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3-29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순식간에 무너진 연준 50bp 인상 주장

  • 입력 2023-03-14 11:0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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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최근 2년만기 미국채 금리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최근 2년만기 미국채 금리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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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SVB 사태로 3월 FOMC의 금리 결정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기준금리 50bp 인상이 대세였으나 현재 일각에선 동결을 넘어 인하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지난 주 후반 SVB 파이낸셜 그룹 주가가 폭락할 때만 하더라도 사태가 이렇게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강했다.

하지만 뱅크런이 나타나자 미국 당국은 은행 시스템 전반으로 위기가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아울러 이제 기존 금리 인상 경로는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점이 힘을 얻었다.

■ FOMC 금리 인하 주장까지 등장...노무라 25bp 인하 예상

일본계 노무라는 상대적으로 '튀는' 주장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

노무라는 한국 통화정책 등과 관련해서도 오랜기간 남들과 다른 주장을 내놓곤 했다.

이번 SVB 사태 이후 노무라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치 아메미야와 제콥 마이어 등 노무라 연구원들은 "금융안정 리스크가 확대된 가운데 미국 금융당국이 발빠른 대책을 내놓았다"며 "이런 것을 보면서 연준이 3월 FOMC 회의에서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연준은 양적긴축도 중단할 것으로 본다"며 "QT 중단을 통해서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 규모를 더욱 충분한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 금융당국이 시장 안정화 대책들을 내놓기는 했다. 다만 시장은 당국의 안정화 정책이 아직 충분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연준이 더 적극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 섹터지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 연준의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연준이 적격담보자산 범위를 확대하거나 대출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식으로 새로운 대출지원 방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 인하는 아직 과도....그러나 늘어난 금리 동결론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선 금리 동결 전망이 늘어났다.

여전히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에서 바로 인하로 전환하기는 어렵지만, 금리 동결 후 사태를 지켜보는 게 무난하다는 관점이 강화된 것이다.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등이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예컨대 골드만삭스는 22일 FOMC에서 25bp 인상을 예상했으나 이번 SVB 사태에 따른 은행권 스트레스로 인해 3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을 수정했다.

채권 운용자들도 금리 인상이 일단 멈출 수 있다는 관점을 강화했다.

다니엘 이바신 핌코 퍼시픽투자관리 CIO는 13일 "지난 주말 사이에 많은 것이 변했다"면서 연준이 금리인상을 멈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수준인 1160억달러 규모 채권펀드 매니저인 이바신은 "현재까지 의미있는 금융시장 긴축이 진행됐다. 상당한 위험회피 심리가 나타났고 이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금융시스템이 수개월의 조정기간을 맞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SVB 파이낸셜 그릅이 지난 10일 파산한 가운데 시그내처은행도 금융당국에 의해서 폐쇄됐다. 이런 악재들에 영향을 받으며 KBW지역은행지수는 13일 장에서 12%까지 낙폭을 확대해 2020년 3월 이후 일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바신은 "인플레를 낮추려는 노력과 금융환경 간에 유의미한 절충이 나타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연준 위원들은 현 상황을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연준이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을 멈출 가능성이 있으며 은행 부문 유동성 위기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이 사태가 회사 고유의 위험이라면...인상 사이클은 이어질 것

여전히 SVB 사태에 대해 이 은행 '고유의 사건'이라고 평가하는 시각도 강한 편이다.

전체 은행권에 걸친 문제, 즉 시스템적 리스크라기 보다는 SVB의 특수한 사례로 보는 시각이 강한 것이다.

SVB의 경우 벤처캐피탈에 대한 대출 등 니치 마켓 영업을 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어 전반적인 은행권 상황에 대입하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보인다.

연준 금리 인상 여파 속에 일부 은행들은 예금 감소 등 어려움을 겪었다. 또 SVB처럼 일부는 연준 금리인상 과정에서 자산부채관리에 실패했다.

하지만 큰 은행이나 일반적인 은행들의 경우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JP모간은 "대형 은행들은 자본이 풍부하고 강한 규제를 받아왔다. 유동성 상황도 풍족해 시장 전체적으로 이 사태가 전염돼 광범위한 투매를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런 관점이라면 금리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JP는 시장이 최근까지 예상해 온 50bp 인상을 물건너 갔다고 보지만 25bp 인상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세는 꺾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고유 위험과 시스템 위험 간 명확한 경계를 짓는 게 반드시 쉽지는 않으며, 연준이 25bp 인상해 본 뒤 인상 속도를 더 늦추거나 동결 기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견해들도 보인다.

'채권왕' 제프리 건드락 더블라인캐피탈 CEO는 "연준이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 아마도 25bp를 인상할 것이나 이것이 마지막 인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드락은 "연준은 이미 공언한 것처럼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노력을 지속해 가야 한다"면서도 계속 금리를 올리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했다.

■ 단 며칠 만에 무너져버린 50bp 인상 전망

지난 3월 8일 미국 금리선물 시장은 3월 FOMC의 50bp 인상 확률을 70%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CME의 페드와치툴은 당시 50bp 인상 확률을 하루 전과 1주일 전보다 각각 38.4%p, 45.8%p 높였다. 한달 전보다는 50bp 인상 확률은 60.6%p 급등했다.

당시 빅스텝 확률이 점프했던 이유는 파월이 "전체 경제지표가 더욱 빠른 긴축을 정당화한다면 연준은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연준이 고집을 꺾지 않자 투자자들은 6% 기준금리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채권 부문 CIO는 8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6%까지 높이고 그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연준의 매파적 스탠스에 동조했다.

하지만 '다수가 더 높아지고 길어질 연준 금리 인상 사이클'을 우려하던 다음 날부터 상황은 급변했다.

9일 SVB파이낸셜그룹 주식가 60% 폭락했다. 이 회사가 영업손실을 공개하고 증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문제는 반드시 SVB만도 아니었다. 실버게이트캐피털이 청산 소식을 전한 가운데 가상화폐 주요 거래은행인 시그너처은행과 퍼스트리퍼블릭은행도 12% 및 16% 각각 급락했다. 각종 은행주 주가가 폭락하자 KBW은행업지수는 8% 가까이 급락해 지난 2020년 6월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9일 은행주 폭락으로 위험회피가 강해지고 국채 금리가 급락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9일 8.12bp 하락을 시작으로 10일 20.55bp, 13일 12.84bp 급락했다. 2년물은 9일 19.37bp, 10일 28.17bp, 13일 61.82bp 폭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가 3거래일만에 무려 109.36bp 폭락해 버린 것이다.

■ 연준 50bp 인상 전망이 "+25bp, 0, -25bp"로 변화한 뒤...

SVB 사태로 시장의 색깔이 완전히 변했다.

일단 시장에서 연준의 빅스텝 인상 전망은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아울러 미국채 금리가 폭락하니 다른 나라 금리들도 이를 뒤따랐다.

국내 최종호가수익률을 보면 국고10년물 금리는 9일 3.739%에서 10일 3.584%, 13일 3.405%를 레벨을 급격히 낮춘 데 이어 오늘은 3.2%대로 폭락했다.

국고3년 금리는 9일 3.858%에서 10일 3.703%, 13일 3.435%에 이어 오늘은 3.2%대 초반 수준까지 공략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분위기를 반영하면서도 어떤 방향이든 다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이를 유의하고 있다. 변동성이 너무 심해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강하다. 아울러 한국 채권시장은 환율 변동성에도 신경을 쓰는 중이다.

A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지금은 너무 변동성이 심하니 뷰를 확신할 수 없는 국면"이라며 "SVB 사태로 연준 인상속도 감속 가능성 있는데, 우리나라는 확실히 안전자산이라 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튀지 않으면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환이 불안해지면 금리 시장도 불안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여파와 최근 숏이 과도했던 데 따른 반작용에 대한 얘기도 계속된다. 하지만 미국 장을 따라가면서도 최근 금리 급락이 가팔라 이 부분이 초래할 반작용이나 변동성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일단 미국을 반영하는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손절성 매수도 섞여 있고 일단 흐름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그러나 "미국 따라 한국 장도 날아갔지만 며칠새 금리 하락세가 너무 가팔랐다. 미국 물가지표도 남아 있고 급락에 따른 반작용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 손절 따른 급강세 여파도 감안해야...최근 추격자들의 손실 경험도 고려

이런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뒤늦게 대응하다가 이익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하거나 손실을 입는 경우가 많아 다시금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견해도 보인다.

미국 장 역시 2년 금리가 60bp 넘게 폭락하는 과정에서 손절 여파가 컸던 만큼 그 반작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D 증권사 딜러는 "2월 초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며 "채권가격 오버슈팅이 해소되면서 다들 허망하게 손익 관리가 안 되는 결과를 가져갈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국면에 금리 인하 주장은 너무 나간 것이다. 어제 미국 2년이 60bp 넘게 빠진 건 아무도 예상 못했다. 미국채 시장도 기준금리 6% 반영하다가 SVB 파산하니 손절이 이 지경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기준금리 6% 우려가 커지던 와중에 갑자기 SVB 사태가 발생하니 포지션이 꼬여서 급하게 손절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금은 글로벌 흐름을 감안하되 과도하게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할 때라는 조언도 보인다.

E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전망 업계의 관종인 노무라 같은 곳에선 25bp 인하를 주장하는데, 이런 말을 그냥 넘겨 들어야 한다"면서 뒤늦은 매수 대응은 화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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