝 가능성이 별로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CME 페드와치 등을 보면 연준이 3월과 5월에 25bp씩 올리지만, 곧바로 6월부터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강해졌다.

이런 구도에선 한은이 '스테이'하면서 지켜보는 게 가장 무난하다는 평가들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이번 FOMC 미국의 25bp 인상이면, 우리는 동결로 봐도 될 것 같다"며 "금리 추가 인상에 견딜 수 있는 체력은 한국이 더 취약한 상태"라고 밝혔다.

B 증권사 딜러도 "최근 한국 기준금리 3.75%, 4% 등의 얘기가 나왔던 이유는 3월 FOMC의 빅스텝, 미국 최종금리 6% 전망에 보조를 맞춘 결과였다"며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버렸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당연히 한국은 4월에도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봤다.

C 증권사 중개인은 "시장 금리 흐름을 감안할 때 미국은 동결에서 25bp 인상, 우리는 인하에서 동결로 옮아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 국내 금통위원들도 '인플레 둔화' 속도 주시

전날 장 마감 뒤엔 2월 금통위의사록이 공개됐다. 한은은 지난해 4월부터 매 금리결정회의에서 쉬지 않고 금리를 인상한 뒤 올해 2월 회의 때 처음 동결했다.

금리 동결 당시 시장에선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인식이 강했다. 당시 한은은 상황에 따라 한 차례 정도 더 인상을 할 수도 있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2월 23일 열렸던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우선 25bp 인상 소수의견을 냈던 조윤제 위원은 "25bp 인상이 경기에 다소 위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나 대외여건이 호전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고 그간 진행된 부동산시장의 위축 속도도 최근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여 연착륙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 위원은 "나아가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이 원활히 지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고 무엇보다 한국은행으로서 최우선시해야 할 물가안정의 진행 경로에 부수돼 있는 현재의 불확실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궁극적으로 인플레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낮추고, 이에 따른 추후 정책대응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물가와 환율 문제, 그리고 연초 금리를 올렸지만 시장금리가 하락한 점 등을 거론하면서 25bp를 더 올리자고 했다.

조윤제 위원이 가장 매파적으로 나왔던 가운데 금통위원들 사이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물가를 살피자는 의견이 강했다.

물가 상승률 하향 안정세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추가 인상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위원을 제외한 다른 3명의 위원이 이런 입장이어서 물가에 따른 추가 인상을 열어둘 필요성에 방점이 찍힌다.

비둘기 성향이 강한 나머지 두 위원 중 한 명은 "300bp 인상 뒤 추가인상은 편익이 매우 작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 사람은 "내외 금리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환율 관련 걱정이 지나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기준금리 3.75%까지 '열어둔다'는 의미는 반드시 그 곳까지 간다는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한국 역시 인플레 둔화 속도가 관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창용 한은 총재는 3월 CPI가 4.5% 이하로 더 둔화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미국의 빅스텝 등 긴축 기조 강화 흐름이 아니면 4월 회의에서 한은이 금리 인상을 하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미국에선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안정 문제가 불거진 상태다.

D 운용사 매니저는 "최근 금리 폭락 반작용으로 미국, 한국 모두 오늘(미국 14일) 금리가 급등했지만 강한 긴축 가능성은 없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CPI가 둔화에 한계를 보였지만 어찌됐든 시간이 흐르면서 물가는 잡힐 것으로 본다. 일단 미국의 강한 긴축에 제동에 걸린 만큼 앞으로는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밀리면 사자는 스탠스가 유효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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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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