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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 주변국들의 눈치보기, SVB 영향 점검하며 FOMC 전 나올 지표 대기

  • 입력 2023-03-14 15:2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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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당국이 실리콘밸리은행을 폐쇄한 뒤 직접 관련된 나라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SVB 관련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나라들은 미국의 조치를 보면서 빠르게 대응했다.

일단 미국은 지난 주말 재무부, 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나서서 예금자 보호와 긴급 유동성 지원책을 발표한 상태다.

미국은 13일부터 SVB와 시그너쳐 은행에 대해 모든 예금자들이 예금 전액을 찾을 수 있도록 FDIC가 보장하기로 하고 '은행기간자금지원 프로그램'(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BTFP는 연준이 모든 예금자의 인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적격담보조건으로 은행에 1년만기 대출을 공급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다. 재무부는 250억불 규모의 안정기금(Exchange Stabilization Fund)을 활용해 지역 연준을 지원한다.

■ SVB 지점 위치한 국가들, 발 빠르게 대응하며 위험 차단 나서

SVB 해외지점이 위치해 있는 나라들도 미국 움직임을 보면서 즉각 움직였다.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은 10일 SVB 영국 지사의 은행파산절차 신청을 발표했다.

이후 13일 HSBC가 영국 지사를 인수해 모든 은행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가동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재무부는 스타트업 기업에 대해 현금을 지원키로 했다.

캐나다에선 12일 금융감독원이 법무부에 해당 지사 청산 명령을 시사했다. 당장은 감독원이 지사 자산을 임시 관리하기로 했다.

나스닥에 많은 회사를 상장하기로 유명한 이스라엘은 11일 재무부 주도로 전담팀을 신설해 상황에 대응하는 중이다.

SBV는 작년말 기준 총자산이 2,090억불로 미국 은행중 16위에 해당한다. 이 은행은 캐나다·영국·독일·이스라엘·인도 등에 해외지점을 보유하고 있어 관련국들도 빠르게 대처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 한국은 국내 금융사·투자사 SBV 직접 연관성 적어...금융사 구조도 문제된 은행과 큰 차이

국내 금융당국은 은행과 투자기관들의 SVB 익스포져는 제한적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불안을 잠재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아침 비상회의에서 "국내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 및 4대 공적연금, KIC, 우정사업본부 등 투자기관 등의 관련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현 단계에서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총리는 또 "국내 금융기관은 자산·부채 구조가 실리콘밸리 은행과 상이하고 유동성이 양호해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내 벤처캐피탈과 스타트업 중에 SVB가 주거래 은행인 곳은 거의 없다. 사실상 국내엔 SVB와 같은 벤처전문 은행이 없어 직접 피해는 거의 없다.

아울러 한국 벤처나 스타트업 기업들은 미국의 스타트업과 달리 자금 조달을 상당부분 공적자금에 의존한다. 즉 대부분 기술보증기금과 모태펀드와 같은 정책금융에 의존하고 있다.

또 국내 금융권 재무구조 역시 미국 SVB와는 전혀 다르다.

국내는 총자산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은행 18%, 저축은행·여전사 10%여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유동성 비율 역시 전 은행이 100%를 넘고 저축은행, 여전사 등도 안정적이다.

반면 SVB의 경우 영업구조 자체가 통화 긴축에 취약한 상황이었다.

SVB는 거액 기업예금 위주로 자금을 조달(당초 예금자보호대상 아닌 예금 87.6%)한 데다 자산 대부분을 장기 유가증권(총자산의 56.7%)에 투자했다.

이에 따라 금리가 상승하자 예금조달비용은 늘어나는 반면 채권 평가손실이 크게 불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 인출이 급증하자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것이다.

국내의 경우 은행, 비은행 모두 자산부채 구조가 SVB와 크게 다르고 자본비율, 유동성 비율 등 건전성 지표나 수익성 지표 모두 '문제가 된' 미국 은행과는 다르다.

금융당국도 일단 이번 미국 SVB 사태와 관련해 지나친 우려는 경계하고 있다.

금감원은 전날 "국내 금융회사는 일시적 충격에 견딜 수 있는 상당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특히 국공채 보유 비중이 높은 일부 금융회사의 경우에도 듀레이션이 길지 않고 최근 금리 상승기에 투자된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이 채권평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미 반영돼 있어 추가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 SVB 사태 추이 예단하기 어려워...금융당국은 일단 대책에 만전

다만 각국은 미국발 위기 가능성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신하지 못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미국 역시 연준의 기준금리 50bp 인상 기대가 대폭 올라간 다음날 바로 SBV 관련 건이 터진 만큼 상황에 적극 대응했던 것이다.

이러다 보니 최근 70%에 달했던 연준의 기준금리 50bp 인상 가능성이 현재는 거의 없어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3월 FOMC 금리인상 확률과 관련해 금리선물시장은 50bp 인상에 대해 10일 40.2%를 반영했으나 다음 거래일인 13일엔 0%를 나타냈다. 25bp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10일 60%, 13일 61.3%를 반영했다. 동결 가능성은 10일 0%였으나 13일 38.7%로 반영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금융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어 국내 금융당국도 조심스럽다.

정부와 한은 등은 24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 안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해 놓은 상황이다.

추경호 부총리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 대응을 위한 연준의 고강도 금융긴축이 지속되면서 취약부문의 금융불안이 불거져 현 시점에서 이 사태의 여파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높은 경각심을 갖고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 FOMC 전 남은 지표들...'최근 금리 급락 되돌릴 수 있어' vs '이미 무게추 금융안정 쪽으로'

투자자들은 당장 FOMC 전 나올 지표들도 주시하고 있다.

우선 14일엔 2월 CPI가 발표된다. 1월 헤드라인이 전년비 6.4%로 완만하게 떨어진 가운데 이번엔 6% 내외가 예상되고 있다. 1월 0.5% 올랐던 전월비 상승률도 2월엔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 9월 6.6%를 고점으로 1월 5.6%까지 둔화된 근원 CPI 상승률도 조금 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5일엔 PPI가 나온다. PPI는 작년 6월 전년비 11.3%로 고점을 찍은 뒤 올해 1월엔 6.0%가지 둔화된 상태다. 이번에도 좀더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5일엔 소매판매도 발표된다. 1월 소매판매가 3.0%나 늘어 견조한 소비 상황을 어필했지만, 이번엔 상당폭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발표된 2월 고용지표가 예상을 웃돈 헤드라인 취업자수와 임금 상승률 둔화라는 특징을 보여준 가운데 16일 나올 주간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도 주목된다.

전주 나온 신청건수가 21.1만건으로 예상치를 상회해 '고용 악화 기대감'을 키웠던 가운데 다시 한번 어떤 수치가 나올지 주목하는 것이다.

국내 채권 투자자들도 예상대로 미국 지표들이 둔화 흐름을 이어준다면 최근 SVB 사태와 맞물려 연준 긴축 의지가 상당부분 꺾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다시 예상을 웃돈다면 최근 급격히 하락한 금리가 재차 되돌림될 수 있어 긴장하는 중이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SVB 건으로 국내외 이자율 시장이 너무 달렸다. 만약 예상을 웃도는 CPI 등이 나온다면 금리가 다시 튀고 연준 금리동결 기대도 퇴조하면서 장이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 딜러는 그러나 "지금은 SVB 사태로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전망대로 지표들이 나와도 채권시장에 나쁠 것은 없다"면서 "지금은 예상을 상회하는 수치가 나오더라도 연준이 일방적으로 인플레 제어만 신경쓸 수 없는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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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최근 SVB 사태 관련 연준 등의 조치...출처: 연준

자료: 최근 SVB 사태 관련 연준 등의 조치...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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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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